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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찬희 Sep 07. 2024

눈앞에서 사람이 죽었다

편의점에서 야간알바를 하고 있던 때.

항상 담배만 사 가시던 근처 사장님이

평소와 다르게 술안주를 고르고 계셨다.

'어..? 저 사장님이 웬일이지?'

라고 생각하는 찰나.

발을 헛디뎌서 넘어지셨다.


어라?

아저씨!!!

심상치 않음을 느낀 나는 바로 119에 신고를 했고,

그동안 배워왔던 긴급상황 대처법을 막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뭘 해야 하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도 없고,

새벽이었다 보니 근처에 사람도 없었다.

분명 4분이 넘으면 살릴 수 없다고 배웠는데..

구급차는 10분이 넘도록 오지 않는다.


우왕좌왕하는 사이 10분이 지났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구급 대원들이 도착하고 막 조치를 한다.

한 5명 넘게 왔던 것 같다.

경찰도 와서 이거저거 물어봤던 것 같은데

정신이 나가있었던 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몇 시간 후, 경찰분이 오셔서 cctv를 확인하시면서

그분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돌아가셨답니다."


눈앞에서 사람이 죽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내가 뭔가를 했다면.

동네를 돌아다니며 사람을 불러 모았다면.

무력한 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고

해결 방안을 왜 찾지 못했는가에 대해

계속 생각을 하면서 정신이 나갔다.


언제나 나에게 환히 웃으며 인사를 건네줬던 님.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다.


어떻게 퇴근을 했는지 기억도 안 나고

그 상태론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하루만 쉬겠다고 점장님께 말씀드렸다.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

순식간이었다.

사람이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 게 말이 되?

사람을 못 살릴 거면 119는 왜 있는 거지?

참 많은 여러 가지 생각으로 하루를 보냈다.


정말 이 사건을 잊으려고

하루 종일 게임만 하며 하루를 보냈다.

원래 나 자신이 감정적이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하루가 지나니 정신이 말끔해졌다.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아예 생각이 나질 않는다.

물론 크게 친한 사람도 아니었고 가족도 아니었기에

슬픔이나 그런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이렇게 빨리 괜찮아질 줄은 몰랐다.


이때 이후론

눈앞에서 사람이 쓰러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굉장히 많은 방안을 정해놓았고,

가끔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리곤 한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상황이고,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많이 힘들 것 같기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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