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창의예술교육랩] 인문랩 활동 공유 ⑤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창의예술교육랩 지원사업>은 ‘생태-인문’을 아우르는 지역문화자원과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과학기술'을 문화예술교육에 기반해 융복합하고, 미래 지향적 창의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연구·개발·실행하고자 시작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출범한 '제주창의예술교육발전소'는 전문연구원들과 함께 과정의 실행 방향성을 이해하고 체계화하는 작업을 하는 R&D랩, 교육전문가와 청년연구원이 협업하여 프로그램을 연구·개발·실행하는 D&I랩으로 구성되어, 과정의 가치를 기록하고 확산하고자 합니다.
뚜둥
때는 바야흐로 10월 3일. 올 것 같지 않던 시간이 오고 말았습니다. 서귀포시에서 제주시로 넘어오는 길은 전날의 태풍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아름다운 무지개를 보여줍니다. 지난 회차에서 소개했던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 트멍아이들의 놀 권리 <트멍아이 노는아이>" 1차 시범운영이 어떻게 진행되었을까요?
08:00
제주 외도 생활문화센터 근처 카페에서 시범운영 진행 내용을 체크했습니다. 그런데, 그 카페에서 놀라운 광경을 보았습니다. 우리가 만날 트멍아이들이 공휴일 아침 일찍 카페에 와 있더군요.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숙제를 하는 등 카페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진귀한 모습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09:30
드디어 제주 외도 생활문화센터 강당이 열렸습니다. 재료를 준비하고, 예술 강사 분들이 도착하기 시작합니다. 이번 파일럿에 공연예술 분야로 박연술 무용수, 시각예술 분야로 오현림, 신승훈, 김남훈 작가가 강사로 참여했습니다. 참여 강사와 함께 재료와 동선, 그리고 장소를 확인하며 분주하게 준비를 했습니다.
10:30 - 13:30
아이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제주 외도 생활문화센터의 협조를 받아 참여자를 모집해서인지, 이미 생활문화센터 공간을 잘 아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오늘 이곳에서 무엇을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공간만큼은 매우 익숙한 눈치였어요. 움직임으로 아이들과 어색함을 없애고, 공간에 적응합니다. 시각예술 선생님들과 "공간팡!"을 어떻게 만들지 이야기 나누고, 어떻게 완성해 나갈지 고민하며 열심히 움직이는 트멍아이들. <트멍아이 노는아이> 프로그램이 끝난 후 참여자들의 후기를 보며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 어땠어요?
"집에서 이런 걸 하면 등짝 스매싱이지만 여기서는 아니잖아요. 친구들이랑 함께 만들 수 있어서 좋았어요. "
"저의 아지트는 집이에요. 나만의 방이요."
"저는 아지트가 없어요. 동생과 방을 같이 쓰니까요. 그래도 이렇게 친구랑 아지트 만들어서 너무 좋았어요. "
"저의 아지트는 편의점이에요."
2019년 6월 어느 날이었습니다. 저는 서귀포 중학교 자유학기제 연극반 동아리 강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만나며 저는 인문랩에서 랩장분들, 청년연구원들과 함께 고민하기도 했던 '아이들의 24시간'이 더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매주 정기적으로 만나 온 아이들과 "나만의 24시간" 작은 파일럿을 했습니다. 연극시간 3시간 중 1시간을 활용하여 방학 계획을 세우듯 지금 현재 나의 24시간 시간표와 내가 꿈꾸는 24시간 시간표를 그려보는 시간을 가져 보았습니다.
파일럿 속의 파일럿
서귀포중학교, 서귀중앙여자중학교, 표선중학교 등 3개의 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나만의 24시간"이라는 작은 파일럿 속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실행해보았습니다.
1) 6월 28일 금요일 5교시, 자유학기제 동아리 활동시간, 1학년 남학생 14명
2) 7월 10일 수요일 5-6교시, 진로체험 특강, 1학년 남/여 학생 22명
3) 9월 4일 수요일 5-6교시 자유학기제 동아리 활동시간, 1학년 여학생 18명
아이들의 24시간은 참으로 단순했습니다. "학교⟶학원⟶집⟶수면", "학교⟶운동⟶집⟶수면" 이런 사이클로 움직이는 트멍아이들. 그래서 질문했습니다.
강사: 네가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는 장소는 어디니?
학생: 학교에서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죠. 아침 8시 반부터 4시까지 있으니까.
강사: 학교 다음으로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는 장소는?
학생: 집이요.
강사: 집에서는 뭐하며 지내니?
학생: 집에서 컴퓨터 하거나 핸드폰 게임해요. 그게 노는 거예요.
강사: (아무 말도 못함)
우리는 "나의 24시간" 수업을 계기로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을 더욱 주체적으로 구성하고 활용하는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 또한 하루 24시간이 참 단조롭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내가 꿈꾸는 24시간을 고민했습니다.
트멍아이들이 꿈꾸는 24시간은 학교생활을 제외하고 시간의 제약 없이 게임을 하거나 친구들과 놀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공간으로 가는 것입니다. PC방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 핸드폰으로 좋아하는 연예인을 덕질*하는 아이들, 친구들과 노래방을 가거나, 문화원 코인 노래방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거나, 승패와 상관없이 축구 게임을 하고 싶은 트멍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트멍아이 노는아이> 프로그램은 아이들과의 만남과 대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덕질 :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을 뜻하는 신조어
인문랩이 <트멍아이 노는아이> 프로그램으로 트멍아이들의 놀 권리를 찾아가는 이야기. 다음 화는 10.27(일) 야외에서 진행될 예정인 2차 시범운영 현장 사진과 함께 후기가 업데이트 됩니다.
글: 김민선 / 편집: 박민희, 이다혜
제주창의예술교육랩 브런치를 구독하고 생태, 인문, 과학기술랩의 융복합 창의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 과정을 살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