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쥬라기월드가 개봉하는 날이라 들뜬 마음으로 예매를 했다. 사실 엄청 좋아하는 시리즈는 아니고 전작이 완전 망했다는 얘기도 있어서 크게 볼 이유는 없는 영화인데 예고편이 그럴싸해서 보려 했다. 그런데 왠걸, 가장 좋은 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가고 싶지 않은 게 아닌가. 몇 시간을 고민하고 고민해서 결국 취소했다. 무슨 이유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날이 더워서? 가기 귀찮아서? 명확한 이유는 없으나 오늘 꼭 영화를 봐야 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취소했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다음 주에 영화 한 편 보자고. 설마... 쥬라기월드? 설마가 설마였다. 참고로 이 친구는 일 때문에 서울에 오지 않은 지 1년이 족히 넘었고, 같이 영화를 본 건 중학교 때였나 고등학교 때였나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런 놈이 갑자기 서울에 올라와서 영화를 보자고 하는 게 아닌가. 원래 뭘 같이 하자고 먼저 말하는 놈이 아닌데...
만약 오늘 영화를 보러 갔다면 다음 주에 친구를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참 신기하지 않은가. 영화를 보러 가지 않은 작은 선택이 다음 주에 친구와 함께할 수 있는 결과로 돌아왔으니. 영화를 같이 보자고 건넨 손을 잡지 못했다면 분명 아쉬웠을 텐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게 이 얼마나 아름다운 우연인가.
가끔은 아무 이유 없는 선택이 가장 좋은 타이밍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아무 계획도 없었는데 최고의 결과로 이어지는 순간들. 나는 그런 우연을 참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