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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진 Jun 03. 2022

토마 압스

Tomma Abts

토마 압스는 1967년 독일에서 태어나 베를린 예술대학에서 수학하고, 이십 대 중반 런던으로 이주했다. 오일 페인팅 추상화 작가로 활동하다 2006년 38세 나이로 터너상(Turner Prize)을 받았다. 미술 수업받거나 미대를 다니지 않은 수상자였다.

 

토마 압스, Feke, 2013. Private collection, New York. Courtesy of greengrassi, London.

압스는 여러 크기의 캔버스를 사용하다 48x38cm 캔버스에 정착했다. 자신만의 작업을 위한 크기는 48x38 cm이고 이 크기가 가장 편하다고 말한다. 압스가 붙이는 작품 제목들은 특이하다. 독일어 'Ert', '에베(Ebe)' 같은 이름을 사용한다.

토마 압스, Ert 2003, Acrylic & oil on canvas, 48x38cm, Boros Collection, Berlin

<Ert>처럼 압스의 그림에는 평평함과 추상화가 함께 존재한다. 자연을 묘사하거나 어떤 사건을 재해석하지 않는다. 세상을 다르게 표현한 작품도 아니다. 내러티브도 디테일한 설명도 없다. 압스는 캔버스를 처음에 아크릴로 덮는다. 그 위에 기름 페인트층을 겹겹이 쌓는다.

토마 압스, 에베(Ebe) 2005, Acrylic&oil on canvas, 48x38cm, Courtest greengrassi, London

이 작품 <에베>는 그림자가 보인다. 빛과 그림자가 함께 존재한다. 둘은 정반대의 표시로 일관된 공간 배열에서 서로 합쳐지기 불가능한 듯 직선으로 분명히 나눠 있다. 압스는 각각의 그림에 여러 가지 구성과 색깔을 다양하게 시도한다. 이 모든 시도는 어떤 공식으로 설명할 수 없다. 압스에게 그저 흥미 있는 아이디어, 재미있는 생각은 어떤 것이 된다. 느림의 미학이나 순간적인 일회성의 미학을 의도하지 않는다.

토마 압스, 엡코(Epko), 2002, Acrylic&oil on canvas, 48x38cm, Courtest greengrassi, London

압스는 기존의 추상화의 기법이나 전통을 따르지 않는다. 언뜻 보면, 현대미술의 한 장면 같아 보이지 않는다. 종이를 여러 겹으로 겹쳐 놓은 듯 시작과 끝이 어디인지 시각적으로 궁금증을 자아낸다. 압스는 "저는 시각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가지고 있어요. 색이나 모양을 만들기 시작하고 어디에서 어디까지 색과 선을 채워야 하는지 떠올리는 일은 쉬워요.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느냐, 어둡게 하느냐, 등 말이죠[1]"라고 설명한다.

압스, Moeder, 2005.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gift of Nancy Lauter McDougal&Alfred L

테이트 큐레이터 마크 고드프리(Mark Godfrey)는 "관객은 아마 '네트워크화된 세계'를 압스의 작품에서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고요한 작품은 '끊임없는 네트워킹, 의사소통, 통과'처럼 또 다른 차원의 영역을 제시한다. 선들의 구성은 끊어지면서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토마 압스, 노에마(Noeme) 2004 Oil paint and acrylic paint on canvas, 480x380mm, Tate

<노에마>는 쿤스트할레(Kunsthalle) 바젤에서 열린 압스의 첫 개인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이다. 이 전시회와 런던 그린그라시(Greengrassi)에서 열린 전시회의 영향으로 압스는 터너상(Turner Prize) 후보에 올랐다. <노에마>는 2006년 테이트가 사들인 압스의 첫 작품이 되었다. 파란색, 붉은색 선이 곡선의 구형들을 만들며 검은 바탕 위를 지나간다.


