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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 SAW Oct 16. 2018

헬로우뮤지움 에듀케이터가 추천하는 미술관을 즐기는 방법

[People we see] 아이와 작품, 미술관을 이어주는 에듀케이터

[People we see]에서는 Play Fund가 만난 다양한 사람들을 소개하고, 함께 나눈 대화를 전합니다. 일상적으로, 업무 차원에서, 사적으로, 혹은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함께 나눈 생각과 순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헬로우뮤지움을 오실 때 작품을 전부 보겠다는 부담을 버리고 오셨으면 좋겠어요. 대신 작품 하나를 보더라도 작품에 있는 요소들을 숨은 그림 찾기 찾듯이 찬찬히 아이와 함께 들여다보세요. 그러면서 아이가 작품에서 느끼는 감정을 계속 표현해보도록 유도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이가 본인의 삶과 작품을 연계해서 생각해보도록, 예를 들어 이 작품을 방에 건다면 어디에 걸고 싶은지, 왜 그런지, 이런 대화를 통해 지금 보고 있는 작품이 아이와 동떨어진 게 아니라 가까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많은 질문과 대화를 나누셨으면 좋겠습니다.”


미술관 에듀케이터라는 직업을 아시나요? “미술관”하면 큐레이터는 떠오르는데, 에듀케이터는 낯선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대림 미술관 수석 에듀케이터 한정희 씨는 본인의 책 [취미는 전시회 관람]에서 에듀케이터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미술관에서 일하는 선생님쯤으로 알려진 에듀케이터는 끊임없이 관객과 미술관 혹은 작품이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관람객과 만나 작품을 즐기는 법을 알려주는 사람들이다. 큐레이터들이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들을, 어떤 형식의 전시로 보여줄 것인가 고민한다면, 에듀케이터들은 어떻게 하면 전시가 관객에게 의미 있게 다가갈까, 어떻게 하면 즐겁게 전시와 작품을 느끼게 할까를 연구한다."
 [취미는 전시회 관람] _한정희ㅣ중앙북스 ㅣ P10


헬로우뮤지움에도 전시와 관객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에듀케이터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기계적으로 그림을 접하고 기술적인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과 친구가 되고 현대 미술을 편하고 즐겁게 만날 수 있도록 밤낮없이 고민하는 분들인데요. 헬로우뮤지움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담당하고 있는 이정빈 교육팀장님(에듀케이터)을 만났습니다.


아이들만 보면 좋아서 눈을 떼지 못하는 '기린' 선생님, 이정빈 에듀케이터


집 앞 놀이터처럼 가볍게 놀러 가는 재밌는 미술관 [헬로우뮤지움]


Q. 헬로우뮤지움은 어떤 미술관인가요?

1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국내 최초의 사립 어린이미술관이에요. 2007년 강남구 역삼동에서 시작해서 2015년에 금호동으로 이사 오면서 지금의 문턱 낮은 동네미술관이 되었어요. 어린이와 가족들에게 작품을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만지고 몸을 움직이면서 감상할 수 있도록 기획한 체험식 전시 공간이에요.


Q. 조카에게 헬로우뮤지움을 소개하신다면 어떤 미술관일까요?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재밌는 미술관이요! 아이들이 가장 잘하는 건 재밌고, 즐겁고, 신나게 노는 거잖아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어디를 간다거나 무엇을 한다고 하면 즐겁고 신나는 경험을 가장 원하거든요. 놀이터나 놀이공원처럼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은 많죠. 그런데 미술관 중에서는 그런 수식어를 가질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아요. 헬로우뮤지움이 거의 유일한 것 같아요. 가장 즐겁고 재밌는 곳이 미술관이라는 것이 아니라, 미술관도 이렇게 즐겁고 재밌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경험과 활동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Q. 헬로우뮤지움의 교육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아트동동이라는 감상 활동 프로그램입니다. 아트동동은 키즈 전문 도슨트가 90분 동안 소그룹으로 진행하는 예술감상 활동이에요. 보통 작품을 감상한다고 하면 작품의 의미나 만드는 방법, 작가의 역사 등 이론적인 부분을 설명하는 교육을 생각하실 거예요. 그런데 헬로우뮤지움은 아이들이 작품을 감상하면서 본인이 그 작품 속에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발견하고 스스로 표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문답하면서 생각을 직접 표현해볼 수 있도록, 아이들의 자율성과 예술적 감성을 끄집어내고자 노력합니다. 요새 아이들이 정형화된 틀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은데, 미술관에 와서 아트동동이라는 새로운 경험과 도슨트라는 새로운 사람을 통해 틀 밖으로 나가볼 수 있는 창구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코끼리 작품을 도슨트와 코끼리가 되어 함께 교감하며 감상하는 소울이


