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큐레이션] 인간은 움직이기 위해 존재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다른 기전을 가지고 있다.

by 수다인

1.

인간은 분명 다른 동물과 다른 매커니즘을 지니고 있는 게 분명하다. 30대 초반부터 헬스장에서 쇠질을 해오던 나는 최대 1년 반에서 2년 동안은 1주일에 5-7일 매일 같은 시간에 헬스장에서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를 쇠질을 했었다. 그러다가 짧게는 5, 6개월, 길 때는 1년 혹은 그 이상을 헬스장을 전혀 등록하지 않는다. 늘 다시는 헬스장에 돈을 쓰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만 늘 그렇게 일정한 시간 간극을 둔 후에 다시 반복한다.


올해 3월 중반까지 나는 2년이 넘게 지속적으로 헬스장에 다녔고 결국 매일 같은 시간 대에 그 좁은 헬스장에서 만나는 개념 혹은 눈치 없는 회원들, 혹은 자아도취에 빠진 회원들 때문에 인류애가 박살난 나는 그 이후 대체제를 찾았다. 그 이전에느 맨몸이나 수영이었지만, 작년 11월부터 꾸준히 실내에서 런닝을 하면서 꽤 오래 전부터 헬스장과의 이별을 준비했던 나는 그렇게 3월 말이 되고, 올해 그 덥고 습한 여름에도 많게는 1주일에 5회, 아무리 못해도 3-4회는 런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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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그렇게 런닝이라는 다른 유형의 운동을 꾸준히 해왔는데 이상한 건 그 사이에 오히려 몸은 더 못 생겨졌다. 3월부터 9월 첫째 주까지 중량을 이용한 어떠한 운동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푸쉬업조차도, 집 근처 공원의 철봉에서 풀업도. 그냥 달리기만 했는데 체중 상의 변화가 일어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눈바디가 좋아진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옆구리는 더 두꺼워지고 탄력이 없어진 듯하고, 팔다리는 더 가늘어져 보였다. 억울했다. 차라리 그 기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이게 다 내 업보라고 생각할텐데 해가 떨어진 저녁임에도 온도가 29도 30도에, 습도는 80%에 육박하는 한 여름에도 530 페이스로 쉬지 않고 최소 5km를 뛰었지만 돌아온 성과는 아무것도 없었다. 왜 그토록 가정의학과 혹은 노년내과 전문의들이 나이가 들수록 근력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지에 대하여 깨달을 수 있었다. 일전에 썼던 <남자는 헬스를 해야 한다>(https://brunch.co.kr/@grandauphin/52)라는 글에서 밝혔다시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지 않으니 기본 디폴트가 에겐남이지만 하루에 잠시라도 테토남으로 변신하는 시간이 없는 것도 문제였다. 남자는 어쨌든 여자와 다르게 남성 호르몬이라는 특유의 성 호르몬을 필요로 하는 존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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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금으로부터 1주일 전 쯤인 9월 첫째 주 목요일에 다시 헬스장을 등록했다. 그 동안의 짬바가 있어서 처음부터 그 전에 매일 같이 웨이트를 할 때의 그 퍼포먼스 그대로 도전해봤자 안 될 게 뻔하고 다음 날 앓아 누을 거라는 걸 알기에 가볍에 머신운동으로만 감을 다시 잡기로 했다. 그 전에 나는 늘 그렇게 오랜 휴식 끝에 다시 웨이트를 시작하면 무조건 바벨 백스쿼트부터 시작한다. 바벨 백스쿼트 성애자일 정도로 바벨 백스쿼트를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러한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 왜냐하면 공백기간 동안 나는 계속 어쨌든 하체운동인 달리기를 해왔기 때문이다. 달리기는 빠르게 달리든, 존2처럼 조깅 수준으로 달리든 어쨌든 쉬지 않고 4km 이상을 계속 달린 후라면 엉덩이나 하체 쪽에 돔스(doms)가 감지되었기에 그전과 이번의 공백기와는 다르다는 걸 확실히 느꼈다. 그렇게 첫째 날은 가슴 운동과 관련한 머신운동만 좀 하다 왔는데 머신에 앉아 플레이트를 전혀 꼽지 않은 머신에 손을 올리는 순간 엄청 무겁게 느껴졌다. 꾸역꾸역 1/3도 안 되는 40분도 안 되서 마무리로 트레드밀에서 30분 존2 달리기를 하고 왔는데 다음 날 가슴에 통증이 느껴졌다.


