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나의 전시상황] : 2017.7.~12.

by 모브 mov

문득 원치 않게 그 시절, 그 사건이 떠오를 때가 있다. 나는 그때마다 머리를 털며 과거에서 재빨리 빠져나왔다. 그때의 일을 직면하지 않고 회피하기 때문이라고 여기며 잔뜩 약이 오른 화살을 나약한 자신에게 겨눴다. 모든 일, 모든 생각, 모든 기억은 보이지 않게 침습하고 켜켜이 쌓이며 나를 나답게 구성하는 것들인데 말이다. 완벽함을 동경했던 나는 쿨하고 시크해보이지 않는 것들에 관해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흠이라고 여겨온 듯 하다. 그저 마음 하나에 몸을 짓이기고, 맛난 새벽 커피 한잔에 누그러지는 지극히 사사로운 인간일 뿐인데.



#2-2.


밤은 내게 현실을 벗어나게 하는 매력적인 시간이다. 낮에는 박물관에서 노동하며 얻은 녹초가 된 몸과 마음이 밤에는 학교를 다니며 수업을 듣고, 새벽에는 화실에서 스승과 작업에 관한 이야기로 치유가 되었다. 여전히 나의 가능성을 상상하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지금의 나에게서 탈출한다는 것은 크게 보면 환골탈태를 하거나 현실도피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나는 늘 나를 가리는 존재가 필요했다. 역경을 딛고 우수한 삶을 살아내는 신데렐라 속 내용은 내 삶의 말미에 빛나고 싶은 내밀한 마음과 맞닿아있었다. 그런 내게 있어서 작가가 되겠다는 단 하나의 목표에 삶을 몰입하는 것은 내키지 않는 것이었고, 스스로를 역경으로 몰아가며 현실을 해치워가는 과정에서 쾌감을 느껴왔다. 어둠은 현실도피로 환골탈태하는 나를 상상하게 해주었고, 나를 일으켜주었다.


이로 인해 모든 행동과 마음가짐에도 가림막이 필요했다. 어디선가 들었던 노래의 "착한 얼굴에 그렇지 못한 태도" 가사는 내 상황에 아귀가 딱 맞다. 늘 솔직하지 못했다. 나의 발전을 위해 울타리 경계에 서서 다른 이들을 내 안으로 들이지 않고, 나는 내 울타리를 야금야금 넓혀갔다. 지름길에 관한 환상과 역설적인 행동 간 환장의 콜라보였던 것이다. 내러티브가 있는 지름길은 없었다. 먼길을 견디지 못한 나의 삶에는 그저 유튜브 숏폼 같은 짧은 행복으로 차있다.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 극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긴장을 완화하고, 안정을 추구하기 위한 이 본능적인 행동은 생각과 현실의 괴리를 잇는다. 내어주고 싶지 않은 나의 세계는 여전히 부끄럽고, 차갑고, 어둡다. 움츠러드는 마음을 가리고자 누군가의 생각과 행동을 빌어 와서 나의 외피에 감싼다. 나뭇가지로 얼기설기 지은 집은 잔바람이 불 때마다 무너진다. 매번 다시 지으면서도 곧 파괴될 것을 아는 마음은 꽤 괴롭다. 하지만 "이번 바람만 지나갈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라고 안간힘을 쓰면, 또 버텨지더라.


그래서 나는 박물관에서 '학예사' 자격의 존재를 처음 접했을 때 본능적으로 나의 목표로 들여왔다. 석사를 취득해야하고, 4,000시간에 해당하는 2년을 꼬박 업무해야 한다는 사실은 미술 작업을 하는 나의 페르소나를 가리고, 빛내기 위한 내게 알맞은 수단이 되었다. '이름 전쟁'은 나의 역설적 욕망과 자격증의 제도적 차원이 기묘하게 결합되어 벌어진 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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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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