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자연사박물관 "공룡 발밑에서의 하룻밤"
[Things we build]에서는 Play Fund가 진행한 혹은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프로젝트의 시작과 과정을 담은 아카이빙 콘텐츠일 수도 있고, 프로젝트 결과물을 담은 콘텐츠일 수도 있습니다. 프로젝트마다 Play Fund가 치열하게 고민했던 생각, 프로젝트로 만난 나름의 답, 풀리지 않은 숙제, 그리고 프로젝트를 확산하는 방법까지 다양한 상상과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공룡 발밑에서의 하룻밤"] 한 문장으로 미리보기
한 달에 1번, 박물관이 맘껏 뛸 수 있는 운동장이 되고 거대한 공룡 밑 가족 캠핑장이 되고 아침 산책길이 되는 특별한 경험
밤이 되면 박물관의 공룡과 표본들이 살아 움직이는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를 보셨나요? 깜깜해지면 티라노사우르스(엄밀히 말하면 티라노사우르스의 골격) 렉시가 살아 움직이며 래리를 깜짝 놀라게 합니다. 이 영화를 본 아이들이라면 박물관에 들어서는 발걸음부터 다를 것 같은데요, 박물관은 지루하고 조용하게 무언가 받아 적고 외어야 하는 공간이 아닌 상상의 여지가 넘치는 공간이 되어있을 것입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박물관은 뉴욕에 있는 미국 자연사박물관(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이 박물관에 버금가는 박물관이 있습니다. 바로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입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2003년 국내 최초 공립 자연사박물관으로 개관하였습니다. 박물관은 서대문구 연희동 안산 자락에 위치해 있습니다. 박물관에 내리면, 자연휴양림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상쾌해집니다. 이제 가을이 되었으니 도심에선 보기 드문 멋진 단풍을 볼 수 있겠네요.
박물관은 3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 중앙홀인데요, 이 중앙홀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중생대 공룡과 익룡의 골격, 그리고 엄청 큰 향고래 모형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3층 지구 환경관은 지구의 형성과정을 비롯하여 지각의 구성 및 변화과정을 볼 수 있고, 2층 생명 진화관은 지구 상의 다양한 생물들의 탄생과 멸종, 현재 살고 있는 다양한 생명체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1층의 인간과 자연관은 조금 더 현재와 밀접한 환경문제와 우리 주변의 자연에 대한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국내 박물관에서는 드물게 6명의 전문 학예사가 근무하며 전시 콘텐츠의 전문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에 숨은 공간 두 곳을 더 소개하고 싶은데요, 3층 전시실 옆 야외 테라스에 공룡공원과 박물관 메인 건물 바로 옆 주차장 계단에 설치된 공룡 미끄럼틀입니다. 왠지 설명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를 만한 공간이라는 건 아실 것 같습니다. 특히 공룡 미끄럼틀은 아이들이 항상 줄 서서 타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또 어린이 대상, 청소년, 일반 성인 대상, 가족 대상, 학교 대상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목요일에 열렸던 시민강좌는 대중매체에서도 활약하고 계시는 멋진 연사분들이 진행하실 정도로 양질의 강좌가 많이 열리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곳을 대한민국 박물관의 꽃, 서대문자연사박물관으로 부르곤 합니다.
이런 멋진 박물관에서 매달 셋째 주 토요일, 특별한 캠프가 열립니다. 바로 “공룡 발밑에서의 하룻밤” 캠프입니다. 13~14개의 가족 참가자들이 거대한 공룡 밑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냅니다. 토요일 박물관이 문을 닫고, 일요일 박물관이 문을 열기 전까지 가족들에게 박물관은 특별한 공간이 됩니다. 이때는 뉴욕의 자연사 박물관이 부럽지 않습니다.
영화에서처럼 공룡이 살아 움직이진 않을까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아이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웁니다. 아이들에게 박물관은 언제 어떤 모습이 될지 모르는 살아 숨 쉬는 공간이 됩니다.