며칠 후에는 드디어 백스쿼트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빈 바를 등에 걸치는 순간 무언가 잘못 되었음을 느꼈다. 오랜만에 빈 봉 자체가 엄청 무겁게 느껴졌다. 바벨 자체가 무겁게 느껴지는 순간은 헬스를 처음 할 때, 그리고 이번처럼 오랫 동안 웨이트를 하지 않고 다시 할 때이다. 한 마디로 꾸준히 웨이트를 했다면 느끼기 어려운 느낌이다. 세상에... 빈 봉으로만 백스쿼트를 하는 데도 집에 가고 싶었다. 공백기 동안 그래도 꾸준히 달리기를 했으니 하체 근력이 죽지는 않아서 몸 풀기 식으로 60kg로 60개만 하면 되겠네 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잘못 생각했다. 60kg은 커녕 40kg에서도 이건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50kg로 올려서 첫 세트로 13개를 하고서 그 자리에 쓰러질 뻔 했다. ㅆㅂ.... 땀은 비오듯 쏟아지고 심장은 터질 것 같았다. 애플워치로 심박수를 보니 140??? 레알??? 도대체 5개월 동안 뭐한거지? 올 여름 이 무더위를 견뎌내면서 달리기를 했는데 눈바디는 별로더라도 그러면 심박수 컨트롤이라도 잘 되었어야 했는데 이게 뭐지? 대체 나는 지난 5개월 동안 뭐한거지???


앞에서도 얘기했듯, 나는 한참 웨이트를 열심히 하다가 몇 개월이고 길게 공백기를 가지고 다시 돌아오는 식이다. 늘 그 때마다 빈 바벨 자체만으로도 너무 무겁고 이걸 예전에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공백기 후 다시 돌아갔을 때마다 마주하는 경험이라 이번에도 당연히 몇 주, 길어야 한 달만 지나면 다시 예전처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때는 30대 중반, 30대 후반, 적어도 40대 초반이었다. 지금은 그 때보다 더 늙은 40대 중반이다. Ageing Problem을 무시못할 나이이다. 늘 공백기 후에 이제 그 전 같은 수준으로 운동하는 건 생물학적 나이로 인하여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늘 불안하다. 이제 늙음을, 노화를 받아들여야 할 때가 맞지 않을까? 단지 생물학적인 노화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은데, 공백기 후 다시 웨이트를 시작했던 40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다시 예전 기량이나 눈바디를 회복해야겠다는 욕심, 목표 같은 마음이 컸는데 지금은 차라리 존2 달리기나 존2 달리기와 동일한 심박수 범위로 천국의 계단이나 밝으며 체지방이나 좀 줄여볼까 생각이 더 먼저다. 그 전만큼 웨이트에 대한 열의도, 관심도, 기대도 줄어들었다.


어쩌면 이건 웨이트 트레이닝 자체에서 오는 요인도 있지 않을까 싶다. 올해 8월 중순, 작년 4월 이후 1년 4, 5개월만에 일일 자유수영을 하러 간 적이 있었다. 수영이라는 행위 자체를 1년 4, 5개월만에 처음 한 것이었다. 수영을 배우고 나서 수영을 이렇게 오랫동안 안 한적이 없을 정도로 수영과 완전히 담을 쌓았다. 심지어 수영장에 가려고 수영복을 챙기는 데 수영복이 뭔가 헤진 것 같았다. 차마 물에는 안 뜨는 거 아닐까? 자유형은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다른 영법, 특히 접영은 안 되는 거 아닐까 싶었는데, 의외로 수영은 기대 밖으로 잘 됐다. 물론 쓰지 않은 수영 근육을 쓰다 보니 다음 날 어깨가 좀 불편한 건 있었지만.