90분 동안 아이와 작품, 도슨트가 함께 놀면서 소통하는 [아트동동 프로그램]

 

Q. 아트동동이 이야기하는 "작품 감상"은 무엇인가요?

소통과 대화라고 생각해요. 나 자신과 작품이 소통하고 도슨트와 대화하는 것을 의미하죠. 어렸을 때 특히 상호작용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이유는 생각보다 아이들이 생각한 것을 자기 스스로 이야기하고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에요. 자신의 생각을 남 앞에서 말하고 표현해보고 타인과 의사소통하는 것은 어린 시절에 필요한, 굉장히 중요한 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Q. 소통과 대화를 왜 "미술"을 통해서 해야 할까요?

아이들의 관점에서는 미술을 매개로 하는 것이 가장 쉽다고 생각해요.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니까, 어떤 창의적인 생각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작품이 결국 작가의 창의성을 집약해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작품을 해석해서 만드는 과정에서 창의성을 같이 발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예술 작품을 만나 생각하게 되는 요소들이 아이들이 평소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미처 몰랐던 창의적인 부분을 발산하게 하는 요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아트동동은 어떻게 만드나요?

어렸을 때의 예술은 학습하거나 소비하는 대상이 아니라 즐겁게 같이 노는 대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놀이 중심의 교육 방법을 활용하고 있어요. 미술관에 신발 벗고 들어 올 수 있도록 기획한 것도 작품을 가장 즐겁고 편하게 만날 수 있도록 돕는 장치예요. 미술관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고,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자세로 작품과 소통하게 하기 위함이죠.

이와 동시에 놀이로만 치우치지 않도록, 아이들이 전시 자체의 본질에 대해 잊지 않도록 추가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고 있어요. 오히려 재미 위주로 놀이적인 부분을 만드는 건 굉장히 쉬울 수 있지만, 아이들이 그걸 통해서 작품의 의미와 전시가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어렵거든요.


Q. 놀이로만 치우치지 않도록 하는 장치라면, 예를 들어 어떤 것들인가요?
현재 진행 중인 헬로초록씨 전시를 예로 말씀드리자면, 생태나 자연과 관련해서 작품의 의미를 마음속에 깊이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그래서 손채수 작가 작품을 볼 때는 곡식을 실제로 만져보기도 하고, 곡식 카드를 가지고 그림과 맞는 실제 작품을 찾아보고 그림을 자세히 감상해보기도 해요. 작품을 본 후에는 카드에 있는 곡식의 쓰임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곡식 같은 자연물이 사람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 도슨트와 이야기를 나누죠.

곡식을 직접 만져보고 돋보기로 관찰하며 작품을 감상하는 아이들

민주 작가의 플러피 작품은 겉으로 보면 귀여운 털 뭉치의 캐릭터 같지만 사실 동물원에 갇혀 있는 동물을 형상화한 작품이에요. 자유를 잃고 굉장히 지쳐 있는, 힘없이 축 쳐져 있는 동물의 모습이거든요. 플러피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나와 다른 생명과 함께 공존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면서 플러피의 감정을 함께 공감하고 위로해주는 방법으로 감상하도록 기획했어요.

