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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 SAW Jun 06. 2019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 미술관, 과학관, 도서관

2019년 세계문화예술교육주간 문화예술교육 포럼 후기

올해 8회를 맞이한 2019년 세계문화예술교육주간 행사는 '영유아, 어린이를 위한 문화예술교육'을 주제로 5/20~25일까지 개최되었습니다. 행사의 일환으로 C Program에서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을 주제로 문화예술교육 포럼을 진행했는데요. 현장에서 오갔던 대화와 함께 넘나들며 배울 수 있는 성장과 자극의 기회를 제공하는 미술관, 과학관, 도서관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구체적인 대화를 시작하는 첫 발걸음

각 분야 전문가들과 협력하며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을 만들고 늘려가는 일을 하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미술관, 과학관, 도서관과 같은 분류를 넘어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으로서 어떤 경험을 주는 공간이 아이들에게 좋은 제3의 공간일지 함께 이야기 나눠보고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협업하여 포럼을 개최했습니다.


이번 포럼에 참석한 208명의 구성을 살펴보면 미술관, 도서관, 박물관 등 문화예술기관 관계자가 45.2%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다음으로는 기타(기획자, 학생, 무응답 등) 29.8%, 지자체 혹은 재단 (19.2%), 학교 (5.8%) 순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포럼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과연 본인들의 제3의 공간, 혹은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Q. 좋아하는, 즐겨 찾는 제3의 공간은 어디인가요? 설문 결과


참가자 본인이 좋아하는 제3의 공간을 물었을 때 '제3의 공간(The Third Place)' 열품을 시작한 스타벅스와 같은 카페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올 것이라 예상했지만 의외로 도서관, 미술관, 과학관, 놀이터, 숲, 공원과 같은 공공 공간의 응답이 높았습니다. 상업 공간으로는 카페 외에도 서점, 영화관의 응답이 높았으며 소수 만화방, 코인 노래방, PC방을 꼽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을 떠올렸을 때는 어떤 응답을 했을까요?

Q.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을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설문 결과


참가자 본인이 좋아하는 제3의 공간과 유사하게 도서관, 미술관, 놀이터가 높게 나왔습니다. 연상되는 형용사의 경우 자유로운, 자유롭게 등 '자유'와 관련한 응답이 높았고, 그 외에 '다양한', '새로운', '가능한'과 같은 자극, 영감에 대한 이미지와 '따뜻한', '열린'과 같은 분위기에 대한 응답도 꽤 높게 나왔습니다. 넘나들며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자유로울 수 있는, 마음껏 아이다울 수 있는 공간이 제3의 공간에게 기대하는 중요한 특성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왜 3개 기관을 한 자리에?

이번 포럼을 준비하면서 미술관(헬로우뮤지움), 과학관(서울시립과학관), 도서관(느티나무도서관)의 관장님들을 연사로 모신 이유는 3개 기관의 공통점, 바로 'Do & Don't가 없는 공간'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만지지 마시오, 뛰지 마시오, 떠들지 마시오" 같은 팻말이 없고 "반드시 해야 하는 미션, 과제"가 없는 공간. 즉, 아이들이 마음껏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참가자들이 기대했던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으로서의 기본 속성을 잘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3개 기관은 모두 1년에 한 번 찾아가는 곳이 아니라 늘 가까이에 있는 공간이 되고자 문턱을 낮추고 누구든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공간에서 답을 얻기보다 스스로 새로운 질문을 던지거나 답에 가까워지는 영감을 발견할 수 있도록 세세하게 신경 쓰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 대화를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연사라고 생각합니다.


 3개 기관의 공통점은 바로 'Do & Don't가 없는 공간', "만지지 마시오, 뛰지 마시오, 떠들지 마시오" 같은 팻말이 없고 "반드시 해야 하는 미션, 과제"가 없는 공간이라는 점입니다.




세 기관의 이야기, 하나의 목소리


#아이다움, #관계를 이야기하는 미술관, 헬로우뮤지움

헬로우뮤지움은 가장 아이답게 예술을 만나는 미술관으로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공간을 누비며 예술을 만날 수 있도록 입구부터 공간 곳곳에 보이지 않는 디테일까지 신경 쓰는 미술관입니다. 또한 아이들이 본인의 삶과 작품, 작가, 헬로우뮤지움, 더 나아가 세상과 관계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미술관입니다. 아이들에게 열려 있는 제3의 공간으로서 헬로우뮤지움은 어떤 경험을 제공하고자 노력하는지, 공간을 운영하는 철학과 방식은 무엇인지 김이삭 관장님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아이들이 가고 싶은 미술관은 어떤 곳일까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미술관에 대해 한번 물어봤어요. 아이들은 다소 참담하지만 굉장히 솔직한 아이다운 답을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미술관은요.
첫 번째, 뛰면 안 되는 곳이고요. 두 번째, 부자들이 가는 곳입니다. 헬로우뮤지엄은 이와 같은 미술관 고유의 거리감, 특히 아이들이 느끼는 거리감을 해소하고자 4년간 새로운 미술관 형태를 만들어보고자 실험과 도전을 해왔습니다.


