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晩秋)
그리운 당신께.
잘 지내고 계신가요?
은행과 단풍나무가 선명한 빛을 뿜어내는 늦가을, 오랜만에 당신께 편지를 띄웁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선홍색 잎사귀처럼,
지나간 시간과 기억이 선선한 바람과 함께
유독 생각나는 나날입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끝없이 펼쳐질 때면 마음속 작은 상자 하나를 꺼내어,
건네고 싶은 말들을 담아봅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몇 해 전 가을의 끝자락,
글을 쓰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담뿍 미소를 짓던 당신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책 사이에 단풍잎을 끼워 넣고 말려
아름다운 책갈피를 만들어
소중한 이들에게 함께 선물을 주곤 하셨죠.
따스한 햇살처럼,
대추 한 알이 동동 떠다니는 차 한잔처럼
조용히 스며드는 온기가
참 그리웠어요.
아무래도 겨울이 다가와서 그런가 봐요.
뵌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여러 해가 흘렀군요.
11월도 지나고
12월이 다가오는 게
아무래도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그동안 평안하고 안녕하셨나요.
어딘가에 있을 당신,
부디 행복하시기를 바라봅니다.
붉게 물든 단풍나무 아래에서
소소한 감사와 안부를 전합니다.
당신과 함께했던 모든 순간은
소중한 기억으로 머물고 있어요.
감사했어요.
노을 진 햇살 아래
황금빛으로 빛나는 단풍나무에서
나의 문우(文友)인 당신의 글을
기다리겠습니다.
붉게 물든 단풍잎처럼 당신의 글도 제 마음에 내려앉길 바랍니다.
당신의 마음과 계절을 담은 글
함께 마시던 차 한잔이
사무치게 그리운
가을입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마지막 잎새가 지기 전에
가을바람을 타고
당신의 안부를 알려주세요.
기다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