선들은 서로 교차하고, 겹치는 듯하며 3차원 공간을 펼쳐 보인다. 이 미묘한 선들은 회화적 공간 안에서 빛의 움직임을 불러일으킨다. 언뜻 멀리서 보면 원자나 천문학적 다이어그램과도 같아 보이며 비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자신이 원하는 작업의 형태를 찾을 때까지 작은 캔버스의 표면을 페인트로 덮는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난 후, 다시 작업으로 되돌아가 조심스럽게 작업을 하고 표면을 다시 작업한다. 가끔은 먼저 칠해 아래 깔린 색상이 보이기도 한다. 그 위에 페인트나 선을 덮을 때 슬쩍 아래보이게 하기도 한다.


압스는 작품 제목을 어떻게 선택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노에마>라는 이름 역시 다른 작품 제목들처럼 독일 이름 사전에서 가져왔다.

토마 압스, 무제 6 (Untitled no. 6), 2008, Graphite on paper, 841x594mm,


압스는 모든 상징주의가 사라진 예술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자신의 그림에는 숨겨진 이미지나 밝혀야 할 의미가 없기를 바랐다. 2004년 피터 도이그와 나눈 대화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무엇이 어떻게 보일 것인가에 대한 선입견을 내려두고 작업합니다.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 형식을 정확하게 정의하려고 합니다. 형식은 그림자, 질감 등을 통해 이루어지고 그 어떤 것을 위해서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어떤 것도 상징하거나, 그림 밖의 어떤 것도 묘사하지 않고 선, 색, 그림자, 곡선을 표현할 뿐입니다."


토마 압스, 제베(Zebe), 2010, Acrylic paint and oil paint on canvas, 48x38cm, tate.org.uk

<제베>는 붉은, 푸른빛이 도는 회색 선이 곡선의 사각형으로 크게 가로지른다. 중앙을 가로지르는 부드러운 곡선은 바탕 줄무늬(주황, 회색)를 어긋나게 한다. 이 곡선은 여러 겹의 층 중에 가장 위에 놓인 듯 보인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세로로 반복된다. 곡선과 줄무늬들은 움직이는 느낌을 준다. 오렌지색에 회색, 갈색을 섞어 채도가 낮은 오렌지색을 만들었다. 채도 낮은 오렌지색은 회색 안에 함께 어우러지며 전체적인 그림에 스며드는 섬세한 빛이 잘 나타나도록 도와준다. 관객은 어느 한 중심점을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 시선은 어느 곳 어디든 머무른다. <제베>는 압스가 사용한 전형적인 회화 기법이다.

토마 압스, Inte, 2013, 48x38cm, Private collection, Cologne. Courtesy of greengrassi, London.


최근 몇 년간, 현대 예술가들과 비평가들 사이에서 회화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대두되었다. 21세기, 회화의 계속 가능성과 회화의 생존 능력에 관한 이었다. 미술사학자 데이비드 조슬릿(David Joselit)은 "현대회화는 회화의 의미, 형식, 재료, 지위가 새로운 상황에 변화하는 것을 열어놓은 네트워크들과의 교섭을 통해서 구시대적 형식으로 머무르는 것을 피한다"라고 주장한다.

토아 압스, Teete, 2003,  arthistoryarchive.com


압스는 추상이라는 용어를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들은 종종 내 그림을 추상적이라는 용어로 설명합니다. 나는 아주 구체적이고 특별한 이미지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제 작품은 추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단지 무(無)에서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을 뿐이지요. 이미지를 명확하게 하여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해요."[2]


Images courtesy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and greengrassi, London. © Tomma Abts.

한참 걷다 잠시 시선을 어딘가에 두고 '멍'하게 앉아 있을 때, 걷던 길을 멈추고 잠시 뒤돌아볼 때, 지난 시간을 떠올리게 만든 꿈에서 깬 순간, 이런 순간들 속으로 압스의 선과 색이 밀려든다.


참고 자료

[1] The Guardian, 2006. 12. 6 Interview with Emma Brockes

[2] Tomma Abts and Peter Doig, (2004)  ‘Conversation between Peter Doig and Tomma Abts’, exhibition publication, The Wrong Gallery, New York, pp12-16

https://www.tate.org.uk/art/artworks/abts-noeme-t12275

http://www.greengrassi.com/file_columns/0000/0191/ta_selectedtexts_e.pdf


이미지 출처:

https://www.tate.org.uk/art/artists/tomma-abts-9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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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 압스의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explore/tags/tommaabts/?h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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