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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달 Apr 16. 2016

인도 여행의 끝

떠나는 이를 위하여... 흔하지 않은 바라나시 여행기

'강가(Ganga)'.  시바신의 머리카락을 타고 흐른다는 갠지스 강은 인도 힌두교도에게 가장 성스러운 강으로 꼽힌다. 힌두교도들은 이 강물에 목욕재계하면 모든 죄를 면할 수 있으며, 죽은 뒤에 이 강물에 뼛가루를 흘려보내면 극락에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광경을 직접 보고 체험해보기 위해 세계의 여행자들은 바라나시를 여행한다. 나는 종교에 큰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다. 오랜 시간 기차를 타고 도착한 바라나시의 풍경은 여느 인도 동네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도착한 갠지스강 주변은 뭔가 신비로운 분위기였다.


갠지스 강가에 시바신이 모셔져있다

(시바는 파괴의 신으로 죽음 자체를 의미하지만, 죽음은 곧 새로운 삶의 시작이기 때문에 시대에 따라 창조의 역할도 한다고.)


온갖 것들이 떠다니는 '강가'

갠지스강의 물이 목욕이나 빨래에 쓰이는 것은 물론, 식수로 쓰이기도 한다는 말에 조금 놀랐다. 내가 생각했던 (몸을 담그기만 해도 정화될 것 같은) 맑고 투명한 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본 갠지스 강에는 오만가지 동물들의 배설물과 화장터에서 나온 시신과 재, 죽임을 당한 소 머리 등 온갖 쓰레기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특히 강물에 떠다니는 소머리를 목격했을 땐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순간 몸이 얼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강에서 빨래를 하거나 몸을 담그고 기도를 했다. 남자들은 훌렁훌렁 옷을 벗고 강물에 뛰어들었으며 여자들은 사리를 입은 채로 들어가 온몸에 물을 젹셨다. 어찌 보면 괴짜라고 생각할 정도로 아무렇지 않다는 듯.



화장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

갠지스강 한쪽에 위치한 화장터, 그 앞에서 나는 여러 사람이 타 없어지는 모습을 바라봤다. 수많은 시신들이 옮겨졌고, 태워졌고, 뿌려졌다. 한쪽 편엔 장작으로 쓰일 나무가 쌓여있었고, 화장터 옆에는 소가 한 마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힌두교에서는 소를 신성시하기 때문에 마지막 떠나는 길을 위로하기 위해 옆에 소를 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 설명했듯이 힌두교도들은 갠지스강에서 화장하고 재를 뿌리면 극락에 간다고 믿는다. 화장터 근처에는 죽자마자 바로 화장을 받을 수 있도록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묵는 곳도 있다고 한다.


많은 힌두교도들이 이러한 '성스러운' 의식을 치르고자 하겠지만,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기회는 아니다. 이곳에서 화장을 할 때는 바라나시 지역에 있는 나무들만 이용하는데, 이 나무의 가격이 너무 높아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는 사람이어야 화장할 수 있다고 한다. 죽고 난 뒤 시신을 태울 나무를 충분히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시신을 반 정도만(준비한 나무가 다 탈만큼) 태우거나 아니면 가스를 사용하는 화장장을 이용한다고.


시신이 타는 모습을 꽤 오랫동안 지켜보며 충격에서 벗어날 때 즈음에는 그 냄새가 나를 괴롭혔다. 시각적 충격에서 벗어나자 후각이 깨어난 것이다. 표현할 수 없는 묘한 냄새였다.



시신을 태우는 장면을 촬영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나처럼 다큐멘터리 정신이 발동해 몰래 한 컷씩 찍어올 수 있겠지만 말이다. 나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시신이 타는 모습을 찍고 난 뒤 왠지 모를 '미안함'이 느껴졌다. 알 수 없는 이런 감정 때문에 이 사진은 어디에도 내놓지 못한 채 혼자만 간직하고 있다. 가끔 인도 생각이 나면 꺼내보긴 하지만. 그저 그의 영혼이 좋은 곳에 도착했기를 바랄 뿐이다.


강에서 값 나가는 물건을 찾는 아이들


비싼 화장 비용을 마련하지 못하는 빈민들은 시신을 그대로 갠지스에 수장시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 덕에 화장터 주변에는 뭐라도 건져보려는 아이들이 모여든다. 없는 살림에 혹시라도 좋은 물건들을 건질 수 있을까, 하루 종일 여기서 물 밑을 퍼내는 게 아이들의 일과라고 했다. 운이 좋으면 금붙이도 건질 수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은 알 수 없다. 인도인들이 화려한 액세서리를 좋아하니 아주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니겠지.



해가 떨어지며 만들어 낸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나는 그냥 셔터를 누를 뿐, 눈 앞의 모든 것들이 멋진 사진을 만들어주었다.


힌두교의 제사 '뿌자 의식(Arti Pooja)'을 보다

많은 힌두교도들이 죽음을 앞두고 찾아오는 곳인 만큼 떠난 이들에 대한 제사를 지내는 '뿌자 의식'이 매일 밤 열린다고 한다. 날이 컴컴해지자 의식 준비가 시작됐고 의식을 보러 온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았다.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서 의식을 보기 위해 강가에서 보트를 타는 사람들도 있었다. 촛대에 불을 켜자 연기가 피어오르고 의식은 시작됐다. 어떤 의미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눈을 뗄 수 없었다.



많은 나라들을 여행해 보지만 아무래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나라는 인도인 것 같다. 워낙 땅이 넓어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다양해서일까. 그들의 문화와 종교가 독특해서일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인도가 매력적인 나라임에는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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