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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 SAW Jun 11. 2019

여행을 떠나게 만드는 풍경

[아이와 가기 좋은 제3의 공간]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아이와 가기 좋은 제3의 공간]에서는 김남매 엄마이자 리틀홈 COO, 이나연 님이 직접 가보고 고른 다양한 공간을 소개합니다.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놀이터 중에서 익숙한 공간이지만 새롭게, 다르게 놀아볼 수 있는 공간이나 미술관 + 놀이터, 박물관 + 공원처럼 여러 공간이 결합되어 있어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 방법을 바꿔가며 다양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합니다.



우리 가족에게 여행은 가장 손쉬운 놀이다.



여행의 이유


우리 가족에게 여행은 가장 손쉬운 놀이다.


나에겐 티도 안나는 집안일에 삼시세끼 챙겨 먹고, 쉴 새 없이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하는 것에 비하면 여행 계획을 세우고, 짐가방을 꾸리고 몇 시간씩 운전하는 수고는 일도 아니다. 우리나라는 아담하여 동서남북 어디로든 몇 시간만 달리면 산과 바다를 만날 수 있고, 정 힘들면 언제든 집으로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에 육아로 점철된 일상이 답답해질 때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일단 떠난다. 여행 충동은 습관이 되고, 어느새 일이 되었지만 대단한 목적지를 향하지 않아도 일상 공간에서 잠시 떨어진다는 사실만으로 여행은 여전히 그저 좋다.


밖에 나가면 고생이라고, 잦은 여행에 아이들이 힘들지 않을까 염려가 없진 않았지만 단조로운 집 안에서의 놀이보다, 변화무쌍한 공간과 살아있는 경험을 만날 수 있는 여행을 놀이로 즐기는 아이들의 여유롭고 자유로운 품새를 볼 때면 떠나지 않을 재간이 없다.


자연에서 마주친 작은 것 하나하나가 놀이가 되는 순간


여행의 이유가 차고도 넘치니 그간 우리나라 곳곳을 참 많이도 돌아다녔는데 문득문득 그리워지는 곳은 어김없이 자연이다. 어쩌면 나는 푸른 숲, 너른 초원, 반짝이는 물가를 노닐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기 위해 그렇게 여행을 떠나는지도 모르겠다. 자연만큼 아이들에게 어울리는 공간이 또 있을까?


놀듯 쉬듯 자연을 오롯이, 자연스럽게 느끼는 아이들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이라는 주제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장면 역시 자연 속에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알록달록한 인공 구조물을 벗어나 정해진 놀이의 방법을 따르지 않고 사방팔방으로 뛰고 구르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받아주는 언덕, 숲, 초원, 바다. 이 모든 것을 한 곳에서 누릴 수 있는 곳이 있다면 한 번쯤 떠나봄직 하지 않을까? 내겐 언제나 그리운 곳, 충남 태안군에 위치한 신두리 해안사구를 소개한다.




사구 이해하기


신두리 해안사구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특별한 자연지형이다. 직접 가보기 전엔 황량한 풍경일거라 지레짐작하곤 아이들에게도 사하라 사막 같은 곳에 가는 거라 몹쓸 정보를 흘렸다. 다행스럽게도 해안사구 탐방로에 들어서기 전 입구의 사구센터에 먼저 들렀는데, 그곳에서 사구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사구에는 어떠한 생물들이 살고 있는지를 배우면서 나의 초라한 지식을 조용히 리셋할 수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이는 해안사구를 위해 꼭 들려야 할 필수코스


사구의 형성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식물이다. 바닷바람에 실려 날아온 모래는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고 뿌리내린 식물들에 걸려 쓸려내려가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쌓여 언덕을 형성한다. 모래에 파묻히지 않고 강한 바람에 견디며, 소금기에도, 물을 머금지 못하는 땅의 성질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식물종이어야 이곳에서 버틸 수 있기에 사구에 자생하는 식물들은 정말 특별하다.


