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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진 May 04. 2020

결국 버스는 온다

젊었을 때 배워놔라. 내가 너 나이었으면 다 해봤겠다. 나이 들면 눈도 안 보이고 몸 피곤해서 뭘 못해. 새로운 것 시작하고, 창의력인 것을 이루려면 젊어야 한다. 이삼십 대가 가장 창의적인 나이다. 종종 듣는 말이다.



100년을 기다렸습니다.


카르멘 헤레라는 101살이 되던 해 뉴욕시 예술가 스타상에 이름을 올렸다. 2016년 뉴욕 휘트니 Whitney 미술관에서 첫 회고전이 열렸다. 추상 표현주의와 미니멀리즘을 합한 그녀의 작품은 89세까지 꽃피우지 못했다. 첫 작품을 89세에 팔았다.

Carmen Herrera ⓒArthive.com


헤레라 작품들이 20세기까지 전시되지 않는 이유 세 가지 꼽을 수 있다. 첫 번째 쿠바 예술가였다. 두 번째 쿠바 여성이었다. 세 번째 쿠바 여성 추상화 화가였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는 이런 이유가 심각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통념에서 벗어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헤레라는 백 년, 한 세기를 기다렸다. 그 기다림 끝에 미술계 인종과 성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헤레라는 1915년 쿠바 하바나에서 태어났다. 하바나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스물두 살 나이에 미국인 남편 제시 로웬탈을 만났다. 로웬탈은 배우이 영어 선생님이었다. 예술사에도 관심이 있었다. 헤레라는 스물넷에 결혼  남편미국으로 다. 미국에서 조각과 그림을 시작했다. 집과 작업실에서 작업했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1948년 남편과 파리로 떠났다. 파리에서 미술 공부를 시작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갔다. 파리에서 돈이 떨어진 부부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뉴욕에 정착했다. 뉴욕은 쿠바 여성화가에게 냉정했다. 여성이기 때문에 전시에 참가시킬 수 없었다며 로즈 프라이드 갤러리에서 거절당했다. 오랫동안 무명 화가로 있었다. 그리고 뉴욕 대안 박물관 New York Alternative Museum에서 처음으로 그녀를 받아들였다. 1984년 헤레라 나이 69세였다.  

Carmen Herrera, <Blanco y Verde> 1960, acrylic on canvas,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 1960 Carmen Herrera


2019년 소더비에서 <Balanco y Verde> (1966-1967)는 290만 달러에 낙찰되었다. 1915년에 태어난 헤레라는 앤디 워홀, 잭슨 폴록, 도날드 저드 등과 비슷한 나이에 같은 시대를 살았다. 헤레라가 백인 남자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50년간 놓지 않은 거미


루이즈 부르주아 Luise Bourgeois (1911~2010)는 예술가로서 최고의 성공이 70세 넘어서 왔다. 남성 중심의 미술 세계에서 20세기 초 여성 미술가 이름은 뒤처져 있었다. 88세 때 완성한 <Maman> 거미 작품이 2000년 테이트 모던에서 전시되고,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주었다. Maman 글자는 Mother어머니와 비슷하다. 36세 때, 첫 거미를 작은 잉크와 숯으로 드로잉 했다. 그 작은 거미는 85세에 대형 설치 작품으로 완성된다.



Louise Bourgeois <Maman> Bronze, marble, stainless steeel ©Louise Bourgeois/Licensed by VAGA, New York, Image from:Guggenheim Bilbao Museoa


거미는 부르주아에게 어머니와 같은 상징적 존재였다. 회전, 직조, 양육, 보호라는 은유로 거미를 선택했다. 거미줄은 실을 짜내 직조 작업과 같았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태피스트리 tapestry 복원 공장에서 태피스트리 복원 일을 했다. 직물을 짜던 어머니는 흰 줄을 뽑아내는 거대한 거미로 다시 태어났다.

 

스물한 살이 되던 해 어머니는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를 잃고 슬픔에 빠졌던 부르주아는 강에 몸을 던진다. 아버지는 따라 들어가 그녀를 꺼냈다. 녀는 아버지와 친하지 않았다. 11살 때 자신의 영어 가정교사 선생님과 아버지 외도 목격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은 팔십이 넘는 나이까지 부르주아를 예술가로 묶어두는 원동력이었다.

Louise Bourgeois ©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이미지:Tate Modern



사회적 편견


영국 최고의 미술가에게 주는 터너상은 나이 제한선을 올리겠다는 발표를 한다. 그리고 2017년 첫 흑인 여성에게 상을 주었다. 63세 루바이나 히미드 Lubaina Himid Mbe(1954~현재)였다. 터너상을 받은 작가 중 50세 이상 나이에 받은 첫 작가가 되었다. 히미드 작품은 인종, 성, 정치적 이슈들을 다룬다.

Lubaina Himid <Between the Two my Heart is Balanced>1991©Lubaina Himid Image:Tate Modern


히미드는 1954년 아프리카 탄자니아 섬 잔비바르 Zanzinar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영국으로 왔다. 윔블던 예술 컬리지에서 무대 디자인을 배우고 런던 로열 컬리지에서 문화 역사로 석사를 마쳤다. 이후 예술가, 큐레이터, 선생님으로 직업을 이어다. 1986년 영국에서 활동하는 흑인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The Thin Black Line> 전시회 큐레이팅 했다. 이는 큰 도전이었다. 흑인, 흑인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인식 때문이었다.

루바이나 히미드 © www.uclanfcci.co.uk


내 안에 어떤 내재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는 은 쉽지 않다. 언젠가 그것들이 세상에 닿으리라는 믿음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나이가 들면 새로운 아이디어들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뇌과학자들 뇌는 계속 쓸수록 뇌 회로가 바뀌는 '뇌 가소성'이 있다고 말한다.


나의 새로운 시작이나 실패를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우아하게 넘어갈 수 있는가? 그 시도를 하는 동안 연습과 습득을 통해서 무엇으로 내면을 채 것인가. 그와 동시에 사회는 무엇이 변하고 있는 중인가?


카르멘 헤레나는 이렇게 말한다.



만약 당신이 버스를 기다린다면, 버스는 옵니다.
나는 버스가 오길
거의 100년이나 기다렸습니다.
결국 버스가 왔네요.





참고문헌

https://arthive.com/publications/2269~Carmen_Herrera_I_waited_for_almost_a_century_for_the_bus_to_come_And_it_c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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