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유독 커다란 흥행을 달성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에~~~~~~오!’ “올 롸잇!”
우리말이 아닌데도 이게 뭔 소린지 알아듣는 사람은 분명 이 영화를 보았을 것이다.
전설적인 락밴드 퀸의 생애를 그린영화, 1985년 Live Aid 공연실황을 너무나도 완벽히 재현하며 화제가 되었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명장면이다.
이 영화는 꾸준히 입소문을 타고 우리나라 역대 음악영화 흥행 1위에 등극하더니 심지어는 본국인 영국을 넘어서는 흥행성적으로 전세계 1위의 990만 관객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시대는 달랐지만 학창시절 비틀즈, 퀸, 핑크플로이드 등 7080 팝뮤직에 심취했었던 나는 자연스레 그들의 성공신화를 응원하는 한 사람의 팬으로서 영화를 감상하게 되었고, 스토리가 전개되는 가운데 영화 속 곳곳에 살아 숨 쉬는 퀸의 명곡들을 찾아내는 즐거움도 만끽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견해들도 있었다. 퀸의 노래가 취향에 맞지 않았거나, 그들의 존재를 몰랐거나, 퀸이 얼마나 어떤 노력을 통해 성장했기에 그렇게 성공가도를 달렸을까? 하는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다른 시각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프레디머큐리가 소외된 이민자 집안에서 자라났다고는 하나 그가 겪었던 어려움이 자세하게 묘사되지 않았으며 성공으로 가는 길목에서의 역경도 크게 드러나 있지 않았다. 그가 양성애자로 어려움을 겪고 홀로된 길목에서 외로운 방황을 했다고는 하나, 다른 누군가의 시각에서 볼 때는 그저 ‘한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보컬리스트가 자기 마음대로 살다가 나쁜 병 걸려 죽은 것’ 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이렇게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어째서 한국에서 유독 이렇게까지 흥행할 수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사실 그렇다. 취향이란 늘 케바케(Case by case)가 아닌가! 과연 어떤 요소들이 한국에서의 흥행을 이끌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꼽는 첫 번째 이유로는 먼저 ‘음악의 힘’을 들 수 있다.
퀸이 아무리 전설의 락밴드라고는 하지만 영화 주 관람층인 2030 관객들에게 퀸에 대한 인지도가 그렇게 높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런 우려를 뛰어 넘을 수 있었던 것은 영화에서 나오는 ‘퀸의 음악이 가진 힘’이라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음악에 매료된 관객들이 퀸의 음악을 더 찾아듣는가 하면 공연 영상을 찾아보면서 싱어롱 상영관을 통한 재관람이 영화의 지속적인 흥행을 이끄는데 한몫을 했을 거라는 것이다.
또한, ‘스토리의 힘’도 한몫했을 것이다. 퀸 전체를 그리고 있지만 사실상 주인공 역할을 하는 프레디 머큐리는 인종차별이 존재하는 영국에서 인도계 이민자 출신의 공항수화물 노동자일을 하며 툭 튀어나온 뻐드렁니로 놀림을 받기도 하지만 이빨이 4개나 더 많은 탓에 노래를 더 잘할 수 있다는 사실과 함께 놀라운 가창력을 선보이며 공연을 하는족족 성공신화를 써내려가는 그 모습은 사람들로 하여금 ‘나도 할 수 있다’ 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대리만족의 카타스시스를 느끼도록 하는데 충분하지 않았을까? 열등감을 극복하고 밑바닥에서부터 성공을 쟁취하는 그 모습은 흡사 ‘개천에서 용난다.’ 는 우리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마지막으로, 그야말로 분위기를 굉장히 잘 탄 영화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것은 한국 문화 전반에 걸쳐 깔려있는 동조효과가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고려된다.
‘동조효과’란 모두가 짜장을 시키면 나도 분위기에 따라 짜장으로 통일하게 되는 현상으로 남이 하는대로 따라가는 심리적 현상을 말한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사회 전반에 녹아들어 있는데 요즘말로 ‘낄끼빠빠(낄때끼고 빠질 때 빠지는 것)’ 라고 불리우는 대세를 따라가는 모습의 형태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과연 대세를 따라가려는 마음은 어디로부터 오는가?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라는 익숙한 표현에서 볼 수 있듯 중간정도는 가야만 한다는 생각은 남들보다 뒤쳐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을 수 있으며 남들이 다 보았다는 영화를 안 봐서 느끼는 소외감이 싫어서 보러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블로그에서 포스팅된 소문난 맛집에 너도나도 줄서서 인증샷을 찍어 올리는 이유는 맛도 있겠지만 나도 거기 가봤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인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이런 우리나라의 문화현상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순 없다. 뒤쳐지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문화 확산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 선진문화를 받아들이는데도 굉장히 좋은 환경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뒤쳐지지 않으려 남을 따라가다 진정한 자신의 색깔을 소외 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사실, 모두가 짜장 시킬 때 짬뽕을 시켜 다양한 맛을 공유한다면 함께하는 자리가 더욱 풍성해질텐데 말이다. 프레디머큐리가 남다른 출신과 외모를 가지고도 자신만의 특별한 색깔로 성공을 일궈내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