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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reach Jeju Aug 08. 2019

제주창의예술교육발전소가 바라보는 '창의예술교육' 연구

함께 발상하고 동의하고 추진해서 결과까지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창의예술교육랩 지원사업>은 ‘생태-인문’을 아우르는 지역문화자원과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과학기술'를 문화예술교육에 기반해 융복합하고, 미래 지향적 창의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연구·개발·실행하고자 시작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출범한 '제주창의예술교육발전소'는 전문연구원들과 함께 과정의 실행 방향성을 이해하고 체계화하는 작업을 하는 R&D랩, 교육전문가와 청년연구원이 협업하여 프로그램을 연구·개발·실행하는D&I랩으로 구성되어,과정의 가치를 기록하고 확산하고자 합니다.


제주창의예술교육발전소(이하 발전소)는 ‘R&D 랩’과 ‘D&I 랩’을 하나로 묶은 이중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인 강사 위주의 교육, 사업 중심의 예술교육단체 운영 등의 한계를 극복하고, 창의적 문화예술교육 콘텐츠를 연구·개발하려면 두 랩의 결합이 꼭 필요했습니다. 그렇다면 문화예술교육의 고도화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 같은 구조가 유리할까요? 다시 말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연구·개발하는 D&I 랩만이 아니라, R&D 랩까지 꼭 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비밀은 현장에 있다 


영화를 보면서 가끔 생각합니다. ‘어떻게 찍었을까?’ 정답은 완성된 화면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현장으로 가야 비로소 보입니다. 물론 답을 안다고 누구나 그 방법론을 차용할 수는 없습니다. 예산이나 여러 상황의 제약이 따르겠죠. 하지만 적어도 그 장면을 재현할 실마리는 손에 쥘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발전소는 완성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만을 결과물로 남겨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는 마지막 결과물이 적용과 확산에 한계가 너무나 분명한, ‘고립된 완성품’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누군가 D&I 랩에서 생성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어떠한 경로로 탄생해서(연구원 간의 상호작용과 프로그램의 질적 전환과 향상), 수용자에게까지 흘러가는지, 그리고 어떤 효과를 낳는지를 관찰하고 기록해야 합니다. 이처럼 R&D 랩의 연구 결과물은 학문적 성취보다는 사회적 쓸모에 더 무게를 두고 있으며, 그에 따라 당연히 연역적 접근이 아니라 귀납적 접근을 택하고 있습니다.


제주라는 특정한 맥락에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개발했으나 그 기록이 구체적으로 남을 때, 다른 지역에서도 그들 나름의 맥락에서 적확한 프로그램을 끌어낼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단지 완성품을 복제하는 수준이 아니라, 완성된 프로그램이 담고 있는 의도와 방향, 개발 과정까지를 흡수해 새로운 맥락에 접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진정한 의미의 적용과 확산이 일어나리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 같은 바람이 R&D 랩이 굳이 무대 뒤로 들어가 프로그램 개발 과정을 살피는 까닭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모든 것을 다 기록해서 분류하고 정리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새로운 통찰을 얻기 위해서는 나름의 렌즈가 필요합니다. 


어떤 시각으로 현장을 관찰해야 할까요? 무엇을 염두에 두고 무엇을 건져 올려야, 애초 목표했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고도화’에 도움이 될까요?




교육이 일어나는가


무엇보다 ‘교육’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볼거리만 풍성한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정작 교육을 받는 이들에게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속 빈 강정이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4차 산업혁명을 반영한 융복합 프로그램을 지향하되 주객이 바뀌는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되겠죠. 이 부분은 밑에서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묻고 또 물어야 할 질문은 “왜 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합니까? 교육 과정을 마친 이들에게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입니다.


왜 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합니까?
교육 과정을 마친 이들에게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R&D 랩은 ‘학습자의 역량 변화’ 관점에서 D&I 랩이 제주에서 새롭게 선보일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D&I 랩은 세 영역으로 나누어, 생태랩은 인간과 세계, 인문랩은 인간과 인간, 과학기술랩은 인간과 인간이 만든 가상 세계, 이 사이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생태랩은 제주의 자연으로 들어가 우리가 잊고 지내는 생태적 감수성을 끌어 올리려 하고, 인문랩은 제주 청소년 사이에서 일어나는 결핍의 징후를 포착해 이들에게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랩은 새롭게 부상하는 가상사회의 근간인 데이터의 힘을 파악하고 이에 파묻히거나 휘둘리지 않는, 디지털 시민의 역량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매달 이어질 랩별 포스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재료는 같다, 차이는 어디서?


남은 숙제는 어떻게 하면 학습자들이 이러한 역량을 보다 창의적으로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인가입니다. 강의실에 모아 놓고 일방적으로 주입해서는 스스로 깨달아 알아가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일어나더라도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이 큽니다.


