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이 밥 먹여준다

스물아홉, 취업준비생의 사연

by 고운달

나는 취업준비생이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그런건 아니다. 세상의 축복속에 한 가정의 아기로 태어나 금쪽같은 자식으로 자랐다. 학창시절에는 개근상과 봉사상, 도덕상(?)을 휩쓸었을 정도로 성실하게, 장학금도 받으며 남부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졸업 후에는 어려움없이 만족스러운 직장도 가졌다.

좋다면 좋고 나쁘다면 나쁜 직업 기자.

"00일보 기자입니다" 한 마디로 나는 귀하신 몸이 되었고, 어디서도 무시당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지금 취업준비생이 되어있다. 그리고 나의 과거를 모르는 이들은 나를 보며 안쓰러운 눈빛을 보낸다. "그 나이에 무직이라니. 부모님이 걱정이 많으시겠네.쯧"


돌이켜보면 기자 일은 정말 흥미로웠다. 기획부터 취재, 기사작성, 취재까지 하고싶은 건 다 할 수 있었다. 단지 그만큼의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고 매체에 맞지 않는 기사들은 바로 '킬' 당했을 뿐. 내가 기자일을 그만두고 여기에 글을 쓰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어떤 매체도 나의 관심과 맞지 않았다. 그럼에도 기계적으로 글을 써내야 했다. 기자라는 이유만으로.


아직 젊은, 초보 글쟁이. 지금 나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자존심은 버리고 누구의 밑에서 그들이 원하는대로 써주며 돈을 벌어 먹고 살 것인가. 이런 말을 꺼내면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금수저가 아닌 나로서는 정말 큰 고민이다.

쉽게 결정할 수가 없다. 어떤 날은 '자존심이 밥 먹여준다'는 생각이 들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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