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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생각보다 가볍다.

by 한찬희

수많은 매체는 사랑을 최고의 감정이라 찬양하고 그것을 인생의 최종 목표처럼 여긴다. 사랑이 없으면 불완전한 사람인 것처럼 표현하기도 하고.

하지만 참 이상하지. 그토록 아름답고 위대하다는 사랑이 왜 이렇게 쉽게 반복되고 쉽게 사라지는걸까. 이 사람을 만나도 사랑해, 저 사람을 만나도 사랑해. 사랑이 끝나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행동하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누군가와 다시 사랑에 빠진다.

이것을 과연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만약 사랑이 그토록 특별하고 고결한 감정이라면 왜 이리 쉽게 생겨나는 걸까.

그러면 이렇게 말하겠지.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었어요." 진심이라는 단어도 마찬가지다. 진심이 그렇게 자주 생겨나고, 쉽게 사라지고, 다시 반복된다면
그건 진심이라기보다는 일시적인 감정의 몰입일 뿐 아닌가.

우리는 너무 많은 "사랑해"를 쏟아낸다. 관계가 깊어지기 전에도, 깊어졌다고 착각하는 순간에도 수없이 "사랑해"라는 말을 입에 붙인다. 그렇게 남발되는 사랑에 과연 진심이 담겨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그 순간 진심이었다고 말할지 몰라도 나는 그게 진심이었다면 그렇게 쉽게 끝나지도 바뀌지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부정하고 싶을 만큼 실망스럽고, 동시에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감정이다. 그래서 더욱 복잡하다. 나는 사랑을 부정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사랑이라 부르는 감정을 경험했다면, 그 감정이 어떤 모양이었든 사랑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나 보편적이기에 우리 생각만큼 고귀하고 신성한 감정은 아니지 않을까.

사랑이 전부가 아니다. 사랑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겨야 할 이유도 없다. 사랑을 삶의 목표로 삼으라는 말에는 더 이상 동의하지 않는다. 그 모든 것을 제쳐두고 사랑만을 위해 살아가야 한다면 그건 너무 편향된 삶이지 않을까.

이제는 사랑을 경외하기보단 수많은 감정 중 하나로 바라보려 한다. 특별할 것도, 덜 특별할 것도 없는 감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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