풍선을 가지고 플러피를 안아주는 경험을 하면서 작품을 감상하는 아이들


2층에 있는 작업의 목적팀 작품은 작품 자체가 쓰레기를 건져내는 놀이 활동이에요. 그래서 작품을 가지고 놀이 활동을 하기 전에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를 생각해볼 수 있도록 신경 썼어요. 자칫 작품의 놀이 활동에만 치우쳐 작가의 작품에 대한 의도를 아이들이 놓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 활동 전에 실제로 환경오염 등의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북극곰 등의 동물들의 사진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있어요. 작가는 낚싯대로 쓰레기를 건져내는 활동 자체를 어렵게 고안했는데 이는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는 것은 쉽지만 다시 깨끗한 바다로 되돌리는 일은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작품과 함께 놀이 활동을 하며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에요. 이처럼 아이들이 놀이 활동을 하더라도 작품과 전시의 본 의미를 잊지 않도록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을 먹이처럼…고통 받는 아기 북극곰들 (출처: SBS 뉴스, 링크: https://bit.ly/2OqetY5)


Q. 아트동동은 어떤 연령대의 아이들에게 좋을까요?

유치부에서 초등 저학년 친구들이 가장 많지만, 연령대별로 다르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서 모두가 즐길 수 있어요! 3~4세의 토들러의 경우, 부모님과 함께하는 수업으로 진행합니다. 언어적인 부분이 발달하면서 의사소통이 시작되는 나이다 보니, 놀이 중심으로 미술관이란 공간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3~4세 나이야 말로 미술관이라는 기관을 헬로우뮤지움으로 가장 처음 만나는 나이대잖아요. 이때 만난 인상이 향후에 아이가 미술관을 즐기는데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즐거운 기억이 많이 남도록 놀이 요소를 더 많이 신경 씁니다. 그리고 엄마와 스킨십할 수 있는 창작활동을 넣었어요. 같이 참여하는 부모님과 아이가 보다 밀접한 관계를 쌓고 함께 그림을 그리도록 하고 있어요.

반면에 초등학교 고학년은 완전 자율성을 추구하는 방향이에요. 도슨트가 이끄는 대로 동선을 짜거나 교육을 하는 것을 원치 않더라고요. 고학년이 되면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자율성을 주었을 때 규칙을 주면 잘 지키기 때문에 본인이 보고 싶은 작품을 선택해서 각자 보고 다시 모여서 이야기를 합니다. 창작 활동을 할 때는 자율성에 더욱 초점을 맞추는데요. 본래는 아트동동 키트가 있지만 고학년 친구들에겐 흰 도화지를 주고 선택해서 원하는 걸 그리도록 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장소도 본인이 원하는 작품 앞에 가서 그리는 대상도 본인이 작품으로 느꼈던 것을 무엇이든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합니다. 재료도 연필, 색연필, 물감 등 본인이 원하는 재료를 가지고 그리도록 하고 있어요.


고학년 친구들의 아트동동 활동 모습. 똑같은 흰 종이를 줘도 각기 다른 작품을 만들어내는 아이들


관객과 소통하고 대화하는 게 가장 즐거운 에듀케이터


Q. 에듀케이터로서 가장 즐거울 때는 언제이신가요?

관객들에게 피드백을 받을 때가 가장 즐거워요. 에듀케이터가 되면 아이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반응을 볼 수 있어서 살아있는 느낌을 많이 받거든요. 에듀케이터로서 제가 가장 즐거운 시간은 아이든 부모님이든 미술관을 찾아오신 분들을 직접 만나는 순간이에요. 토들러반이 아니고서는 부모님들께서 아트동동을 지켜보질 못하시니 궁금해하시거든요. 그래서 끝나기 10분 전에 부모님들과 함께 전시장 투어를 하면서 전시도 설명드리고 작품마다 아이들이 어떤 활동을 했고 왜 하는지 설명드리는데요. 어머님들께서 설명을 들으니까 어떤 의미인 알 수 있어서 좋다는 말씀을 많이 하셔서, 역시 소통,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자주 느껴요. 아트동동이 중요한 이유도 사실 그런 의미거든요. 감상 교육이니까 꼭 해봐야 하는 그런 것이라기보다 아이들이 미술관 도슨트 선생님, 에듀케이터 선생님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라서 해보았으면 해요. 작품, 전시, 미술관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위해서 아트동동을 통해 같이 대화하고 이야기 나누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Q. 최근에 가장 보람 있었던 때는 언제인가요?

