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매 엄마이자 리틀홈 CCO 이나연님과의 인터뷰
[People we see]에서는 Play Fund가 만난 다양한 사람들을 소개하고, 함께 나눈 대화를 전합니다. 일상적으로, 업무 차원에서, 사적으로, 혹은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함께 나눈 생각과 순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현실은 내 아이가 무얼 좋아하는지 보다도 "그거 좋았대"라고 얻은 정보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아이에 대해 떠올려보면 마치 씨가 숨겨진 큰 화분을 선물받은 것 같거든요. 선인장인지 느티나무인지 알아야 맞는 비료, 물을 주는데 어렸을 때는 표현을 못하니까 어떤 씨앗인지 알 수 없죠. 선인장인데 물을 많이 주면 오히려 죽을 수도 있으니까, 묘목으로 자랄 때까지 시간을 주고 여지가 있는 경험을 통해 아이가 스스로 표현하도록 도와줘야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산에 가면 제일 튼튼하고 마음에 드는 나무 막대기를 줍는 것부터 시작해요. 아이가 잘 놀 수 있는가는 아이의 성향, 컨디션, 날씨 등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거든요. 그렇지만 아이가 어떻게 놀든 엄마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고, 여기서 어떻게든 재미를 찾아야 한다는 무언의 약속과 책임감을 느끼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우리는 여기서 무조건 반나절을 보내야 한다. 후퇴는 없다"고 생각하면 어떻게든 놀게 되거든요. 리틀홈 엄마들은 컵에 물만 부어도 새로운 놀이가 시작되기 때문에 일회용 컵을 버리지 않고 항상 챙겨요."
리틀홈을 아시나요? 리틀홈은 모든 아이들을 행복하게 키우자는 마음으로 센스 있는 엄마, 아빠들이 함께 모여 만들어가는 육아정보 애플리케이션인데요. 아이와 어디를 가면 좋을지, 무슨 책, 장난감을 사면 좋을지 등등 좋은 엄마 아빠가 되기 위한 고민과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소중한 서비스입니다 (리틀홈 페이스북). 김남매 엄마이자 리틀홈의 CCO로 활동 중이신 이나연 님을 만나 리틀홈과 나연님의 육아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과연 나연님은 두 아이와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을까요?
Q. 리틀홈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첫째와 둘째 사이 기간이 15개월 밖에 안되어서 아무것도 못하는 소모적인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무작정 아이 둘을 차에 태우고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어요. 제가 미술 전공이라 갤러리, 박물관에 갔는데 생각보다 아이들이 잘 놀더라고요. 그걸 보던 남편이 아이와 다니면서 좋았던 정보를 어딘가에 올려서 공유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고 콘텐츠가 모이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혼자 다 올렸는데 주변 친구들도 함께 하고 정보를 찾는 엄마들이 모이면서 커졌어요. 대부분 놀이에 극성인, 아이들을 다르게 놀리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부모님들이에요.
Q. 다르게 놀리고 싶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키즈카페도 좋은 곳은 좋지만 예전엔 강남에 가든 강북을 가든 키즈카페가 모두 똑같았어요. 똑같은 교구에 볼풀이 있고 부엌놀이를 하는 싱크대가 있고.. 다 똑같더라고요. 아이들이 아무리 기발하다고 해도 계속 같은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놀이의 방법이 정해져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게 싫더라고요. 아무것도 없는 곳을 가서 놀이하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Q. 리틀홈에서 이야기하는 좋은 경험이란 무엇일까요?
좋은 경험이란 굉장히 주관적인 것이죠. 저의 경우에는 아이들이 개입할 여지가 많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이 곳에서는 이렇게 해야 해”가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하지?"부터 생각할 수 있는 경험, 체력적이든 심리적이든 기존의 경험보다 조금 더 올라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경험이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아이들과 한라산에 갔을 때 윗세오름까지 올라갔어요. 아이들은 올라가면서 이게 뭔지도 모르기 때문에 내가 여기를 올라갈 수 없다는 생각조차 못해요(웃음). 당시에 아이들이 첫째는 6살, 둘째가 4살이었는데 좋았던게 아이들이 오르는 걸 보고 내려오시는 분들이 정말 끝도 없이 응원을 해주셨어요. “너희들 참 대단하다” “너희들 어떻게 여기까지 왔니” 등등 불특정 다수에게 격려와 응원을 받았죠. 미끄럼틀을 탔다고 환호하진 않잖아요. 이렇게 많은 지지와 응원을 받는, 정말 소중한 경험을 한거죠.
지금도 아이가 한라산에서 사발면을 먹었던 게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라고 이야기해요. 물론 내려올 때는 앞으로 자기는 5년 동안 한라산을 오지 않겠다고 이야기했지만 그 다음 해에 또 갔죠(웃음). 성취해볼 수 있는 경험의 가능성으로 보면 아이들이 수학을 100점 맞을 수 있는 확률보다 윗세오름까지 올라가는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해요. 그 뒤로는 저도 학습이 되어서 아이와 가기 좋은 국립공원 코스를 찾게 되었습니다.
