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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달 Apr 09. 2016

결혼 못한 아줌마

내가 '7포 세대'라고 누가 그랬나


내 나이 스물아홉. 옛날 같으면 이미 결혼해 애를 3명 정도는 낳았을 나이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또 우리는 어떤가. 서른을 앞두고 꿈과 미래, 현실과의 괴리감에 어쩔 줄 모르며 방황하고 있다. 이런 나에게 사람들은 묻는다. 너도 7포 세대냐고.


그런 게 아니다. 나는 그냥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뿐.


학창 시절 나는 독신주의자였다. 결혼과 육아를 시작하면 여자로서의 인생은, 아니 일하는 여성으로서는 끝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부에 매달리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자기 계발하며 꿈을 키워왔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결혼에 대한 생각은 바뀌었다. 한 남자를 만나고 사랑하게 되면서 결혼이라는 것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와의 결혼을 위해 포기해야 할 것들은 많았다. 그럼에도 나는 하나씩 결혼을 위한 (마음의) 준비를 시작했다.


그런데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내 마음이 그렇게 바뀌는 동안 현실을 깨달은 내 옆의 남자는 결혼에 대한 자신이 없어졌던 것. 안 그래도 한국에서 결혼이란 둘만의 언약이라고 할 수 없다. 양가 부모님부터 사돈의 팔촌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껴안고 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기 싫어도. 그런데 이제 경제 상황이나 심지어 직업까지 결혼하려는 청춘들의 발목을 잡는다. 3포, 5포, 이제는 7포까지. 왜 지금의 청춘들을 이렇게 포기해야 하는 것이 많은가. 그저 알콩달콩 단란하게 가정 꾸려 행복하게 한 번 살아보겠다는데, 그 평범한 소망도 이루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오늘 친구 중 하나가 결혼을 했다. 어젯밤 나는 친구에게 물었다. 심정이 어떠냐고. 두근두근 하다는 말까지는 기대도 안 했지만, 엄청난 대답이 돌아왔다. 대판 싸우고 파혼하려고 했더니 그새 밤이 되었다고.(;;) 물론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 친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식장에 나타났다. 그 친구를 축복 속에 보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참 쉽게도 하는 것 같은데, 나에게는 왜 이렇게 어려운지. 나이는 아줌마가 되어가는데 결혼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이렇게 마냥 처량한 신세로 살게 되는 것 아닐까 걱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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