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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찬희 Sep 06. 2024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것들

당신의 취미는 무엇인가요?

"음... 어... 그냥... 게임이요."
불과 1~2년 전까지는 이 대답밖에 하지 못했죠.

하지만 지금은 꽤나 여러 가지 답을 할 수 있습니다. "전시회를 많이 보러 다니고요~ 글도 쓰고 있고~ 노래 부르는 것도 취미고~ 게임도 많이 해요! 특별해 보이는 취미는 없지만, 소소하게 내 삶을 지탱해 주는 중요한 녀석들이에요."


오늘은 취미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재미있어서'입니다. 전시를 보는 게 즐겁고, 글을 쓰는 게 행복하며, 노래를 부르는 순간엔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고, 게임을 하면 모든 근심걱정이 사라지는 듯하니까요.

'저는 뭘 해봐도 재미가 없던데요. 금방 질려요.'

저도 처음부터 엄청난 재미를 느낀 건 아니었답니다. 제 취미에 대해서 하나씩 이야기해 볼게요.


우선 여러 가지 중 가장 특이한 취미인 전시회. 전시를 보는 사람이 최근 1~2년간 급격히 증가했다. 인스타 사진으로 올리기 좋다나 뭐라나. 나처럼 혼자 전시 보는 게 취미인 남자는 그리 많지 않다. 성비로 따지면 9:1은 되지 않을까. 친구 중에 전시 보는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으니...

처음으로 전시를 본 건 8년 전인 20살 즈음. 그 당시 여자친구가 보러 가자고 해서이다. 당연히 그림을 볼 줄도 모르고, 뭐가 좋은 건지 뭐가 재밌는 건지도 몰라서 억지로 끌려간 느낌이 강했다. 당연히 별 재미없었다. '음... 그림이네. 그림이지. 재미없네.'

뭐가 뭔지도 모르는 그림을 보며 돌아다니던 중, 한 그림 앞에서 멈춰 서게 된다. 어떤 그림인지는 당연히 기억이 안 나지만, 그림 앞에서 5분 동안 멍하니 있었던 것 같다. 그 순간을 묘사해 보자면, '이야... X 된다...'라는 생각으로 멍하니 그림을 바라보았다.

이때가 전시취미의 시작이었다. 단 하나의 그림이 마음에 들었을 뿐인데, 이 느낌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었다. 다른 전시에도 이런 엄청난 그림이 있을 거라 기대하고 계속 전시를 보러 다니게 되었다. 물론 지금까지도 이때와 같은 느낌은 거의 못 느꼈지만...

한마디로 '마음에 드는 그림을 찾기 위해'가 아닐까...? 그때 그 느낌을 다시 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다음은 가장 보편적인 취미인 게임. 게임은 내 인생 그 자체라고 해도 무방하다. 정말 어려서부터 게임을 해왔고, 지금도 퇴근하면 게임을 하니까. 게임이 취미인 이유는... 재밌으니까! 스트레스가 풀리니까!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제약 없는 취미니까! 이 정도가 되겠다. 정말 주체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받아도 게임을 하면 풀리고, 기분 좋은 일이 있을 때 게임을 하면 기쁨이 두 배가 된다. 물론 자신에게 잘 맞는 게임을 찾아야 하고, 재밌게 하는 법을 알아야 하지만... 그거야 누구나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게임을 할 때면 잡생각이 사라진다는 것. 이 하나만으로 게임을 취미로 할 이유는 충분하다. 뭐든 과하면 안 좋지만.


그다음은 조금 평범하면서 평범하지 않은 취미인 노래. 일주일에 2~3번씩 코노에 가서 노래를 부른다. 원래는 노래를 아예 부르지 못했다. 부를 용기가 없었다고 하는 게 맞겠다.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도 거의 노래를 부르지 않았고, 불러도 자신 있게 부르지 못했다.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누군가의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불가능한 내향적인 사람이었으니까. 노래를 제대로 불러보기 시작한 건 23살 공익시절인데, 지하철에서 야간에 일을 했다. 밤 12시쯤 막차가 끊겨 문을 다 잠그면, 아침까지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이때 할 게 없어서 매일 1시간씩 코노를 갔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혼자 노래를 부르고 있으니, 의외로 자신감 있게 노래가 불러지더라. 그동안 부끄러워서 부르지 못했던 노래를 혼자 신나게 부르는 게 너무 즐거웠던 걸까, 공익이 끝나는 날까지 매일매일 코노에 가서 노래를 불렀다. 이렇게 취미가 시작되었다.


마지막으로 글쓰기. 사실 이렇게까지 글을 계속 쓸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잠깐 블로그에 한두 개 올리고 말겠지. 글 쓸 소재가 부족해지겠지. 어떻게 계속 글을 써?라는 생각이 가장 컸다.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노래해석글만 쓸 생각이었는데, 하다 보니 카테고리가 늘어가더라. 이게 참 신기했다. 뭔가 의도적으로 머리를 짜내서 글을 쓰는 게 아닌데도, 쓸 글이 늘어간다. 글을 쓰는 이유는 당연히 즐거워서다. 글을 쓰는 순간이 행복하고, 내 이야기를 사람들이 봐준다는 게 신기하다. 나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어서도 좋아하는 이유가 되겠다. 나는 속마음을 주변사람에게 많이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항상 속에 꽁꽁 감춰둔 것들이 많았는데,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글로 하나씩 풀어가고 있다. 내 글만 봐도 나라는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아갈 수 있을 정도. 나름 평범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생각보다 쓸 말이 많은 것도 신기해하는 중이다. 별거 없는 인생인 줄 알았는데... 뭐가 자꾸 떠오른다.


이 네 가지를 기둥으로 삼고 있어요. 일하면서 글을 쓰고, 퇴근 후 전시회, 코노, 게임으로 힐링. 이 모든 걸 혼자서 하고 있지만, 살아가는데 심심하진 않답니다.

취미의 가장 중요한 건 혼자서도 가능해야 한다는 게 아닐까 해요. 누군가와 함께 하다가 한 명이 그만두면 따라 그만두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혼자서도 진심으로 즐거움을 느끼는 취미를 찾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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