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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reach Jeju Aug 21. 2019

'섬'과 '섬'을 잇는 일

[제주창의예술교육랩] 인문랩 활동공유 ①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창의예술교육랩 지원사업>은 ‘생태-인문’을 아우르는 지역문화자원과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과학기술'을 문화예술교육에 기반해 융복합하고, 미래 지향적 창의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연구·개발·실행하고자 시작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출범한 '제주창의예술교육발전소'는 전문연구원들과 함께 과정의 실행 방향성을 이해하고 체계화하는 작업을 하는 R&D랩, 교육전문가와 청년연구원이 협업하여 프로그램을 연구·개발·실행하는D&I랩으로 구성되어,과정의 가치를 기록하고 확산하고자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시인의 <섬>. 언젠가 보았던 그 시. 시의 구절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어느 순간 꼬르륵 떠오릅니다. 어느 순간일까요. 아마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서로를 알아가며 관계를 형성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고 애정에 싹을 틔울 때 참 아름다운 시. 하지만 우리네 삶이 언제나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봅시다. 정말 그 섬에 가고 싶나요. 안 가고 싶은 섬도 있습니다. 어떤 섬은 잘 가꿔지고, 어떤 섬은 버려집니다. 자, 주변을 돌아봅시다. 내 주변에는 몇 개의 섬이 존재하는지, 그 섬은 어떤 상태인지. 섬에 사는 우리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섬에서 또 섬으로 가는 게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요.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일, 그 어려운 걸 해보겠다며 모였습니다. 바로 인문랩, '잇문'입니다.




포스트 

마음의 을 여는 시간


아무리 명분 좋은 일도 그 일 속에 ‘내’가 없으면 어떤가요. 다시 말해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참으로 곤욕입니다. 집에 갈 시간만 기다리게 되는 것이죠. 돌이켜보니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한 시간이었습니다. 만남 초기에 우리는 포스트잇 중독이었습니다. 네, 맞아요. 문구점에서 파는 그 포스트잇이요. 


그 시작은 오리엔테이션이었죠. 청년연구원으로 최종 선발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품고 콩닥콩닥한 마음으로 참석했어요.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제주도에서 (자칭)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모였습니다. 5월 9일. 왜인지 날짜가 기억납니다. 연말까지 함께 진행하게 될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듣고, 몸 놀이로 긴장을 푼 뒤에 생태, 인문, 과학 각 분야의 전문가, 랩장 선생님들과 만남을 가졌습니다. 포스트잇에 각자의 관심사를 적어보고 대화를 나눴던 순간이 생각납니다. 우리는 이후에도 한 달 가까이 모임 때마다 포스트잇을 활용했습니다.


각자의 관심사를 적어 붙인 뒤, 비슷한 것들을 분류하고 공통점을 찾아내는 과정을 반복했다. 오른쪽 아래칸 '잇문' 로고는 민수광 청년연구원이 제작했다. @잇문


“아, 또 포스트잇인가요”

“네, 오늘까지만 해 봅시다.”

“앗, 이거 데자뷰인가요.”

“진짜 마지막~!” 


논의했던 것들이 자꾸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듯한 느낌에 조급한 마음이 일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 진심이 툭 튀어나올 때가 있었어요. 그때 깨달았죠. 아, 이전에 적었던 것들은 ‘인문랩이라면 이런 것들에 관심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관념이 섞여 있었구나. 답을 정해놓지 않는 충분한 대화. 답이 정해져 있는 것 같을 때, 무언가 내키지 않는다는 속마음을 털어놓는 용기. 각자의 관심사를 시작으로 우리의 관심사를 찾아가는 꼭 필요한 시간이었습니다. 




우리의 관심사를 모두 담을 수 있는 그릇을 찾았습니다. 바로 ‘공간’입니다. 학교가 끝난 뒤 사라지는 아이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고3 수험생들. 아직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우리 아이들은 어떤 공간에서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까요? 이웃과 교류가 필요한 이주민, 학부모, 중년 세대는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우리들 스스로, 필요한 공간을 직접 찾고 만들어가는 프로젝트를 추진해 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방법으로 놀 권리가 있다!



제주도 청소년

사회적 돌봄 현황



출처: 아동 행복 프로젝트 "아이들 편에서 놀이를 외치다!"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사업 http://brand.goodneighbors.kr


2018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는 조이혼율 전국 1위, 청소년 비만율 전국 2위입니다. 한 부모, 조손가정, 맞벌이 가정은 증가 추세. 청소년 흡연율 또한 8.6%로 전국 평균 7.8%보다 높은 편이죠. 지난 2월, 제주도교육청이 초등 돌봄 교실 프로그램을 예산 문제로 중단하고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4~5시간 동안 그냥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청소년 놀이 시설 부족과 

놀이 문화의 부재


2018년 제주특별자치도 청소년 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고민을 나누는 대상은 친구(42%), 여가를 함께 보내는 대상도 친구(52%)입니다. 행복한 장소 1위는 집(40.3%)이었고, 2위는 친구와 모이는 장소(28.6%)입니다. 또 여가활동 시 가장 큰 어려움 요소는 시간 부족(59.9%)이 1위였습니다. 시설 부족과 주변 어른의 이해 부족이 동률로 2위(10.5%)입니다.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사업 "아이들 편에서 놀이를 외치다!" 캠페인 자료를 보면 충분한 놀이 시간이 부족한 이유의 70.4%가 학업과 관계된 것이었는데요. 학교(27.5%), 학원 또는 과외(23.3%), 자기학습(19.6%) 이었습니다. 평일 방과 후 친구들과 실제로 놀았다고 답한 아이는 10명 중 1명꼴, 13.8%에 그쳤습니다. 


또래 애착 관계는 고학년이 될수록 상승합니다. 아이들이 성장해 감에 따라 또래 애착 관계가 더욱 중요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모일 수 있는 시간과 장소는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또래 애착 관계가 부족할수록 게임 및 오락, 19세 이상 사이트 이용 경향이 높아지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 제주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공간. 친구들과 좀 더 건강하고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결론을 내려봅니다. 


창의예술교육랩 그리고 ‘공간’ 만들기의 만남. 어떻게 완성될까요? 


5월부터 두 달간, 인문랩의 활동 방향을 정하기 위해 치열한 토론이 이루어졌습니다. 사람들의 관계와 활동이 쌓이는 ‘공간’은 지속가능성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물리적인 ‘공간’을 확보해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낸다는 것. 이 문장에는 예산, 운영시스템, 지역 자원과의 연계를 모색할 수 있는 인력 확보 등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창의예술교육 프로그램 그 이상의 것들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올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예산은 한정되어 있죠. 그 때문에 우리는 그 필요성을 말하고, 공감하고, 장기적 계획을 제안하는 장으로서의 일시적 공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자, 이제 어디로 갈지 방향을 정했으니 방법을 찾아야 해요! 프로젝트가 어떻게 완성될지 기대 반, 걱정 반, 두근두근 콩콩! 제주형 창의예술교육에 관심 있는 분들, 구독과 응원 그리고 허심한 의견으로 함께해주세요. 





인문랩이 창의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섬과 섬을 잇는 이야기, 다음 화에서 계속됩니다. 



글: 박민희 / 통계자료 분석: 박동필 / 편집 : 이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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