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벌새, 기억의 기록
영화 <벌새>에서 만화를 그리던 외로운 아이,
1994년, 중학생 은희는 자신을 유일하게 알아봐 주던 영지 선생님께 묻는다.
선생님, 제 삶도 언젠간 빛이 날까요?
그 질문 앞에서, 오래 전의 나를 떠올렸다.
강남의 한복판에 위치한 커다란 학교의
교실에 덩그러니 앉아 있던 한 아이.
사교육 일번지라 불리던 동네에서 ‘대치동 키즈’로 지내던 시절의 나다.
기억은 온전하지 않다. 마치 유리 조각처럼, 반짝이며 흩어져 있다.
고등학교의 자습시간,
배구공이 튀던 체육관의 공기,
합창 시간의 어색한 화음들.
중학교 시절은 그보다 조금 더 산만하고,
조금 더 다채롭게 남아있다.
초등학생 때까지는 음악과 농구를 함께했지만,
대치동으로 이사 온 뒤로 나의 하루는 점점 단순해졌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이어지는 수업,
저녁 식사 후 곧장 향하는 학원,
필기구가 부딪히는 소리와
판서로 가득 찬 칠판,
귀가하는 학생들로 빼곡한 길가에서
정신을 차리면 밤 열 시였다.
그때 나에게 허락된 작은 숨구멍은
매주 도서관에서 가져오는 소설책 한 권,
저녁에 가족과 같이 보는 드라마 한 편,
그리고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보는 영화 한 편이었다.
십 대라면 한창 뛰어놀고 싶은 나이였지만,
교실 안에 앉아 교과서와 문제집을 넘기며 시간을 보냈다.
공식을 외우고 비슷한 유형의 기출문제를 풀고 또 풀었다.
모두가 그렇게 했으니까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도 매번 학원비를 내주시는 부모님, 치열하게 공부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밀리지 않고 잘 버텨야 했다.
성적이 잘 나오면 뿌듯하기는 했지만,
그러한 반복적인 일은 재미있다기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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