얼마 전에 그룹맘으로 5세 아이들의 어머니 6~7분께서 함께 오셨었는데요. 그중 한 어머님께서 끝나고 아이랑 함께 자유롭게 관람하려고 먼저 일반 관람을 오셨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두 분이서 일반 관람을 왔을 때랑 아트동동을 하고 나서 아이의 반응이 달랐다고 하셨어요. 일반 관람을 했을 때도 작품을 보는 걸 좋아했지만, 아트동동 하고나서는 하나의 작품을 보더라도 작품 속에 담긴 의미를 엄마에게 설명해주기도 하고 "이건 플러피야" 라고 소개해주기도 하고, 우리는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거죠.  어머님께서 그 말씀을 하시면서 아이가 작품을 조금 더 깊이 있게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아트동동이 동네 가까이에 있어서 좋다고 하셨어요. 학교 숙제 때문에 의무적으로 방문하는 게 아니라 동네 안에 이런 미술관이 있어서 집 앞 놀이터처럼 와서 놀고 다른 엄마들이랑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동네미술관을 만들면서 바랬던 취지를 어머님께서 직접 이야기해주셔서 기억에 많이 남아요.


이정빈 에듀케이터가 추천하는 헬로우뮤지움을 즐기는 꿀팁


Q. 헬로우뮤지움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헬로우뮤지움을 오실 때 작품을 모두 다 보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오셨으면 좋겠어요. 간혹 미술관 갈 때 작품을 1개도 빠뜨리지 않고 다 감상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오시는 경우들이 있거든요. 그런 부담 때문에 공간을 편하게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와 함께 오시면 인포데스크에서 이 공간은 어떤 공간인지, 어디에 작품이 있는지 이런 기본 설명을 말씀드리니까, 아이와 아트동동하듯이 둘러보고, 보고 싶은 작품을 고르게 하고 작품 앞에서 이야기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아이가 굳이 작품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지하에 초록 공방에서 자유롭게 만들기를 하거나 옥상 벽에 낙서를 해본다거나 작품 외에도 자유로운 공간들이 있으니 굳이 작품을 감상하지 않더라도 자유롭게 놀 수 있게 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지하 초록 공방과 환경 단체를 소개하는 1층 대기공간의 서가 모습


그리고 지난 전시부터 대기 공간이나 미술관 구석구석 서가에 책을 많이 전시하고 있거든요. 전시 주제에 맞게 책들을 다 큐레이션 해둔 것이니, 아이와 앉아서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헬로 초록씨의 경우 집으로 돌아갔을 때 환경 보호를 위해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행동 1가지 정도는 모두가 마음에 품어갔으면 하거든요. 그래서 서가에 실천 활동을 생각할 수 있는 도서나 이런 실천을 하는 곳도 있다는 영감의 소재로서 환경 동아리나 환경 단체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그래서 아이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어떤 실천 행동을 해볼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어요.


Q. 많은 분들이 아이와 전시에 대해 대화하는 걸 어려워하시는데요. 혹시 쉽게 시작하는 팁이 있다면요?

저희 관장님께서 만드신 방법인데요. 아트동동 도슨트들을 교육할 때도 꼭 말씀드려요. 3가지 주문인데요. "터치터치 눈!" "터치터치 머리!" "터치터치 마음!" 이렇게 3가지 주문과 함께 작품 감상을 시작합니다.


