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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reach Jeju Aug 14. 2019

과학기술이 예술과 만나는 방법

[제주창의예술교육랩] 과학기술랩 활동공유 ①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창의예술교육랩 지원사업>은 ‘생태-인문’을 아우르는 지역문화자원과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과학기술'를 문화예술교육에 기반해 융복합하고, 미래 지향적 창의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연구·개발·실행하고자 시작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출범한 '제주창의예술교육발전소'는 전문연구원들과 함께 과정의 실행 방향성을 이해하고 체계화하는 작업을 하는 R&D랩, 교육전문가와 청년연구원이 협업하여 프로그램을 연구·개발·실행하는D&I랩으로 구성되어,과정의 가치를 기록하고 확산하고자 합니다.



과학기술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미디어는 인간의 확장이다. 책은 눈의 확장이다. 바퀴는 다리의 확장이다. 옷은 피부의 확장이며 전자 회로는 중추신경계통의 확장이다.”


과학기술랩은 ‘과학기술과 예술의 융복합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앞서 4차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발전 속도를 앞서는 세상에서 인간이 기술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짚고 넘어가 보려고 합니다.


캐나다의 미디어 이론가이자 문화비평가인 마셜 매클루언은 1964년 출간한 저서 <미디어의 이해>에서 매체와 매체 기술은 인간의 확장이라고 말합니다. 기술 매체는 단순한 도구로서 존재했던 과거를 지나 스스로 의미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마셜 매클루언의 말처럼 매체는 인간 신체의 감각 기관을 확장했으며, 이제 인간의 행동과 사고 자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신체의 감각 기관을 확장했다는 것이 어떤 것일지 잘 상상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네 명의 괴짜 과학자가 나오는 미국의 시트콤 ‘빅뱅이론’ 에는 이런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네 명 중 가장 괴짜이자 천재 과학자인 쉘든은 계단에서 넘어지는 사고를 당한 후 “이불 밖은 위험해!”라며 침실에 틀어박혀 카메라와 모니터로 만든 ‘이동식 가상 존재 장치(Robotic lifeform virtual presence device)’*로 바깥세상과 소통합니다. ‘이동식 가상 존재 장치’의 카메라로 출근길의 풍경을 감상합니다.  자신의 방에 있는 소리 입력 장치인 마이크와 ‘이동식 가상 존재 장치’에 있는 소리 출력 장치인 스피커로 같은 대학에서 일하는 동료 과학자에게 아침 인사를 건넵니다. 


* 이동식 가상 존재 장치 (Robotic lifeform virtual presence device) : 빅뱅이론 공식 홈페이지에서 이동식 가상 존재 장치로 설명한다. 사진 속에 모니터가 달린 이동 장치를 지칭한다. 


바퀴 달린 모니터가 쉘든을 대체하는 가장 존재 장치입니다. 출처 : 빅뱅이론 공식 홈페이지 : https://the-big-bang-theory.com/


이동식 가상 존재 장치로 레스토랑에 갔는데, 애플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을 우연히 만납니다. 출처 : 빅뱅이론 홈페이지 https://the-big-bang-theory.


우스꽝스러운 풍경이지만, 이 안에 기술이 만들어낸 ‘신체의 확장’ 그리고 ‘감각의 확장’이 있습니다. 쉘든은 카메라와 네트워크 기술로 자신의 방 안에서 바깥세상의 풍경을 감상합니다. 시각의 확장이지요. 바퀴가 달린 ‘이동식 가상 존재 장치’와 사운드 입출력 시스템으로 실제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마음껏 움직이며 타인과 소통합니다. 


해당 에피소드가 나왔던 2009년에는 그저 웃어넘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를 보았을 때 우리는 그 어떤 상황도 발생하지 않으리라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마치 영화 써로게이트*의 세계처럼요. 


*써로게이트 : ‘대리, 대행자’등의 사전적 의미를 가진 는 한 과학자가 인간의 존엄성과기계의 무한한 능력을 결합하여 발명한 대리 로봇 즉 써로게이트를 통해 100% 안전한 삶을 영위하는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써로게이트가 공격을 당해 그 사용자가 죽음을 당하는 전대미문의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이야기는 달라진다. 