4차 산업혁명에 기반한 융복합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이러한 숙제를 꽤 흥미롭게 해결할 단서를 제공합니다. 학습자가 교육 과정에 주도적으로 개입할 여지를 마련하여 일방적인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참여해서 문제를 해결하면서 역량을 획득하는 교육이 가능해집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도 분명 새로운 기회이지만, 이를 어떻게 ‘요리’해서 실제로 적용할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재료는 풍성해졌으나 그에 걸맞은 요리를 해내야 한다는 부담은 더 늘어난 셈입니다.


이제 가장 넘기 어려운 산까지 왔습니다. R&D 랩의 입장에서는 가장 흥미진진한 장면이기도 합니다. 향후 발간될 연구보고서의 하이라이트가 됨직한 내용이지요. 누군가를 교육해서 역량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일종의 ‘제약 요인’과 4차 산업혁명에 기반한 융복합이라는 ‘기회 요인’이 버무려져 전에 없었던 창의적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탄생해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가르치는 수업은 없었어."


이를 위해 발전소는 새로운 모험을 준비했습니다. 발전소에는 처음 말씀드린 R&D 랩과 D&I 랩이라는 이중구조 못지않게 중요한 구조적 특성이 있습니다. 복수의 청년연구원이 세 랩에서 각 랩장들과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은 랩장이 연구 주제를 정하고, 각 연구원에게 세부 연구 과제를 할당한 후 그 결과를 취합해 마지막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발전소에서 시도하고 있는 청년연구원들과의 협업은 상당히 열린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모두가 함께 발상하고 동의하고 추진해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방식입니다. 더디고 그만큼 품이 많이 듭니다. 심지어 결과가 늘 하던 대로 할 때보다 더 나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위험 부담을 기꺼이 떠안은 셈입니다. 왜 이런 모험이 꼭 필요할까요?


앞서 세 랩이 각자의 영역에서 교육하고자 하는 역량이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대강의 윤곽을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더 중요하고 근원적인 역량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창의성입니다. 그런데 참 난감한 점은 창의성이라는 역량이 교육해서 생성시키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입니다. 보고 느끼고 경험할 때에야 그나마 무엇인지 어렴풋이 손에 잡힙니다. 아마도 예술이 등장해야 할 지점이 아닐까 합니다.


맞습니다. 눈치채셨겠지만 세 랩 내의 협업은 거의 예술에 가까운 작업입니다. 


머리를 맞대고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는 행위 자체가 이미 예술작품 창작에 가까운 경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창의의 정점을 향해가는 중입니다. 그렇게 드러난 창의가 그들이 연구·개발한 교육 과정에 오롯이 배이리라 기대합니다. 학습자들은 교육 과정이라는 외피를 쓰고 있는, 교육 과정을 궁리한 이들의 창의성을 어느 순간 포착할 것입니다. 그렇게 창의성은 교육 과정에 명시적으로 포함된 내용(가령, 창의력 증진을 위한 수업)보다는 교육 과정 이면에 흐르는 메타 정보로서 학습자에게 이식될 수 있습니다. 마치 예술작품을 경험하듯이 말이죠. “이런 식으로 가르치는 수업은 없었어.”



어려운 과제일수록 특별한 방법으로


교육 과정의 창의성은 학습자의 창의성으로 이어집니다. 교육 과정의 창의성은 당연히 계발 과정의 창의성을 전제로 합니다. 이렇게 창의성이 물 흐르듯 흐르려면 시발점이 중요합니다. 세 랩에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흔적은 창의성이라는 역량으로 맺혀서 학습자에게까지 흘러내릴 것입니다. 


R&D 랩에서 정의하고 있는 창의성은 “개인이나 집단이 사회적 맥락 내에서 새롭고 유용하다고 인정되는 산출물 혹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역량과 과정 간의 상호작용”입니다. 


이 상호작용은 세 랩의 내부에서 시작해 교육자와 학습자 사이에서, 궁극적으로는 학습자들 사이에서 발생할 것입니다.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특별한 변화가 필요하다면 특별한 방법을 써야 마땅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 건넨 기회를 활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창의적 활용을 위해서는 프로그램 연구·개발 과정에서의 창의성이 전제돼야 하고, 발전소는 이를 위해 새로운 구조를 세웠습니다. 새로운 구조 위에서 새로운 과정이 탄생하는 과정을 R&D 랩은 찬찬히 기록해, 상이한 환경과 맥락에서도 응용할 수 있는 연구보고서를 내놓으려 합니다. 발전소의 올해 프로젝트가 종료되는 겨울에 무척 흥미진진할 결과들을 들고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글 : 박동욱 / 편집 : 이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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