Q.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을 찾고 싶은데 팁이 없을까요?
리틀홈에 정보가 무궁무진하게 많지만 정작 무엇부터 검색해야 할지 어려운 분들이 계셔서, 지역별로 꼭 가보면 좋을 곳들을 모아 놀이지도를 만들었어요. 자연, 동물 등 경험의 다양성을 고려하고 경제적 부담이 크지 않으면서 접근성이 좋은 곳들로 엄선했습니다. (놀이지도에 대한 자세한 내용: 클릭)
Q. 아이들과 어떻게 시간을 보내세요?
아이들은 혼자 시간도 잘 보내고 창의적일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직접 놀아주기 보다 아이가 엄마에게 물어보지 않고도 물건을 꺼낼 수 있도록, 혼자서 사고를 칠 수 있도록 배치하는데 신경을 많이 썼어요. 물감을 우연히 바닥에 짜면 그 때부터 놀이가 더 즐거워지고 놀이 시간도 길어지지만, 엄마가 매번 컨트롤하는 상태에서 물감 놀이를 해야 한다면 종이에 몇 번 끄적이고 끝나요. 우리 엄마는 이런 것도 용납해주는구나를 깨달으면 혼자 놀기 시작해요. 오히려 엄마가 모를 때 다른 차원의 문이 열린달까요?
저희 아들은 장난감, 기차, 도로를 좋아하는데 저는 항상 어떻게 꽂아도 길이 되고, 다리가 될 수 있는, 조립이 쉬운 장난감을 사요. 그러면 아이가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할 일이 줄어들고 아이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나거든요. 조작이 어려운 장난감이라거나, 노는 방법이 정해진 장난감은 오히려 애들을 못 놀게 하는 것 같아요.
Q. 밖에서 놀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반드시 허름한 옷을 입혀요. 옷이나 신발은 비싼 걸 사주면 그걸 입는 순간 엄마 스스로가 구속이 되거든요. 그리고 밖에 나갈 때나 여행을 갈 때, 만들기 도구나 그림 도구는 챙기지만 포켓몬 게임은 챙기지 않아요. 밖에 나가면 다른 시도를 해볼 수 있도록, 아무것도 없으니까 무언가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저는 산에 가면 제일 튼튼하고 마음에 드는 나무 막대기를 줍는 것부터 시작해요. 아이가 잘 놀 수 있는가는 아이의 성향, 컨디션, 날씨 등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거든요. 그렇지만 아이가 어떻게 놀든 엄마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고, 여기서 어떻게든 재미를 찾아야 한다는 무언의 약속과 책임감을 느끼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우리는 여기서 무조건 반나절을 보내야 한다. 후퇴는 없다"고 생각하면 어떻게든 놀게 되거든요. 리틀홈 엄마들은 컵에 물만 부어도 새로운 놀이가 시작되기 때문에 일회용 컵을 버리지 않고 항상 챙겨요.
Q. 엄마가 놀이의 좋은 화두를 던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물꼬를 터주는 것이 중요해요. 어떤 행위를 하자고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게 아니라 생각을 시작할 수 있게 건드려주는 것은 엄마가 해야 하거든요. 그러려면 엄마가 오랜 시간 아이와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관찰해야해요.
예를 들면 마스킹 테이프를 사줬는데 아이가 전혀 안 놀고 "우리 아이는 로보카폴리 소방차만 좋아해요"라고 하시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소방차와 테이프를 연계해서, "여기 불이 났는데 소방차까지 길이 없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라며 물꼬를 터줄 수 있어요. 그러면 아이는 마스킹 테이프로 소방차부터 불이 난 곳까지 길을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거든요. 마스킹 테이프를 던져주고 "놀잇감이니까 놀아봐"하면 어떤 아이도 놀 수 없지만 한번 경험을 쌓으면 다른 걸 시도해볼 수 있죠. 그 처음, 첫 경험과 물꼬는 아이들이 혼자 찾아내기엔 어려워서 엄마가 해줄 필요가 있어요.
그런데 정작 현실은 내 아이가 무얼 좋아하는지 보다도 "그거 좋았대"라고 얻은 정보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아이에 대해 떠올려보면 마치 씨가 숨겨진 큰 화분을 선물받은 것 같거든요. 선인장인지 느티나무인지 알아야 맞는 비료, 물을 주는데 어렸을 때는 표현을 못하니까 어떤 씨앗인지 알 수 없죠. 선인장인데 물을 많이 주면 오히려 죽을 수도 있으니까, 묘목으로 자랄 때까지 시간을 주고 여지가 있는 경험을 통해 아이가 스스로 표현하도록 도와줘야한다고 생각해요.