항상 인사하고 아이들을 환영하는 것을 제일 첫 번째 중요한 첫 단추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나누는 인사를 통해서 '여기서는 괜찮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너의 속도대로 이 미술관을 경험하면 돼'라는 것을 이야기해주죠. 이렇게 서로 인사를 나누고 나면은요. 아이들은 금세 이 미술관의 주인공으로 변합니다.



아이들이 아이답게 예술을 경험하는 제3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저희는 그저 아이들을 보며 웃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과 함께 공간을 만들었을 뿐입니다. 이런 공간은 아이가 사는 세상,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가 사는 세상을 한번 돌아보는데서 출발하는 게 아닐까요?



#누구나 #실험하고 #실패할 수 있는 과학관, 서울시립과학관

서울시립과학관은 과학이 소수를 위한 전유물이나 정복하고 도전하는 대상이 아니라 , 누구든지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대상이 되도록 노력하는 과학관입니다. 어마어마한 전시물,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의 이야기 대신 앉아서 직접 뭔가 해볼 수 있는 전시장처럼 눈으로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배우고 몸으로 익히는 과학관. 마음껏 실험하고 얼마든지 실패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이 되고자 다양하게 시도하는 서울시립과학관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보통 과학관에 올 때는 아이들은 '나는 과학자가 되겠어!' 마음을 먹고 오고 엄마들은 아이를 과학자로 키워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오거든요. 그런데 나갈 때는 의기양양이 아니라 의기소침해져서 나가요. 왜냐하면 과학관에 가보면 어마어마한 전시물들이 있고 전부 천재처럼 보이는 과학자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과학관을 지을 때 우리 과학관에는 천재들을 좀 안 보이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인슈타인 선생님을 과학관에서 빼버리기로 했습니다.



2017년 기준으로 등록된 미술관이 227개, 과학관이 135개, 도서관이 1042개입니다. 이미 135개나 과학관이 있는데 하나를 만든다면 조금 다른 것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고민했던 것이 어린이를 위한 과학관이 아니라 청소년을 위한 과학관, 보는 과학관이 아니라 보고 배우는 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하는 Doing' 과학관을 만들자고 생각했습니다.


과학관을 어마어마하게 지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아이들이 외로워지는 과학관이 아니라 모두가 한꺼번에 어울릴 수 있는 과학관. 아직까지 일상적인 공간으로써의 과학관은 없습니다. 지금부터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겠죠.




#북돋움, #숨을 수 있는, #말을 건네는 도서관, 느티나무도서관

느티나무도서관은 한 사람, 한 사람을 우주처럼 대하는 도서관입니다. 뿌리, 즉 사람에 대해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사람이 가진 힘과 가능성을 북돋아주고, 존중하며 기다려주는 공간입니다. 누구든 적절한 거리를 지켜주면서 동시에 언제든 곁을 내주는 '말 없는 환대'의 공간이자 삶을 두드리고 말을 거는 컬렉션을 만들고자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도서관입니다. 가르치지 않아서 더 크게 더 깊게 더 넓게 배울 수 있는 배움터, 세상 모든 배움을 존중하는 웅원과 북돋움의 공간, 느티나무도서관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이 공간에 들어오기만 해도 내가 되게 귀한 존엄한 존재로 느껴질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천장을 굉장히 높게 만들고 커다란 창을 두어서 밖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안에 들여다보이는 풍경을 보고 들어와 보고 싶어 지게. 그러면서 만화만 가득 있는 다락방처럼 구석구석에 숨을 수 있는 공간, 편하게 등 댈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어떨까.

이렇게 다양하게 공간으로 사람들에게 말없이 말을 거는 시도를 해왔습니다. 그러면서 아, 공간만으로 굉장한 환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책과 사람이 만나서 빚어지는 화학 작용 그리고 거기서 대여섯 살 아이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는, 저절로 숨을 죽이게 만드는 몰입의 힘. 저희는 거기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몰입이 일어나려면 필요한 게 동기더군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그냥 알아서 할 수 있는 공간, 시간. 자기들이 친구들을 모으거나 동생들을 꼬시거나 뭔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놓으니 아이들은 정말 굉장한 몰입을 발현하더군요.

