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더위에 앞으로 살아 남을 수는 있을까?
나는 더위를 엄청 많이 탄다. 더위만 많이 타는 게 아니라, 땀도 많아서 여름이라는 계절만 되면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여름에 단 300미터만 걸어도, 그냥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 내리는 체질이라 활동성이 떨어지기도 한다. 다른 사람은 땀 흘리는 걸 즐긴다는 데, 땀이 몸 어딘가에서 흘러내리는 걸 느끼는 순간 불쾌감과 불안감 같은 게 느껴진다. 그래서 가장 싫어하는 계절은 단연 여름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한국의 여름은 더욱 길어지고 더위도 더욱 심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살면서 늘 여름이 될 때마다, 조금만 더워도 더워 더워 하는 나라는 사람이기 때문에 지금의 더위가 나만 덥다고 느끼는 건지 아니면 진짜 모두가 공감할 정도로 더운 건지 잘 분간이 안 갈 때가 많다. 특히 올해는 더. 6월달에 이렇게 더웠던 적이 있나 싶다.
여름이 될 때 나에게는 일종의 암묵적인 기준같은 게 있다. 선풍기를 꺼내서 쓰는 건 7월 1일 이후부터, 집에 창문을 열고 잠을 자는 것도 7월 1일부터, 집에서 에어콘을 트는 8월 1일부터. 에어콘을 틀고 추석 차례를 지내던 그리고 10월 말, 11월 초까지도 덥고 후덥지근 한 작년 여름의 사상 최악의 여름 때도 남들은 다들 6월 달부터 더웠다고 하지만 작년에 나는 6월이 전혀 덥지 않았다. 심지어 본격 여름이 시작되기 전, 마치 사전 행사처럼 목에 땀띠가 나던 것도 작년에는 나지 않고 지나갔다. 그러다가 7월 후반이 되니 견딜 수 없을 지경이 되었고 결국 8월 1일이 되자, 더위와의 싸움에서 패배하고 에어콘을 처음 틀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에어콘을 틀면 어차피 8월 말 정도면 처서가 있어서 실제로는 1년에 몇 번 에어콘을 틀지 않고 지나가는 데, 작년에는 꽤 자주, 그리고 오랫 동안 집에서도 에어콘을 틀고 지냈던 게 기억난다.
근데 올해는 7월이 시작되기 전부터 선풍기를 꺼내야만 했고, 밤에 자려면 창문을 열어 놓고 자야했고, 특히 지난 며칠 동안은 창문을 열어 놓고 자는 데도 더워서 선풍기도 틀어놓고 자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더웠던 6월이 있었나? 벌써부터 집에서 에어콘을 틀고 생활해야 하나에 대해서 어제는 잠시 진지한 고민을 하기도 했다. 나의 체감 상 2025년 6월 말, 7월 초 날씨는 마치 7월 말, 8월 초의 중복에서 말복 그 사이 어디쯤의 날씨 딱 그 느낌이다. 올해 더위에 대한 나의 이런 느낌이 오직 내 기분 탓일까? 나만 유독 올해가 더 덥다고 느껴지는 걸까? 다행히 뉴스를 보니 장마비가 자취를 감춘 올해 덥하고 습한 날씨가 빨리 왔으며 내가 느끼는 것처럼, 7월 말, 8월 초의 날씨와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 역시 너무 덥다고 증언하는 사람들 모습이 등장하고.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나의 온도, 혹은 기온에 대한 감지 시스템이 망가진 건 아니니?
40년이 넘게 한국에서, 그것도 서울에서만 살고 있는데 한 해 한 해 여름이 더욱 더 고통스러워지고 있다. 아무리 더워도 처서 지나 9월 초까지만 고생하면 습한 더위도, 한낮의 더위도 밤이 되면 수그러드는 절기의 마법이 그대로 맞아 떨어졌는데, 작년에는 그런 절기의 마법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처서가 지났는데도 덥고, 심지어 10월인데도 더웠다. 절기라는 게 무색할 정도였다. 나보다 더 오래 산 모친에게 이랬던 적이 있었냐고 물으니 당연히 작년 같은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당시에 모든 사람들이 불길한 예언을 했다. 앞으로 여름이 점점 더 더워질 거고, 이제 여름이 3개월이 아닌 6개월, 7개월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그리고 2025년의 여름은 2024년보다 더 더울 거라고. 결국 2025년에도 어김없이 찾아 온 여름이 되어 작년 6월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더워서 기존에 내가 살아가면서 유지해 온 일종의 규칙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되니 무섭다. 앞으로 5년 후, 10년 후, 20년 후, 30년 후 여름에 한국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더위, 폭염이 더욱 심해질 예정이고, 한국인들의 평균 소득이 줄어들고, 지금처럼 취포 2030 세대들, 그리고 나처럼... ㅠ.ㅠ 젊은 시절에도 경제 활동에 실패해, 빈곤 노인의 삶이 예정되어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아마 폭염 난민으로 전락할 게 뻔하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 폭염 난민 문제에 관하여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을까? 아니, 폭염 난민이라는 개념 자체를 가지고 있는 정치가, 관료들은 있을까? 폭염 문제가 이제 거의 기정 사실화 되어 있는 상황에서 소외되는 걸 넘어 생존이 위험할 지경에 있을 만한 위험 계층에 대한 장기적인 대응 방안이나 대책이 있을까? 확실한 건 아무리 정부가 훌륭한 대책과 대비책을 가지고 있어도 희생자 발생을 온전히 막을 수는 없다는 거다. 마치 우리 중 누구 한 사람은 죽어야 끝나는 페이털(fatal) 게임처럼...
앞으로 더 더워지는 한국에서, 지구에서,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아니 살아갈 수는 있을까? 아니 살아 남을 수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