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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Storyage Apr 18. 2024

그냥, 예술이 하고 싶었어요.

외국어를 배우러 가서 한국어로 글을 쓰기 시작하게 된 이야기.

인생을 살다 보면 인생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전환점, 변환점을 겪게 될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살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저도 지금까지의 제 삶을 돌아보면 제 삶을 크게 바꾼 여러 사건이 존재합니다. 이전 글에는 사업에 관련한 이야기를 작성했었는데, 이번에는 누구보다 노는 것을 좋아하던 어린 학생이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고, 사업까지 꿈을 꾸게 되었는지, 저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나마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24년 4월 16일, 드디어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정확하게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은 것만 같았는데,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면서 대단하기도 하고, 지금까지 내가 이뤄낸 것은 무엇이 있나 싶어 약간은 슬퍼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내 인생에 영향을 주었던 사건'은 무엇이 있나 고민을 해봤습니다. 어쨌든 글을 쓰게 된 것도 제 인생에 큰 영향을 주었던 사건 중 하나이기 때문에. 제가 사는 집 앞에는 가로등이 하나 있습니다. 그 가로등이 세 번 깜빡이더니 퓨즈가 끊어진 듯 불이 꺼졌고, 그때야 비로소 달빛이 보였습니다. 지금까지 제 삶에서도 제게 가장 영향을 크게 주었던 사건은 두 가지로 정의하고 싶습니다. 유학, 글쓰기.


2014년 10월 18일, 낯선 나라로 유학을 가다.

1999년, 경기도 평택시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쭉 삶을 보냈습니다. 서울을 처음 제 발로 방문했던 것이 18살이었으니,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평택을 벗어났던 적이 없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때 당시 평택은 제 전부였고, 평생 그곳에서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5살부터는 어머니의 권유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사실 권유보다는 반강제적이었지만). 어렸을 때 피아노라는 악기를 처음 보고 '저 코끼리만 한 나무에서 저렇게 예쁜 소리가 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신기했고, 그 때문인지 쉽게 재미를 붙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7살에는 요한 파헬벨의 캐논 변주곡 완곡에 성공했었는데, 그때 받았던 찬사와 박수는 여전히 잊히지 않을 만큼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때 처음 피아니스트라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결국에는 학업 때문에 포기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살면서 처음으로 목표, 꿈이라는 것을 가져보았습니다.


그때 이후로는 특별한 일 없이, 지극히 평범하게 삶을 살았습니다. 특별한 것 하나가 있다면 아버지 덕분에 어린 나이에 미국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고, 그때 잠깐이나마 '해외에 나가서 살아보면 무슨 기분일까' 상상했었다는 것 정도가 있겠습니다.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저는 공부보다는 친구들과 밖으로 나가 게임을 하는 것을 더욱 즐겼습니다. 나중에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는 질문에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답하면서.


그렇게 적당히 중위권 수준의 성적을 유지하면서 중학교 생활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아버지가 해외로 파견가게 되었다고 말씀하셨고,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문득 과거 미국에 갔을 때 했던 상상들이 실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친구들과 떠나야 한다는 슬픔보다는 기대가 더욱 컸던 것만 같습니다. 그렇게 저는 2017년 10월 18일, 낯선 땅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생각과는 달랐던 유학 생활, 그리고 글.

준비된 것도 없이 떠나서 그런지 적응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도 감이 잡히지 않고,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와 이해할 수 없는 문화 때문에, 여기서 최소 3년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에 그냥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친절의 손을 베풀면서도 앞에서 대놓고 험담을 하는 것을 들어도 알아듣지 못한 척 웃어넘겨야 했습니다. 그때부터 오직 '살아남아야겠다'라는 생각 하나로 공부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덕분에 빠르게 언어 능력이 상승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그때부터 밖에서 같이 여행을 가자는, 자기 집에서 파티를 하니 놀러 오라는 대부분의 초대는 거절하고 공부와 게임, 그리고 책에 빠져 지냈습니다. 아마 이때 원래도 내향적이었던 성격이 더욱 내향적으로 변하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때가 아마 2015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사실 공부와 독서보다는 게임에 더욱 빠져서 지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전민희 작가님의 '세월의 돌'이라는 장편 판타지 소설을 읽고 독서의 진짜 재미를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여러 책을 읽었습니다. 지금 당장 기억나는 책은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씨 451', 조지 오웰의 '1984', 김려령 작가의 '가시고백', 앤디 위어의 '마션' 정도가 있습니다. 그래도 그중에 가장 큰 충격과 영향, 제가 글을 쓰게 만든 계기를 만든 책은 바로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책을 읽으며 충격을 받았고, 그때부터 '나도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을까?', '나도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 이때가 2016년에서 17년으로 바뀌어가던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방인'의 시작을 알리는 너무나 유명한 첫 문장, 아직도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일지도. 잘 모르겠다. 


이방인을 다른 책보다 몰입해서 읽었던 이유는 그때 당시 저의 상황이 '이방인'과 같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때부터 이방인을 여러 번 다시 읽고, 읽었습니다. 그러다가 2017년 4월 16일 일요일, 당시 제가 살던 집의 거실에는 큰 창문이 있었는데 그곳으로 큰 산이 보였습니다. 비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새들은 각자의 집을 찾아 날아가며 산의 중턱에는 구름이 껴 정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때 문득 '글을 써야겠다, 지금 아니면 쓸 수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글과 예술의 의미

글을 쓰면서 마냥 행복한 일만 있지도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 수치를 따져보면 행복했던 기억이 더욱 많고, 실제로 지금도 행복하기 때문에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우연히 운명처럼', '운명처럼 우연히', 이 둘은 그저 단어의 순서만 변경했을 뿐이지만 완전히 다른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운명론적 사고를 크게 지향하지 않고, 운명이라는 존재를 크게 믿지는 않지만, 존재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결국 운명적으로 '내가 하게 될 일'은 하게 된다는 것, 그 사실은 언제나 믿고 있습니다. 조지 오웰의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에는 '나는 결국 글을 쓸 운명임을 깨달았다.'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이처럼 어쩌면 저도 '글을 쓸 운명'을 타고났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합니다(이것이 제가 오웰만큼의 재능과 지식을 타고났음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글을 쓰면서 글을 쓰게 된 계기와 같은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저는 그때마다 제대로 답변을 했던 적이 없었지만, 그래도 마지막 끝마치는 말은 언제나 똑같이 말했습니다.


그냥, 글이 쓰고 싶었어요. 그냥 예술이 하고 싶었어요.


무명의 예술가가 전하는 마지막 말

저는 프랑스 소설을 매우 좋아하고, 현대 프랑스 작가 중에는 기욤 뮈소의 작품을 매우 좋아합니다. 신작이 나오면 바로 사서 읽을 정도로. 기욤 뮈소의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이라는 책에서 '작가란 직업은 일반적인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하기에는 어려운 직업이다. 그래도 한 번쯤은 도전해 볼 만한 멋진 직업이지.'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제가 예술을 오직 단 하나의 문장으로 정의해야 한다면, 저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이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창조하는 행위가 가끔은 가혹한 형벌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것이 완성되었을 때의 기분이란 감히 무엇과 비교할 없을만큼 활홀합니다. 미지의 세계라고 여겨졌던 곳의 개척을 성공한 콜롬버스가 이러한 기분이었을까요.


예술을 하는, 예술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포기하지 않고 언제나 계속 그 길을 나아가셨으면 합니다. 그 길을 언제나 Art Storyage가 응원하고 지지하겠습니다. 


Art Storyage는

모든 예술가의 꿈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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