저희는 그저 멍석을 까는 일만 했습니다. 우리가 좀 더 공을 들이려고 했던 건 뚝딱 무대를 빚어낼 수 있는 아이들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것,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거리였어요.



패떳부터 일일 사서까지. 여기는 아이들을 부려먹는 도서관이에요. 그것을 품위 있게 이야기하면 '곁을 준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을 돌보려고 하고 가르치려고 하고 도와주려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어떤 과업을 함께 수행해가는 파트너가 되어 달라고 청하는 거죠. 그랬더니 자기 자리를, 자기의 일거리를 가지면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미술관, 과학관, 도서관이 하나가 된 대담


진심으로 궁금해서 여쭤보는 건데요. 관장님 지치지 않으시나요?


세 분이 한 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은 만큼, 서로 간에도 여러 가지 질문이 오갔던, 즐거웠던 대담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Q. 2019년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미술관, 과학관, 도서관이 제3의 공간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까요?


이정모 관장님: "그 어느 때보다 회복 가능성이 많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요. 많이 실패하고 실패한 거를 통해서 툭툭 털고 일어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작은 실패를 늘 일상적으로 해보면 그 실패에 익숙해져서 큰 실패가 닥쳤을 때도 우리가 다시 한번 쉬었다가 일어날 수가 있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작은 실패를 해볼 수 있는 경험이 없는 거예요. 그 실패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바로 실험이라고 생각해요. 과학관이 바로 그 실패를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이삭 관장님: "미술관, 과학관, 도서관뿐만 아니라 학교 밖에 널린 다양한 공간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그런 공간들은 미술관, 도서관으로 분류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환대해주고 지켜봐 줄 수 있는 공간으로서 새로운 카테고리, 분류가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이정모 관장님: "세 개의 관이 같이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해요. 과학관은 다들 전시관으로만 생각하니까 큰 공간이 필요했는데 과학관에서 실험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큰 공간이 필요 없고 이미 있는 공간을 활용해도 좋을 것 같아요. 제일 좋은 게 도서관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도서관을 가는 사람과 과학관을 가는 사람으로 나누는 게 아니라 나는 도서관에 가서 과학활동을 할 수도 있고 미술관에 가서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이렇게 섞일 수 있는 그런 시대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박영숙 관장님: "그런 시도를 저희가 해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도서관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 바라보고 말을 주고받고 책을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눠서 영감을 주고받는 그런 지적 성장을 볼 수 있었는데요. 이젠 동시에 근육을 움직이고 손, 발을 움직여서 뭔가를 해보는, 세상에 뭔가를 만들어보고, 그게 또 먹고사는 일로 이어지는 그래서 누가 누구를 양육하고 돌본다가 아니라 서로를 같이 돌보면서 살아갈 수 있는 이런 꿈을 꾸기 시작했어요. 배움과 일상의 삶이 따로가 아니라, 도서관이 여가의 공간, 교양의 공간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내가 필요한 정보를 얻고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받고 길을 찾는 그런 공간을 향해 시도하고 있습니다."



Q. 도시마다 헬로우뮤지움, 서울시립과학관, 느티나무도서관 같이 넘나들 수 있는 공간이 생기려면 사회에 무엇이 필요할까요?


박영숙 관장님: "더 이상 저 같은 사람들을 특별한 사례처럼 소개할 일이 없어져야 합니다. 저는 제3이라는 말 되게 좋아하거든요. 제3이라는 게 주류에서 벗어나 있다는, 벗어나 있기 때문에 자유로울 수 있고 마음대로 뭔가를 상상하고 시도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정말 제3에서 그동안 모색해왔던 것이 주류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래를 그려갈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김이삭 관장님: "더 좋은 방식에 대한 갈망, 그리고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꼭 필요한 것 같아요. 더 편한 것, 효율적인 것이 아니라 더 바람직한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들이 전반적으로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런 선택에 대해서 서로 지지해 주고 응원하는 그런 장이 있다면 더 빨리 혁신적으로 바뀔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정말 제3에서 그동안 모색해왔던 것이 주류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래를 그려갈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사진: 917 스튜디오 주현동

글: C Program Play Fund 김정민 매니저



포럼에서 오갔던 전체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속기록을 준비했습니다.


>> 속기록 다운로드 신청하기: http://bit.ly/제3의공간_기록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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