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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달 Apr 15. 2016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

슬럼프라고 하기엔 너무 파워풀

쉬고 싶을 때가 있다. 그저 마음 편한 휴식이 필요할 때가.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던 광고가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 말고도 많은 주변 사람들은 아무 걱정 없는 휴식을 취하고 싶어 하지만 쉬는 것 또한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스트레스 받으면 안 된다는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고, 아무 생각 안 해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는 것처럼. 그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고 있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고 잉어빵에는 잉어가 없듯이, 동산역에는 동산이 없다. 언젠가 기차역에서 호그와트 여행을 상상한 적이 있다. 이상한 숫자들이 쓰여 있는 한쪽 벽을 힘껏 치고 들어가면 4차원 세계로 연결되는 길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 그러나 곧 나는 기차를 탔고 아무 일 일어나지 않았다. 아쉽게도.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어딘가에서 나는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곤 한다. 아무도 모르게, 영화나 책으로 만난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어떤 날은 나도 모르는 누군가가 되기도 한다. 복잡한 내 머릿속을 마구 휘젓다가 문득 정신이 들면 다시 현실의 나로 돌아온다. 




우연히 마주친 책 속의 한 구절이 의외로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 때가 있다.


"나 아니라도 누가 하겠지 하는 마음이 사랑하는 것을 잃게 만들었다. 관심 소홀로 잃어버린 게 어찌 책방뿐일까. 추억 어린 장소나 건물, 심지어는 사랑하는 사람까지도 늘 거기 있겠거니 믿은 무관심 때문에 놓치게 되는 게 아닐까."  - 어느 책에서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면 세상이 너무 삭막하겠지. 시간이 지나며 좋은 것 나쁜 것들이 모두 추억이 되고 잊히기 때문에 새로운 행복들을 맞이할 수 있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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