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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달 Apr 01. 2016

슬프도록 아름다운 몸짓

백조의 호수&라 바야데르

발레 공연은 대사가 없다. 사람들이 지루하거나 어렵게 느끼는 것이 이 때문 아닐까. 하지만 알고 보면 발레 동작 하나하나에 어떤 뜻이 숨겨져 있어 조금만 알고 보면 무척 재미있다. 


내 모든 생각과 마음을 담아 당신께 인사를 드립니다

내 생애 최초로 접했던 발레 작품 La Bayadere(라 바야데르). 공연은 해설자의 짧은 설명과 함께 시작된다. 해설자는 라 바야데르가 다른 작품과 달리 인도 춤을 표현하기 위해 일부 동작을 변형시켰다고 했다. 예를 들어 인사를 할 때도 타 작품과 달리 한 손은 이마에, 다른 한 손은 가슴에 얹는다고. 이 뜻이 바로 "내 모든 생각과 마음을 담아 당신께 인사를 드립니다"란다. 직접 동작을 보여주는 해설자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그 인사말 또한 감동적이었다.


내용은 흔히 볼 수 있는 삼각관계 로맨스다. 그러나 공연은 달랐다. 솔로르와 감자티의 결혼식 축하연 장면에서 나오는 무희들의 춤은 화려한 무대 세트와 이국적인 몸짓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환각 속에서 니키와 솔로르가 만나는 장면도 정말 '엄지 척' 할 만하다. 특히 이 장면만 따로 공연될 정도라고.


선과 악의 공존

클래식에 관심이 없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그 멜로디를 드디어 온몸으로 체험하게 됐다. 발레 Swan Lake(백조의 호수) 공연에서. 공연의 줄거리도 몰랐던 나였지만 이미 기대치는 하늘에 닿아있었다.


공연의 초반 부분은 꽤 지루했다.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작품 초반부에 나온 쿵짝쿵짝 신나기만 한 음악은 내 취향이 아니었기에. 심지어 "여긴 어디? 나는 누구?"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백조 한 마리(?)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백조의 모습은 쭉 뻗은 긴 팔이 돋보였으며 몸짓 하나하나가 아름다웠다. 한 마리의 새와 같은 몸짓이라고 하기에도 표현이 부족하다. 가녀린 허리는 뒤로 젖히고 양팔을 저~ 뒤로 내보낸다. 영락없는 백조의 몸짓이었다. 한 발로 푸드덕거리는 모양새를 흉내내기도 했다. 


'백조의 호수'에서 가장 충격적인 점은 바로 '오데트'와 '오딜'을 한 명의 발레리나가 연기한다는 것이다. 우아하고 서정적인 백조의 모습과 강렬하고 절도 있는 흑조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몸짓을 한 사람이 표현해낸다. 선과 악이 한 사람 속에 공존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다.


오직 이 순간을 위한 그들의 노력

언젠가 책에서 본 문구가 생각났다. “발레는 몸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예술이다. 아름다움은 튀어나온 살이나 굵은 팔뚝에서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것은 섬세한 쇄골과 가녀린 허리에 머문다.”     

무대 위의 주인공들. 이 날, 이 순간을 위해 최소 10년 이상을 굶고 버티며 연습해왔을 것이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이 큰 무대에서 우리가 보는 건 내용만이 아니라 지난 시간 동안의 그들의 노력과 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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