해안사구로 나가 숨은 자연 찾기를 해보면 어떨까?


우리는 탐방에 앞서 사구센터를 둘러보며 갯메꽃, 갯방풍, 갯그령 등 사구식물들의 생김과 이름을 익히고, 달랑게, 개미귀신, 황조롱이, 고라니 등 사구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의 스탬프를 찾아 찍었다. 여린 듯 싱그러운 사구의 향기까지 맡고 나면 탐방 준비는 끝! 이제 진짜 사구를 만나러 간다.


처음 보는 사구와 금세 친해지는 아이들


이제 진짜 사구를 만나러 간다.




사구 생물 탐방 – 해당화가 곱게 핀 바닷가에서


사구 탐방로는 코스의 길이에 따라 A, B, C로 나뉘는데 어느 길로 가든지 언제든 돌아나갈 수 있도록 길이 잘 되어있으니 너무 고민하지 않고 출발하면 된다. 모래사막 같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수평선과 지평선의 경계가 뒤섞이는 완만한 언덕 위로 크고 붉은 해당화가 그득히 피어 맞이하는 사구의 첫인상은 초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신비로웠다. 모래땅 위에 핀 이토록 탐스러운 꽃이라니! (해당화는 5-7월 개화한다.) 바람을 타고 번지는 해당화 향기를 맡으며, 그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으려니 해당화가 곱게 핀 바닷가를 노래한 오래된 동요가 절로 흘러나온다.


흐드러진 해당화가 사구를 만나러 가는 길을 반겨준다.


해당화뿐 아니라 사구 곳곳에서 식물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는 보물이라도 찾은냥 반가워 걸음을 멈추고 가이드북을 뒤적이며 한참이고 눈을 맞췄다. 모래에 함정을 파고 먹이를 기다린다는 개미귀신을 발견했을 땐 그 길을 오가던 모두가 수선을 떨며 모여들기도 했다. 한 시간 반으로 예상했던 탐방은 어느새 기약 없이 길어지고 있었다.


사구센터에서 봤던 식물을 사구에서 발견할 때의 기쁨이란!
모래 속 개미귀신을 신기하게 바라보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고만다.


아이들이 지친다 싶으면 마른 나뭇가지와 긴 풀잎을 엮어 요술봉, 총, 칼 등을 만들어준다. 자연에 오래 머물고 싶어 장착하게 된 나름의 노하우인데 작은 자연물 장난감에 약간의 상상을 더하는 것으로 아이들은 놀아도 놀아도 아쉬운 자연의 마법에 걸려들고 만다. 



작은 자연물 장난감에 약간의 상상을 더하는 것으로 아이들은 놀아도 놀아도 아쉬운 자연의 마법에 걸려들고 만다.



마음에 새기는 풍경 – 자연과 아이들


오르막인가 싶으면 내리막이 나오고, 초원인가 싶으면 소나무 숲이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사구의 탐방로는 걷는 내내 가슴을 뛰게 한다. 사구의 매력에 빠져 탐방로 산책이 세 시간을 넘어가던 무렵, 길 너머로 해무가 자욱한 바다가 살짝 엿보이자 길게 자란 풀숲을 헤치며 두 아이가 내달리기 시작했다. 꽤 긴 시간 먼 거리를 걸어와 지칠 만도 하건만 생생한 힘과 희열이 다시금 솟아난 듯 거침이 없었다.


내 아이들의 모습은 언제나 예쁘지만, 자연과 아이들이 만나는 순간은 가슴이 뛰어 숨을 고르기 위해 멈춰서야 할 만큼 유독 벅차다. 아이들이 자연 속으로 뛰어들어갈 때마다 나는 그들에게 넉넉한 시간을 주고 멀찍이 떨어져 오래오래 그 풍경을 눈과 마음에 새긴다. 연신 카메라 셔터만 눌러댈 수밖에 없는 순간, 두고두고 추억할 한 순간은 그렇게 불현듯 찾아온다. 다시금 여행을 준비하게 만드는 순간 말이다.