Q.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적극적으로 아이들이 무언가를 스스로 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기회가 된다면 정글의 법칙 같은 캠프를 해보고 싶어요. 아이가 와이키키 갔을 때 자기가 낚시를 해서 손질해서 구워 먹는 원초적인 경험을 굉장히 하고 싶어 했거든요. 아이가 땅을 파본다거나 불을 붙여본다거나 자기 힘으로 해보는 경험을 어떻게 해볼 수 있을지 생각을 하고 있어요. "뭐든지 내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경험이죠.
한라산을 올라가는 게 전교 1등을 하는 것보다 성취감을 얻는 훨씬 쉬운 방법이에요. 불을 피워보고 물고기를 잡아보는 것도 아이가 크면서 얻는 어떤 성취보다도 쉬운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요즘 아이들은 중학교 때 이미 실패의 경험이 너무 많고 자기는 안된다고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은 너무나 다양한데, 더 쉬운 경험도 많은데 어렸을 땐 공부가 전부인 것 같거든요. "나 혼자 불을 피워 봤다"는 어렸을 적 경험이 아이에게 엄청난 자긍심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스케일을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리틀홈에서 최근에 공룡을 테마로 우리나라를 여행하는 공룡 지도를 만들었는데, 이거 만드느라 전국에 있는 우리나라 공룡 박물관들을 다 돌아봤어요. 공룡이야말로 스케일을 상상해보는 게 중요한데 아무리 책을 보면서 "아파트 3층 정도 높이래"라고 이야기해도 상상하기 어렵거든요. 오히려 책을 보면 상상을 잘할 것 같지만 "이렇게 큰 발자국을 봐" 라며 실물을 봤을 때 저희 아이들은 더 상상을 잘하는 것 같아요. 퇴적암, 화석암 같은 개념도 공룡 발자국으로 설명해주면 개념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돼요. 자연스럽게 과학이나 역사를 공부로 느끼지 않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접하는 것 같아요.
Q. 나연님이 좋아하시는 놀이 장소를 추천해주신다면요?
기흥에 있는 만골 근린공원이요! 근린공원이라 공짜고 놀이터 스케일이 달라요. 놀이터 자체가 특별하진 않지만 여러 놀이 시설들이 모아져 있다는 것만으로 보는 순간 아이들이 난리 나거든요. 그리고 도서관도 바로 옆에 있어서 몸으로 뛰어놀다가 지치면 도서관에서 책도 읽을 수 있어서 좋아요.
삼청공원 놀이터도 도서관, 놀이터, 공원이 다 함께 있어서 좋아요. 아이들은 엄마의 기대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1시간 놀다가도 싫다고 할 수 있어서 놀이를 전환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곳이 시간을 오래 보내기엔 더 좋은 것 같아요. 엄마 입장에서는 큰 맘먹고 준비해서 나들이 갔는데 아이가 잘 놀지 못하면 선뜻 다음 나들이를 계획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한 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 게다가 무료이거나 가격이 저렴하면 베스트인 것 같아요.
Q. 혹시 나연님이 좋아하시는 키즈카페도 있나요?
이천에 플레이즈라는 곳을 좋아해요. 평소에 접할 수 없는 종류의 신체활동을 할 수 있는 실내놀이터거든요. 키즈카페에서 소꿉놀이를 하는 건 의미가 크게 없는데 외나무다리를 건너거나 트램펄린을 뛰거나 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게다가 각 구역마다 아이들을 케어해주는 선생님들이 계셔서 정말 좋아요.
아이라는 씨앗이 싹을 틔우고 묘목이 될 때까지 잘 기다려주고 아이의 성향과 취향에 맞는 물과 비료, 햇볕을 주는 나연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정원사 부모"가 떠올랐습니다. 어렸을 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상 속 다양한 경험을 발굴하는 모습. 집안 곳곳 사소한 물건 배치까지 아이가 스스로 시도할 여지가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 놀이의 물꼬를 터주기 위해 꼼꼼히 아이를 관찰하는 모습까지. 짧은 인터뷰지만 Play Fund가 만들고 싶은 아이들을 위한 좋은 경험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풍성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아이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작은 기회를 만들어준다면 어떨까요?
아이와 꼭 가봐야 할 우리나라 놀이지도 : 부산│광주│대구│대전
이 뿐만 아니라 목수 부모와 정원사 부모 이야기, 엄마 연구자의 동네 연구 이야기, 서울숲놀이터, 북서울 꿈의숲, 서대문자연사박물관 1박 2일 캠프 등 아이와 함께 가보면 좋을 공간이나 읽어보면 좋을 흥미로운 콘텐츠가 매주 목요일 여러분의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지난 4년간 어린이를 위한 열린 공공 공간과 놀이 환경에 투자해 온 C Program이 엄선한 정보를 놓치지 마세요. 이번 주 목요일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구독을 원하신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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