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타인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정하려면
“안녕하세요. 저는 송도에서 심리치료 일을 하고 있어요.”
어떤 모임이나 누군가와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나의 직업을 말했을 때 나오는 반응들은 대체로 “저의 심리는 어때요?” 혹은, “저 어떤 것 같아요 좀 맞춰보세요.”라고 되묻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땐 보통 인사말이려니 웃으면서 넘어가지만 진지하게 자신에 대해 물어올 때는 어떻게 말해 주는 것이 질문자에게 도움이 될지 고민되는 순간들이 더러 있다.
나는 예술심리치료사로서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면서 일하고 있다. 특히,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변화할 수 있는 동기와 가능성을 북돋아 주는 것은 나로 하여금 오히려 삶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희망적인 삶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그러나, 심리를 다루는 사람이라고 해서 마치 작은 단서 하나 놓치지 않고 모든 것을 해결해내는 추리소설 속 명탐정처럼 한번 만나게 된 사람들의 심리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심리에 대한 전문지식과 임상경험들이 있으나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라는 속담처럼 나 또한, 해결하지 못하는 나의 문제가 있는 보통 사람에 불과하다. 물론, 모든 것에 도움을 주고 싶은 심리치료사의 넓은 오지랖은 있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자신에 대한 궁금증을 갖는 사람들을 많이 접하다 보니 도리어 자신에 대해 물어보는 심리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사람들은 과연 어떤 이유에서 자신을 알고 싶어 할까? 하긴 나 역시도 스스로에 대한 물음을 통해 심리학에 입문하지 않았던가. 결국, 그 이유가 어찌 되었건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알고 싶어 하는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자신도 모르는 스스로의 모습에 대한 관심은 물론이거니와 타인에게 어떻게 보여지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갖는다. 그렇다면 역으로 자신을 알아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타인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라는 말이 있듯 게슈탈트 심리학(Gestalt psychology)의 투사 이론에 따르면 타인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거나, 어떤 말을 하거나 그것은 모두 자신 내면에 있는 요소들이 거울처럼 되비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타인과의 갈등은 흔히 자신의 내면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을 타인에게 투사하면서 생겨날 가능성이 많다. 또한 역으로 투사라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도 가지고 있는데 투사를 하지 못한다면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심리를 바탕으로 타인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즉, 나를 알아간다는 것은 타인과 잘 지낼 수 있는 길인 것이다. 나를 잘 알고 있어야 다른 사람과의 차이를 알 수 있고 그 차이를 깨닫는다면 나와 타인을 각각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정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