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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달 Apr 07. 2016

어제의 마지막 하늘

나의 하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커피 한 잔 마실 시간은 있어도 고개 들어 하늘 한 번 볼 시간은 없는 게 현실이다. 빡빡한 서울 생활 중에도 하루 한 번 하늘을 볼 수 있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고 한동안 옥탑방 생활도 했었다(사실은 월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였지만ㅎㅎ). 그런데 이게 웬 일. 퇴근 후 지친 나는 허물 벗듯 옷을 대충 던져놓고 침대와 한 몸이 되기 바빴다. 나 혼자 사용하는 옥상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누리지 못했고, 여름엔 모기와 겨울엔 매서운 바람소리와 싸워야 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야 나는 하늘을 바라 볼 여유가 생겼지만, 이미 옥탑방을 떠난 뒤였다.



하늘 색은 하늘색이 아니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하늘의 색이 하늘색인 경우는 거의 없다. 오랫동안 사진을 찍으며 느낀 점이 있다면 '자연의 신비'랄까? 언제나 고개만 들면 볼 수 있는 하늘이지만 같은 하늘은 본 적이 없다. 계절에 따라, 위치에 따라, 심지어는 내 기분에 따라 달리 보였다. 양털을 깎아놓은 듯한 뭉게구름과 핵폭탄이 터진 것 같은 기하학적인 모양까지 생김새도 다르고 색도 달랐다.



하루 한 번 하늘 보기

엄마한테서 카톡 메시지가 왔다. 비가 온다면서 아빠랑 부침개에 막걸리 한잔 하고 있다고 인증샷까지 보냈더라. 그 덕에 나는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본다.


지금 서울은 '봄'이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하다. 앞으로도 자주 하늘을 봤으면 하지만 쉽지 않을 거다. 그래도 이 글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창문을 열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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