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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reach Jeju Sep 25. 2019

'창의력'이 싹 트는 공간

[제주창의예술교육랩] 인문랩 활동공유 ②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창의예술교육랩 지원사업>은 ‘생태-인문’을 아우르는 지역문화자원과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과학기술'를 문화예술교육에 기반해 융복합하고, 미래 지향적 창의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연구·개발·실행하고자 시작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출범한 '제주창의예술교육발전소'는 전문연구원들과 함께 과정의 실행 방향성을 이해하고 체계화하는 작업을 하는 R&D랩, 교육전문가와 청년연구원이 협업하여 프로그램을 연구·개발·실행하는D&I랩으로 구성되어, 과정의 가치를 기록하고 확산하고자 합니다.


창의력(創意力): 새로운 생각을 해내는 힘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 사회는 미래 가치를 찾아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창의력'에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지요. 하지만 작은 의문을 품어 봅니다. 과연 창의력은 교육을 통해서 키워질 수 있을까? 예술은 교육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일까? 


성별과 나이 구분 없이 다양한 사람 100명이 같은 공간에 모여 있어요. 단 한 명도 같은 얼굴이 없듯이, 100% 같은 생각도 없습니다. 백이면 백, 모두 저마다의 성격과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생각을 합니다. 100명 모두 각자의 '자기다움'을 지켜낼 수 있다면, 굳이 '창의예술교육'은 필요 없을 텐데요. '새로운 생각'을 '나다운 생각'이라고 바꿔 부르면 비약일까요? 창의력의 씨앗은 곧 가장 나 다울 때 싹트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언제부턴가 서로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언제부터 일까요? 


그래서 인문랩에서는 '교육'을 '활동'이라는 단어로 바꿔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강사와 학생의 수직 구조가 아닌 개개인으로서 평등한 관계 맺기를 꿈꿉니다. 일방적 가르침이 아닌, 함께 체험하고 서로 배우는 현장을 상상합니다. 틀린 사람이 한 명도 없이, 모두가 '다른' 사람으로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창의력이 싹 트는 공간, 

자발성을 되찾는 공간!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공간' 만들기로 방향을 정한 인문랩, 잇문. 당연히 그 공간은 '창의력'이 싹트는 공간이어야겠죠. '창의력'을 '자발성'으로 바꿔 불러도 좋습니다. '자발성'을 되찾는 공간, 무언가 하고 싶어 지는 공간, 상상만 해도 신이 납니다. 우리는 '어린이', '청소년', '놀이', '공간'을 키워드로 자료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비슷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프로젝트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 깊고 마음에 와 닿는 사례들이 씨프로그램
(http://c-program.org)에 있었습니다. 지난 6월 28~29일 플레이스 캠프 제주에서 진행된 창의예술교육랩 전체워크숍(매달 1회 진행)에서 씨프로그램의 프로젝트 두 가지를 소개했고, 워크숍 참여자들의 많은 관심과 공감대를 얻었어요. 그 두 가지는 바로 "새로운 배움을 담는 공간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배움의 공간 프로젝트와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동네란 어떤 동네일까?" 놀세권 연구입니다. 그리고 2019년 세계문화예술교육주간 문화예술교육 포럼 후기로 작성된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 미술관, 과학과, 도서관」을 소개했습니다. "'만지지 마시오, 뛰지 마시오, 떠들지 마시오' 같은 팻말이 없고 '반드시 해야 하는 미션, 과제'가 없는 공간" 즉 "Do & Don't가 없는 공간"이라는 공통점으로 헬로우뮤지움, 서울시립과학관, 느티나무도서관 세 기관의 관장들이 모인 대담회 내용입니다. 우리 사회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할 문화라는 생각을 합니다. 


마을과 도시


'창의예술활동' 프로그램 연구,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파일럿' 프로그램 운영이라고 할 수 있어요. 회의를 통해 가상으로 설계했던 맥락과 흐름을 현장에서 직접 점검하고, 생각지 못했던 문제나 오류를 수정해 나갈 수 있을 거예요. 우리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도시와 마을, 두 곳의 아이들을 만나기로 결정하고 현장 답사를 진행했습니다. 

 

왼쪽 저청초 입구 큰 나무 밑에서 모인 인문랩. 가운데 저청초 운동장에서 단체사진. 오른쪽 재릉초에서 그네 타는 청년연구원들. ©인문랩, 잇문


지난 7월 7일, 저지예술인마을에 인접해 있는 저청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방문했습니다. 인근에 있는 '갤러리 노리'에 들러 마을의 현황과 협업 가능성을 검토했어요. 또 한림공원 인근에 위치한 재릉초등학교도 방문했죠. 저청중학교는 전교생이 36명인 작은 학교입니다. 이는 제주시내의 중학교 학급 수의 절반 정도 인원이예요. 인근 대정읍 국제중학교 입학을 위해 거쳐가는 이주민 학생들이 많아 또래끼리 관계 형성이 지속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도심형으로는 푸른꿈 작은 공부방 '꿈들'을 방문했어요. 제주교육대학교 동아리 활동으로 운영되고 있는 '꿈들'은 '차별 없이 노는 아이들의 공간'이라는 취지로 10여 년 전 문을 열었습니다. 제주시 건입동 초등학교 바로 앞에 있으며, 교육으로 건강한 사회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는 거점공간이기도 합니다. 하루 동안 제주 반 바퀴를 돌면서 마주한, 도시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잔디로 뒤덮인 작은 운동장은 내막에 얽힌 사연과 무관하게 너무 아름다웠어요. 바람에 맞서 잔디를 뛰어다니고, 나란히 그네를 타면서 종종 서로에게 말했습니다. "프로그램이 다 무슨 소용이람! 시간만 있으면 이렇게 마음껏 놀 수 있는 것을."


우리들 스스로 공간을 만들어 놀자, 공간 팡!
'공간 팡!' 을 시각적으로 표현 by 민수광 청년연구원


우리 아이들이, 우리 동네에서, 언제든지 친구들과 만나고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이미 있는 공간을 알차게 활용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언젠가 꼭 보고 싶은 풍경을 마음 깊숙이 간직한 채 프로그램을 구상합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어느 인디언 부족의 속담처럼, 아이들을 위한 사회적 돌봄 시스템을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서도 마을의 인적, 경제적 네트워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창의예술활동 프로그램 개발'은 일시적이지만, 우리의 작은 시도가 나비효과로 되돌아오기를 기대합니다. 


제주말 '팡'은 공간을 뜻해요. '공간 팡!'은 공간×공간 동어반복으로 '공간'을 강조하고, 한편으로는 '팡!'하고 터지는 게임을 연상케 해요. 아이들의 창의력도 팡! 자발성도 팡! 새로운 생각과 능력이 팡! 팡! 터져 나오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려고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이 나올지 관심 갖고 응원해주세요!




인문랩이 '공간 팡!'으로 아이들의 놀 권리를 찾아가는 이야기, 다음 화에서 계속됩니다. 



글: 박민희 / 편집: 이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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