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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배울 생각 없냐?"
편의점에 매일 오시는 단골손님이 건넨 말. 잠깐 눈앞에 스쳐 지나간 주민등록증을 보니 50세 정도로, 나보다 한참 형님이다. 올 때마다 "동상~" 하면서 친근하게 말을 건네주시는데, 인사를 잘 받아주는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본인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내일도 송전탑에 올라가야 하는데 힘들어 죽겠다."
"내가 한전에서 20년을 일했어~"
한전이라. 나도 한전에 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던 때가 있었는데… 결국 포기했지만. 같은 분야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돼서일까, 더욱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되었다.
"근데 동상은 왜 알바하고 있는 거야? 멀끔하게 생겨가지곤"
참 많이 들어온 질문 중 하나다. 이 나이에 알바를 하는 것을 보면 다들 의아해한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산다는 게 남들에게는 그리 좋게 보이지 않는 걸까.
"글을 쓴다고? 허… 언제까지 하려고?"
글쎄, 언제까지려나. 나는 이 삶에 매우 만족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 언젠가 그만둘 날이 있으리라는 것을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그날이 오면 매우 슬플 것 같기에, 꿈을 접고 싶지 않기에, 열심히 돈을 벌며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전기 배울 생각 없냐? 나한테 배우면 80세까지 탄탄대로야. 내가 전기기사 1급이라니까. 싹 다 알려줄게."
전기라… 전기는 이미 포기한 지 10년이 지났다. 그것이 안정적인 길이라는 건 나도 안다. 하지만 나는 안정적인 삶을 바라는 게 아니니까. 언젠가 이 순간을 후회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때 그 아저씨 말을 들을 걸. 괜한 객기 부리지 말고 도와준다는 사람 따라갈 걸. 그래도 나는 나를 믿어보려 한다. 끝까지 해보려 한다. 불안정한 길이라 해도, 나 자신을 정리하는 이 순간만큼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니까.
고마워요, 아저씨. 덕분에 다시 한번 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