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부탁해(2001)
“내가 있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어요. 이사도 못 가고……. 그래도 나 하나만 바라보면서……. 내가 너무 싫어요. 나만 살았다는 게 너무 죄스러워요……. 할머니한테 매일 소리 지르고 짜증내고… 다 죽고 차라리 고아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고아가 되었는데 기분이 좋지 않아요. 하루에 열 번도 더 할머니 할아버지가 빨리 죽게 해 달라고 빌었는데… 내가 죽인 거예요…….
난 그냥 계속 돌아다니고 싶어. 어떤 곳이든 한 곳에 머물러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답답해. 계속 배를 타고 그 어디서도 멈추지 않고 물처럼 흘러 다니면서 사는 거야. 이렇게 배안에 누워서 지나가는 구름도 보고 책도 읽고.
(<고양이를 부탁해> 태희의 대사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