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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가꾸는 정원사를 향한 절규

by 한찬희

왜 자꾸 이성관계에 상처를 입어야만 능력을 주는 겁니까

물론 좋아요 제 자신이 성장하는 건

근데 무너진 내 마음은 어떡할 거지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된 내 마음은 어떻게 할 거지

그 누구와도 제대로 친해질 수 없고
그 누구도 마음 안에 들일 수 없는

지금의 나 자신은

이렇게 되어버린 나는 이제 무엇을 기대하며 살아가야 하는 거지

이성에게 마음을 열면 열수록
점점 쌓여만 가는 벽들은 대체 누가 허물어줄 거지

내가 다가간 것도 아니고
나를 위해 욕심을 부린 것도 아닌데
왜 멋대로 마음을 헤집고 떠나가는 거지

신이 있다면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꼭 이런 식이어야 합니까

능력을 늘려주기 위해
그 사람 하나를 소모시키는 게 과연 맞는 겁니까

나의 안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당신의 태도
정녕 그것이 세상을 가꾸는 방법이 맞는 겁니까

이번이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이었습니다
언제나처럼 나의 의지와 상관없는 결말이 났죠

왜 언제나 상처받는 건 나인 겁니까
왜 언제나 무너지는 건 나인 겁니까

최후에 나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제가 성장해야 할 이유는 대체 무엇입니까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형태

나 자신을 놓아버리는 것
그것을 원하는 겁니까

그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나 자신을 놓지 않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존재할 수 있는 원동력이자
그래야만 하는 나 자신의 룰

그 룰을 깨뜨리길 바라는 겁니까
깨지면 저는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 겁니다

그것이 당신의 뜻입니까

결국 다시 이겨낼 거 아니냐고요?

글쎄 과연 그럴까요

정말 이번은 마지막이었는데
그 마지막조차 아름답게 만들어주지 못해놓고
이겨내길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 아닙니까

저는 이제 끝이 났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더 이상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언제나 벽을 치고 살아갈 것이고
그 누구도 곁에 둘 수 없겠죠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곁에 단 한 명도 없다면
능력 따위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요

나는 이제 무엇을 기대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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