캠프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은 박물관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입니다. 박물관 캠프의 메인 프로그램은 ‘런닝맨'입니다. 런닝맨을 하기 전 공간 곳곳에 대해 눈여겨본 아이들은 런닝맨을 하며 전시관 곳곳을 정말 열심히 뛰어다닙니다. 박물관에서는 전혀 상상도 못 할 일이었죠. 박물관을 뛰어다니며 아이들은 공간에 대해 친숙함을 느끼게 됩니다.
문 닫힌 박물관에서 가족들은 서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냅니다. 최근에 온전히 가족들과 보낸 시간을 떠올려 비교해보면 박물관에서 보내는 시간은 꽤 오랜 시간입니다. 특히 아빠들의 표정 변화는 눈에 띕니다. 아이들 손에 이끌려 귀찮은 듯 오셨다가 게임을 할 때의 적극적인 모습을 발견할 땐 같은 분이신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유난히 게임에서 두각을 보이며 부모님들을 리드해가는 아이들을 보자면 괜히 자랑스럽습니다. 이렇게 서로가 갖고 있던 다른 모습들을 만나면서 오롯이 가족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이지요. 아마 텐트에서 가족이 함께 자는 경험도 평범한 가족에겐 낯선 경험일 것입니다.
자연사 박물관에서 표본을 보며 자연사를 만나지만 진짜 자연을 만나기도 합니다. 일요일 아침, 날씨가 좋으면 다 같이 안산 자락길로 산책을 갑니다. 넓은 데크를 만나면 훌라후프도 돌리고 간단한 게임도 합니다. 하룻밤 사이 짧은 시간이지만, 박물관 안팎을 오가며 즐거운 경험을 합니다.
씨프로그램에선 2015년부터 이 프로그램이 매달 진행될 수 있도록 후원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지켜보면서 국내에 있는 다른 박물관에도 확산하고 싶었습니다. 박물관분들도 같은 생각이셨죠. 진행해보니 생각보다 더 참가자들의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기꺼이 확산의 주체가 되어 주셨습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이미 노하우가 쌓였으니, 그 노하우를 다른 박물관에 전수해주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박물관분들의 노력으로 2016년에는 익산에 있는 보석박물관에서 박물관에서의 하룻밤 캠프가 진행되었고, 2016년부터 매년 여름 일반인들에겐 열어주지 않는 소백산 천문대에서 과학에 관심 있는 친구들에게 하룻밤을 열어주시기도 합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더 많은 곳에서 진행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캠프는 박물관에서 일하시는 직원분들의 엄청난 노고로 운영됩니다. 캠프가 진행되는 동안 직원분들은 주말에 박물관에서 밤을 지새우며 공간을 지키셔야 합니다. 행여 안전 문제라도 발생할까 봐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와중에 눈에 불을 켜고 아이들을 지켜봅니다. 잠자리가 덥거나 춥지 않도록 온도에도 신경 쓰고 비가 오면 이틀째 프로그램을 대체할 프로그램도 생각해두셔야 합니다. 가족들이 먹을 저녁, 간식, 아침메뉴까지 꼼꼼히 챙기시는 것도 직원분들 몫입니다. 이런 자잘하지만 위험부담이 있는 일을 기꺼이 해주실 직원분들이 계셔야 이 캠프는 진행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분들이 없으면 캠프는 진행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만약 캠프에 참석할 기회가 생기신다면 직원분들께 따뜻한 인사 한마디 건네주세요.
다음 캠프는 2019년 3월에 시작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서대문자연사박물관 홈페이지 (https://namu.sdm.go.kr) 공지사항을 통해 확인하세요. 10시 정각이 되면 신청 페이지가 오픈되는데, 정말 빨리 마감됩니다.
등록을 위한 꿀팁! 미리 회원가입 후 로그인해두셨다가 신청 링크가 오픈되면 바로 신청을 누르시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찾아가기
신촌역 2호선 3,4번 출구로 나와 서대문 03번 마을버스 탑승 후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정류장에 하차
홍제역 3호선 3,4번 출구로 나와 7738(지선버스) 탑승 후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정류장에 하차
이 뿐만 아니라 서울숲놀이터, 북서울 꿈의숲, 서울시립과학관 등 아이와 함께 가보면 좋을 공간이나 읽어보면 좋을 흥미로운 콘텐츠가 매주 목요일 여러분의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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