과학기술과 예술의 만남에서 전제해야 하는 것들


아주 길게 마셜 매클루언의 메시지를 설명한 이유는 ‘매체는 신체의 확장’이라는 관점이 과학기술랩이 예술과 과학기술의 융복합을 바라볼 때 아주 중요한 렌즈가 되기 때문입니다. “기술의 발달로 매체의 위상은 변했습니다. 기술 매체는 단순한 도구로서 존재했던 과거를 지나 스스로 의미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허대찬 과학기술랩장이 첫 회의에서 건넨 말처럼 단지 도구로 존재했던 기술은 문화와 예술, 생활방식 등 삶과 연관된 모든 영역에서 침투해 고유한 의미와 맥락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에 과학기술랩은 ‘과학기술의 장치적 도구화를 지양하고 장치로 인해 변화한 사고를 바탕으로 당대의 현상을 이해하고 새로운 표현 양식을 이해하고 발견하는 것’을 창의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의 핵심 목표로 설정하였습니다. 또한, 과학기술랩의 연구 방향성으로 아래와 같은 네 가지 키워드를 공유했습니다. 


첫 번째, ‘데이터’입니다.


모든 것이 데이터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데이터의 개념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따라서 데이터의 습득, 가공, 변환, 확장의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표현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 자유와 상상력을 확보하고자 합니다. 


The Art of Data Visualization | Off Book | PBS Digital Studios



두 번째, 변환입니다. 


과학기술은 합칠 수 없는 것을 합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주었습니다. 감정과 지리 정보를 연결하는 것과 같이 전혀 다른 범주의 데이터를 결합하고 변용할 기회가 마련된 것이죠. 즉, 데이터와 기술을 활용해 자유롭게 변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isea 2019 쇼케이스, Marcus Neustetter < Searching Darkness >, 소리의 시각화


세 번째, 표현입니다. 


과거의 말하기, 글쓰기, 그리기 등의 표현 방법과 그에 대한 기술은 각 영역에 고립된 채 사용되었으며, 각 영역과 영역이 만나는 기회도 제한적이었습니다. 과학기술은 이러한 표현의 방법과 매체를 다양화하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따라서, 과학기술랩에서는 과학기술과 예술의 융복합에서 표현 방법으로서의 기술 그 자체의 창의적 활용, 학습의 방법론을 논의할 수 있습니다. 


Air Fountain Copernicus Science Center Warsaw


네 번째, 확장입니다. 


사고를 확장할 수도 있고, 표현을 확장할 수도 있습니다. ‘확장’이라는 시선과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예술교육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이 만나는 지점


과학기술랩에서 개발하는 창의예술교육 프로그램의 쟁점은 기술과 예술의 가치가 창의예술교육 프로그램에 얼마나 적절하게 반영되느냐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예술을 도구로 하는 기술교육, 혹은 기술을 도구로 하는 예술교육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술과 예술이 서로 장치적 도구화 되지 않는 선에서 각자의 교육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미션이 대두되었습니다. 이에, 과학기술랩에서는 기술적 상상력과 예술적 감수성을 함께 습득할 수 있는 창의예술교육 프로그램의 단계를 설정했습니다. 


과학기술랩 정규 프로그램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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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 흥미유발 단계 

기술에 대한 의문 제기

기술에 대한 흥미 제공

프로토타이핑

(오늘날의 하이테크에 대한 로우테크 구현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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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 이론 습득 단계

기술에 대한 의미, 흐름, 맥락 소개

주제로서의 제주의 생태, 인문, 역사, 문화자원 제시

오늘날의 기술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인문학, 사회학, 문화사, 미술사, 기술사 등에 대한 교양 차원의 수업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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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 원리이해/기술습득

표현을 위한 구체적인 기술(프로젝션매핑, 피지컬 컴퓨팅, 미디어 서피스, 무빙이미지 등) 원리와 활용법 체득

디자인싱킹 방법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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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 : 창작 (기술의 활용)

표현하고자 하는 프로젝트 기획

주제설정, 필요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매체 선택

창작 작업과 멘토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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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단계 : 전시 (기술의 소통)

자신이 만들어낸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 전달하는 방법으로서 전시 및 행사 기획




다음 편에서 과학기술랩이 창의예술교육 프로그램 주제와 이를 구체화한 과정을 소개합니다. 



글 : 이다혜 / 자문 : 과학기술랩 허대찬 랩장 / 편집 : 이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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