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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Storyage May 23. 2024

예술이 가진 가치에 대한 견해.

예술이 의미와 존재 이유.

"예술을 보는 안목은 높아야 하고, 역사를 보는 안목은 깊어야 하고, 현실·정치·경제·사회를 보는 안목은 넓어야 하고, 미래를 보는 안목은 멀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유홍준 교수 <안목(眼目)>


어렸을 때가 전부 기억나는 것은 아니지만, 거실 한 곳을 가득 채운 책꽂이와 그 책꽂이를 채운 책, 그리고 사이에 하나씩 놓여있는 음악 CD와 영화 테이프가 기억이 납니다. 퇴근하신 후에 아버지는 언제나 한 페이지라도 책을 읽으셨고, 주말에는  영화관을 가시거나 집에서 영화를 보는 것을 즐기셨습니다. 아버지의 차를 타면 외국 가수의 노래가 차 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주로 Mr.Big, Scorpions, Guns N Roses, Queen의 노래를 즐겨 들으셨습니다. 그중에서도 Mr.Big - Wild World, Queen - Too much love will kill you, Starship - Nothing's Gonna Stop Us Now는 처음 노래를 접하고 20년이 가까운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들입니다. 개인적으로 독자님들께서도 꼭 들어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무리 나이가 어렸음에도 아버지께서 예술과 관련한 직종에 종사하지 않는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언제나 영화를 감상한 후에 마치 평론가와 같이 영화에 대한 평가를 하셨고, 그 평가는 단순히 '재밌었다', '별로였다' 수준의 감상을 넘어 '어떤 장면에서 이런 점이 아쉬웠다', '나였으면 이렇게 했을 것 같은데'와 같이 평론 수준에 가까웠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장난 반 진담 반으로 '아빠는 영화를 볼 때 좋은 평가를 내렸던 적이 없는 것 같아'라고 말을 했습니다. 책을 읽으시고 저에게 책을 추천하실 때도 결과적으로는 '좋은 책'이라고 말씀하시며 추천하셨지만, '이런 점이 아쉬웠으니 한 번 생각보면 좋겠다.'라는 과제를 언제나 함께 남기셨습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저는 아버지 덕분에 여러 영화와 책, 그리고 음악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어렸을 때는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즐긴다는 것 자체에서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이해하지 못했다'에 좀 더 가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독서, 영화/음악 감상, 공연 관람 등등, 예술은 고유의 가치를 가졌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언제나 '그게 중요한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습니다. 사실 영화나 책, 음악 등등이 아니더라도 세상에는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방법이 많으니까요.


중학교 시절, 우연히 아버지의 업무 자료를 본 적이 있습니다. 아버지가 준비하고 계신 강의 자료(한 기업의 HRM 업무를 담당하셨었습니다)에는 여러 영화 포스터와 책 사진이 있었습니다. 먼저 들었던 생각은 '왜?'였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버지의 업무와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궁금해하는 저에게 물었습니다.


"아빠가 왜 영화랑 책을 좋아하는지 알아?"

저는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그때 하셨던 말씀 때문에 제 예술에 대한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것은 한 사람이 살아온 몇 년을 보는 거야. 그건 어쩌면 1달, 1년, 혹은 10년, 어쩌면 100년이 넘을 수도 있어. 아빠는 네가 꼭 여러 예술 작품들을 봤으면 해. 책이랑 영화도 많이 보고, 여러 그림 박물관도 가보고. 너는 그 작가들이 살아온 인생을 단돈 만 원으로 볼 수 있는 건데, 이렇게 가성비 좋은 배움이 어디 있겠어?"


예술에 대한 공부는 역사를 공부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한 창작자, 작가가 만든 작품을 통해 그 작가의 인생과 당시의 삶, 그리고 사상 등 여러 가지를 알 수 있습니다. 다른 수업이나 교육 대비 짧은 시간, 그리고 적은 비용으로.



유흥준 교수님께서 언급한 '예술을 보는 안목은 높아야 한다'라는 말을 저는 '예술 작품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익힐 필요가 있다'라는 내용으로 이해하였습니다. 예술은 수학이나 과학 등과 달리 모두가 하나의 작품을 보고 각자 다른 답변을 만듭니다. 나와 완벽하게 같은 삶을 산 사람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도 참, 예술은 삶과 유사하다는 말이 옳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예술에도 적용되는 듯합니다.


지금 느끼는 하나의 후회가 있다면, 어렸을 때 더욱 많은 작품을 접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하루하루 나이를 먹을 수록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집중력도 떨어지는 듯합니다. 어렸을 때 조금 더 많은 작품을 접했더라면 지금 나는 어땠을까 상상하며 여전히 후회하곤 합니다. 그래도 요즘에는 후회를 조금이나마 덜어내기 위해 '아직 내가 접할 수 있는 작품이 이렇게나 많다니!' 생각하는 편입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작품을 경험해보시기를 바랍니다. 이 글을 통해 이 이야기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예술의 존재 이유는 미래의, 혹은 현재의 우리에게 작성한 과거 누군가의 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기록을 확인하고 그것에 대한 의미를 만들어내는 과정까지가 예술이며 예술의 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미완성된 예술 작품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 모두 그 모두의 이야기와 의미를 만들어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를 찍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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