아이와 풍경, 스치는 바람까지 눈과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은 순간


두고두고 추억할 한 순간은 그렇게 불현듯 찾아온다. 다시금 여행을 준비하게 만드는 순간 말이다.



자연의 문을 두드리다


도시의 깔끔하고 편리한 생활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자연에서 뛰어노는 일은 낯설고 어렵다. 아이를 자연과 만나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먼 곳까지 달려갔는데 정작 아이가 심심하다, 힘들다, 더럽다, 무섭다 눈치 없는 투정을 해대는 통에 실망했다는 얘기를 숱하게 들었다.


솔직히 신두리 해안사구 같은 ‘쌩 자연’은 나들이 난이도가 높은 곳이다. 자연에 친밀감이 높은 아이가 아니고선 뚜렷한 놀거리, 할 거리가 없는 데다 자연보호구역 인터라 변변한 인공 쉼터 하나 없는 이곳은 그저 고되게만 느껴질 수 있다. ‘자연과 아이’라니 더없이 이상적이지만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선 키즈카페에 가는 것보다 몇 배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번번이 나들이 장소 선정에서 키즈카페가 자연에 압승을 거두곤 한다.)


모자달린 옷에 신고벗기 편한 운동화는 필수다.
자연과 놀다보니 어느새 까매진 아이의 발


모자와 바람막이 등 날씨에 맞는 복장을 갖추고, 아이들의 흥미를 북돋을 수 있도록 해당 장소에 관한 지식을 필수적으로 섭렵해야 한다. 무엇보다 작고 심심한 것에 눈과 귀를 모을 수 있는 호기심과 열린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기르기 위해선 자연과의 잦은 만남이 필요하다. 말장난 같지만 자연에서 놀아본 아이여야 자연에서 놀 수 있다는 얘기다.



자연에서 놀아본 아이가 자연에서 놀 수 있다.


자연이 아이들의 제3의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으려면 켜켜이 쌓인 저마다의 경험치가 필요하다. 깔끔 떨고 무서워해선 자연에서 놀 수 없다. 흙투성이가 되고, 신발이 흠씬 젖고, 풀잎에 손이 베이고, 벌레에 물리면서 아이들은 자연과 친밀해진다. 사실 자연은 꽤 까다로운 친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자연의 문 앞에 데려다주는 것, 그리고 그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것, 그래서 자연이라는 멋진 친구를 사귈 수 있게 해주는 것, 나는 이것이 부모가 줄 수 있는 가장 멋진 선물이라 믿는다.


 

자연이라는 멋진 친구를 사귈 수 있게 해주는 것, 나는 이것이 부모가 줄 수 있는 가장 멋진 선물이라 믿는다.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주소: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산 263-1

운영 시간: (3-10월) 09:00 ~ 18:00, (11-2월) 09:00 ~ 17:00

 

나연 님이 추천하는 <신두리 해안사구 나들이 꿀팁>

사구를 탐방하기 전에 사구센터부터 들르는 것이 좋다.

사구센터에 비치된 어린이용 가이드북을 꼭 챙기자. 사구에 살고 있는 생물들에 관한 정보가 담겨 있어 이를 참고하면 탐방로를 걷는 길이 한층 즐겁고 유익하다.

사구센터 내부에 유아 모래놀이체험장이 마련되어 있다. 7세 이하만 이용할 수 있으며 점심시간엔 운영하지 않는다.

사구 탐방로에는 솔숲을 제외하곤 그늘이 거의 없다. 햇빛을 가릴 수 있는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한낮을 피해 탐방하는 것이 좋겠다.

사구는 천연기념물로 우리 모두가 보호해야 할 소중한 자연유산이다. 사구 내에서 음식물을 섭취하거나 쓰레기를 버리지 않도록 주의하자.

사구 탐방로는 바다와 맞닿아 있다. 모래놀이, 물놀이를 하게 될 것을 대비하여 여벌 옷이나 수건을 챙기면 마음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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