알록달록 오케스트라 책을 가지고 터치터치 주문 외쳐보기


"터치터치 눈"은 시각적으로 보이는 객관적인 관찰 요소들을 말하도록 하는 주문이에요.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가지 않게, 눈에 보이는 것을 말하는 게 핵심이에요. 예를 들어 알록달록 오케스트라 책 표지를 보면서 "뭐가 보이니?"라고 물어보면 고릴라라고 할 수도 있고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고, 혹은 불고 있는 게 트럼펫일 수도, 나팔일 수도 있고, 악기라고 할 수도 있죠. 이 모든 답들은 이미 주관적인 해석이 들어간 거예요. 주관적인 해석을 배제하고 보이는 것을 무엇이든 말해보도록 한다면 이런 거죠. 까맣다. 까만색이다, 글자가 보인다, 동그라미가 붙어 있다. 만약 꽃이 보이고 있다고 하면 그것도 주관적인 거예요. 꽃이 아닐 수도 있거든요. 최대한 근본적인 대답을 할 수 있도록, 무언가가 여러 개 붙어 있는 모양이라고 대답하도록 유도합니다. 최대한 객관적인 관찰을 하도록 하는 거죠.


두 번째 주문인 "터치터치 머리"는 머리로 한번 깊게 생각을 해보는 거예요. 들고 있는 것은 어떤 걸까? 악기인지 어떤 건지, 악기라면 왜 악기를 들고 있을지, 저 공간은 어디일지, 왜 까만 배경 일지, 밤이어서 그런 건지, 무대 조명이 꺼져서 그런 건지 등등 다양한 생각을 하도록 하는 거죠. 이때부터 주관적인 해석이 조금씩 들어가면서 작품을 만나게 되죠. 마지막 주문인 "터치터치 마음"은 마음과 작품이 하나가 되어서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에요. 만약 네가 책 표지 안에 들어간다면 어떤 음악소리가 들릴까? 저 사람과 같이 있다면 뭘 할 것 같은지, 춤을 출 것 같은지, 트럼펫을 불 것 같은지? 등등의 질문을 통해 그림과 깊이 연계해서 아이의 마음, 감정을 표현해보도록 하는 거죠. 작품과 함께 하나가 될 수 있도록요. 이렇게 3단계로 문답을 하고 있어요.


부모님들께서 아이와 작품을 보며 소통하실 때 이렇게 3단계로 보지 않더라도 객관적으로 관찰하도록 유도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작품을 주의 깊게 오랜 시간 감상하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작품에 있는 요소들을 숨은 그림 찾기 찾듯이 찬찬히 함께 들여다보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아이가 작품에서 느끼는 감정을 계속 표현해보도록 유도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본인의 삶과 연계해서 생각해보도록, 예를 들어 이 작품을 방에 건다면 어디에 걸고 싶은지, 왜 그러한지, 지금 보고 있는 이 작품이 아이와 동떨어진 게 아니라 가까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많은 질문과 대화를 나누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든 부모님이든 미술관도 이렇게 즐겁고 재밌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이정빈 에듀케이터와의 인터뷰, 어떠셨나요? 이번 주말엔 아이와 함께 집 앞 놀이터를 가듯 가벼운 마음으로 헬로우뮤지움에 가서 가장 즐겁고 편안한 자세로 작품을 바라보며 아이와 대화를 나눠보는 건 어떨까요?



이정빈 에듀케이터와의 인터뷰 글, 어떠셨나요?


이 뿐만 아니라 헬로우뮤지움 아트동동 체험기, 북서울 꿈의 숲, 서대문 자연사박물관 1박 2일 캠프 등 아이와 함께 가보면 좋을 공간이나 읽어보면 좋을 흥미로운 콘텐츠가 매주 목요일 여러분의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지난 4년간 어린이를 위한 열린 공공 공간과 놀이 환경에 투자해 온 C Program이 엄선한 정보를 놓치지 마세요. 이번 주 목요일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구독을 원하신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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