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맛 나게 하는'행복 목록' 작성을 시도하게 하는 영화 '버킷리스트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
밥을 많이 먹어도 배 안 나오는 여자
얘기가 재미없어도 웃어주는 여자 난 그런 여자가 좋더라~
<변진섭의 노래 ‘희망사항’ 중에>
지금은 오래된 노래지만 1989년도에 발매된 변진섭 2집에는 ‘희망사항’이라는 곡이 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나는 유행처럼 개사의 바람이 불던 아이들의 장난기로 재탄생한 ‘절망 사항’을 재미나게 부르며 놀았던 기억이 난다. “청바지가 안 어울리는 여자~ 밥을 많이 먹으면 바로 배 나오는 여자~ 얘기가 재미없으면 절대 안 웃는 여자 난 그런 여자가 싫더라...”
물론, 지금의 유머 코드와는 사뭇 거리가 있지만 지금 들어도 '희망사항'의 위트 넘치는 노랫말은 세련되게 다가온다. 또한, 이 곡에는 그 당시 남성의 시각에서 공감을 이끌어내는 여성의 매력들이 여럿 표현되어있는데 작사가의 솔직한 희망사항이지만 여성의 시각에선 남성들의 꿈같은 희망처럼 느껴져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희망사항은 말 그대로 희망이지 꼭 그대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는 때때로 이루어질 수 없을 법한 꿈도 꾸며 살아간다. 그리고 행여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이루어지기를 갈망하는 ‘희망사항’ 들은 새로운 도전을 꿈꿀 수 있게 하기에 삶을 더욱 재미나게 만들어주곤 한다.
삶을 통해 이루고 싶은 여러 목표들은 스스로에게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기에 최근 서점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책 제목들 중 하나는 ‘죽기 전에 꼭 해봐야 할 것들’ 등으로 살면서 한번쯤 경험해봄직한 것들을 제안하기도 한다. 이렇게 삶의 목표를 갖는다는 것은 유한한 삶의 시간들 속에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기회들을 선사해주는 것 같다.
2007년도에 개봉한 롭 라이너 감독의 영화 ‘버킷리스트’에는 암에 걸려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두 주인공이 우연히 같은 병실을 쓰게 되면서 자신들에게 남은 시간 동안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리스트를 만들어 이를 실행하는 과정이 코믹스럽게 전개된다. 영화의 소재 자체도 정말 참신했지만 점점 더 영화 속으로 빨려 들게 했던 부분은 죽음을 앞둔 두 노인이 실행하고 싶었던 목록의 내용들이었다.
영구 문신하기, 스카이 다이빙하기, 오토바이로 만리장성 일주,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에서 사자 사냥하기, 최고의 미녀와 키스하기 등등으로 뭔가 커다란 인생의 목표를 적는 것이라기보다 평소에 못해보았던 일탈적인 경험들과 얼핏 들으면 피식 웃어넘길 법한 허무맹랑한 것들도 리스트에 올라 있었기에 이 리스트들을 어떻게 실행해 나갈지 지켜보는 재미가 참 쏠쏠했던 것 같다.
만약, 영화 속 주인공들이 마땅히 이룰 수 있는 사회적 보편적 성취들을 나열해놓았다면 영화가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시도해볼 수 없었던 새로운 삶의 경험적 목표들은 죽음을 앞둔 6개월이란 기간 앞에서는 어떤 목표였던지 하나하나가 굉장히 소중하고 가치 있는 목표가 되었을 것 같다.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살면서 한 일들이 아니라 하지 않은 일들이라는 영화 속의 메시지와 함께 어쩌면 그동안 세워왔던 목표들은 주로 이루기 위한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에만 중점을 둔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 행복감과 즐거움을 주는 다양한 경험들에 대한 버킷리스트를 꼭 작성해보자는 다짐을 해보았다.
실제로 버킷리스트를 작성함으로 얻을 수 있는 여러 장점들이 있는데 먼저, 버킷리스트 작성을 통해 자신이 선호하고 좋아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앞으로의 삶이 어디로 향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잡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루고 싶은 목표를 좀 더 구체화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기에 현실적인 목표 달성의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또한, 버킷리스트는 남에게 보이기 위한 목록이 아니며 행복을 위한 목록이기에 목표가 크고 거창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소소하게나마 경험해보고 싶었던 삶의 목표들을 생각나는 대로 하나씩 써내려 가다 보면 언젠가 그것을 실행할 기회가 왔을 때 준비된 자의 마음으로 반가이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