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영화들 중 유독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극장가의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하는 영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어벤져스 : 엔드게임>
이 영화는 개봉 첫날에 100만을 돌파하며 13일째 만에 1100만 관객 돌파 및 시리즈 영화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달성하더니 어느새 1997년 개봉한 영화 ‘타이타닉’을 제치고 역대 전 세계 흥행 순위 2위에 올라섰다.
이런 속도라면 이르면 2주 안에 전 세계 흥행 1위 영화 ‘아바타’가 세운 흥행 28억 달러(약 3조 2700억 원) 기록을 돌파할 것이란 여러 매체들의 예상이 나올 정도이다. 국내에서도 해외 영화와 한국영화를 통틀어 역대 최단기간인 11일 만에 누적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의 포스터>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에는 웬만하면 누구나 한 번쯤은 보았을 법한 친숙한 영웅들이 대거 등장하는데영화를 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티셔츠, 핸드폰 액세서리, 각종필기도구 심지어는 차량용 방향제에까지 이들의 캐릭터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것을 보면 이들의 인지도와 상품성이 얼마나 높은지 알려주는 것 같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손으로 레이저빔을 쏘는 위트만점의 콧수염 아저씨 아이언맨
미국의 성조기를 상징하는 별 모양의 방패를 들고 우직하고 용감하게 싸우는 캡틴 아메리카
천재 과학자이나 화가 나면 거대한 녹색 괴물로 변신해 상상도 못 할 괴력을 자랑하는 헐크
천둥의 신이라 불리나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등 인간적인 매력의 몸짱 히어로 토르
이들외에도 다양하고 멋진 매력을 뽐내는 히어로들이 등장하여 일명 ‘히어로 종합 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는영화가 바로 어벤져스다.
또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말고도 경쟁사인 DC코믹스의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그리고
아쿠아맨에 이르기까지 매년 이름난 영웅들의 속편이 등장하고 우리는 그들의 활약에 열광한다.
요즘은 진짜 히어로 영화의 전성시대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DC코믹스의 영화 '저스티스 리그'의 영웅들>
영화 속 히어로들은 정의를 수호하며 자신만의 강하고 독보적인 능력으로 크게는 지구의 평화를, 작게는 자신이 속해있는 도시의 질서를 잡아나가는데 큰 공헌을 한다.
하지만,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능력으로 법의 범위를 벗어난 활동을 하다가 범죄자로 내몰리기도, 경찰과의 대립이 벌어지기도 하며 자신이 잡아넣은 악당들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위험해지는 일도 생긴다. 결국,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가면을 쓰고 활동을 한다. 소위 말하는 ‘자경단원(vigilante)’이다.
(요즘은 '아이언맨'처럼 대놓고 정체를 밝힌 채 활동하는 히어로도 많아지는 추세지만 우주적인 강인함을 가진 '슈퍼맨', '캡틴 마블' 이 아닌 이상 '배트맨', '스파이더맨'처럼 보통 가면을 쓰고 활동을 한다.안타깝지만.. 힘의 차이는 어쩔 수 없다..^^;;)
‘자경단’이란 말은 실제로 지역사회의 주민들이 지역사회 내의 실존적 문제와 잠재적 문제들을 해결 및 예방하기 위해 결성한 ‘자발적인 민간단체’를 뜻하는데 영화 속의 자경단원들은 주로 범죄와 싸우고 공공의 적을 소탕하는 역할로 등장하곤 한다.
그들은 아무 대가 없이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활동한다.
누군가를 돕는 것이 그들의 보람이자 곧 행복이며 필요하다면 자신의 목숨을 과감히 내던질 각오가
되어있다. 정체를 숨기는 가장 큰 이유조차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낮에는 변호사로 밤에는 자경단원 활동을 하는 장님 히어로 '데어데블' 드라마 시리즈>
장님이지만 시각을 잃어버린 대신 놀라운 청각을 소유하게 된 '데어데블' 은 낮에는 법을 수호하는 변호사로 활동하지만 밤에는 수트를 입고 밤거리로 나선다. 그는 법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은 자신의 놀라운 신체능력으로 정의를 실현한다.
사실, 영화 속에서는 얼핏 멋져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정말 쉽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정체를 숨겼으니 선행을 인정받기 어렵고, 자신의 사비를 털어 수트를 만들어 입으려면 바느질 솜씨라도 훌륭해야 하는데 의상을 전공하지 않은 이상 보통일은 아닐 텐데 말이다.
또한, 잘 싸우기 위한 최신 장비를 구입하거나, 크게 다치기라도 하면 그 병원비와 약값은 어떻게 감당하는지.. 물론, 아이언맨이나 배트맨 등 재벌 2세로 태어난 히어로들도 간혹 있다지만 현실이라면 그들이 이렇게까지 자신을 헌신하며 누군가를 도우려고 할지 만무하다.
최근 들어 히어로 영화가 더 많은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히어로 영화의 상품성과 감동적인 스토리, 철저하고 전략적인 마케팅도 한몫했겠지만 어쩌면 우리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법망을 피해서라도 자신을 희생해가며 정의를 실현해줄 영웅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닐까?
법을 집행하는 기관들이 일을 제대로 못한 관계로 지지부진한 수사만 계속되고 있는 사건들,
자꾸만 묻혀 버리는 진실들과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이목 끌기 식의 여론몰이로 연이여 터지는 연예인들의 사건사고들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보며 ‘정의란 무엇인가?’ 기대를 내려놓은 우리들에게 히어로 영화 한 편은 막힌 속을 뻥 뚫어주는 시원한 사이다 한잔이 아닐 수 없다.
영화 속에서 보이는 그들의 강인함과 정의로움은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대리만족을 가져다주기에 충분하며 강력한 악당 빌런들과 싸우면서 시련과 역경을 딛고 승리를 쟁취하는 모습은 찌릿한 카타르시스와 함께 진정한 영웅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게 한다.
<영웅들의 뒷모습이 그려진 '어벤져스 : 엔드게임'의 중국판 포스터>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라고 했던 영화 ‘스파이더맨’의 명대사처럼
지금, 우리에겐 큰 힘에 따른 큰 책임을 제대로 감당해줄 진정한 히어로가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