그런데 웨이트 트레이닝은 수영과는 또 다른 것 같다. 아니 어떻게 빈 봉을 잡는 것만으로도 무거워서 이걸 어떻게 컨트롤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지? 어쩌면 웨이트 트레이닝이 인간의 일상에서의 기본적인 움직임과 전혀 무관하기 때문에 그런걸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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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인간의 몸은 확실히 다른 동물들과는 무언가 기본 매커니즘 자체가 다른 것 같다. 인간은 확실히 움직이기 위해, 활동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설계된 특이한 존재인 것 같다. 『운동의 역설: 다이어트와 운동에 관한 놀라운 과학 Burn: the Misunderstood Science of Metabolism』(2021)에서 저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허먼 폰처(Herman Ponter)는 인간이 아무리 열심히 달리고 격렬한 운동을 하더라도 칼로리 소모량은 크지 않다고 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에너지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진화를 해 왔다고 한다. 인간과 DNA가 고작 1.2%에서 1.6%밖에 차이 나지 않은 또 다른 영장류인 침팬지 혹은 그보다 더 거리가 먼 호랑이, 사자 등등은 먹이 사냥을 할 때 이외에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한다. 이들은 배를 채울 정도의 사냥을 하면 심지어 배가 고플 때까지 다시 사냥에 나서지 않아 호랑이, 코끼리, 사자, 침팬지 등의 대부분의 동물들의 하루 일과는 그저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는 게 다이다. 평소 움직임은 오히려 인간이 더 많은 편이다. 하지만 이들 동물이 몸을 움직이지 않고 오히려 체력 단련이나 근력 훈련을 하지 않아도 자연 상태의 동물들의 근육 상태는 엘리트 체육인의 근육량을 압도한다. 반면 인간은 움직이지 않으면 살이 찐다. 이 말은 인간은 에너지 비축 능력이 다른 동물들에 비하여 월등히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에너지 비축 능력이 결국 인간을 인간답게 혹은 인간이 지금과 같이 고등 생명체로서 문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지만 아쉽게도 인간은 신체 활용 면에서 꾸준히 특정 행동을 하지 않으면 해당 활동에 대한 능력을 쉽게 잃어버릴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근육은 인간이 에너지를 비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데 근육을 만들기 위한 별도의 움직임인 웨이트 트레이닝 역시 인간이 굳이 하지 않거나 혹은 오랫동안 그 활동을 쉬면 다시 거의 제로 베이스(zero-base)에 가깝게 돌아가는 것도 어쩌면 인간이 에너지 비축 능력에 몰빵함으로서 다른 동물들과 다른 매커니즘을 발전시킨 결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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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인 건 인간에게는 머슬 메모리(muscle memory)라는 능력이 있다는 거다. 오랫동안 해당 행위를 하지 않고 다시 그 행위를 하면 마치 처음하는 것처럼 낯선 기시감이 들기도 하지만 인간은 이를 다시 반복하면 금세 예전의 그 활동을 했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서 그 활동에 다시 몸을 적응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심지어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른 건 오히려 그 때보다 더 나은 quality로 기존의 행위보다 더 개선해서 할 수조차 있다. 그 당시에는 자신의 행위에서의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지만 다시 그 행위를 하면 그 당시에는 기계적으로 반복해서 자신의 행위의 문제점을 자각할 수 있는. 이건 어쩌면 인간의 대단한 능력, 인간을 다른 동물들 사이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만든 사기적인 능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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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됐든 인간은 확실히 다른 동물들, 인간과 가장 유전자적으로도 가까운 유인원들과도 확실히 다른 독특한 매커니즘을 지닌 동물임에는 확실한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어쩌면 계속해서 죽기 전까지 움직여야 하는 존재이지 않을까? 허먼 폰처 박사가 『운동의 역설』에서 잉여 칼로리를 소비하기 위해 운동이 최고라는 '과학의 잘못된 믿음'(the Misunderstood of Science)을 지적하지만, 움직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폰처는 살을 빼거나 체지방을 줄이기 위해 비(非) 일상적인 움직임으로서의 운동을 하는 것이 인간의 생명학적 기전과 진화의 과정을 보았을 때 비효율적이므로 인간의 생리적 본질을 고려하였을 때 오히려 평소에 일상생활에서의 움직임을 더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즉, 과거 선사 시대의 우리의 호미닌(hominin)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일상 생활에서,평소에 계속해서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상 생활에서의 움직임은 우리가 매일 중단없이 꾸준히 해야 하는 것이다. 일상적인 행동이란 무엇이 있을까? 배가 고프면 밥을 벅는 것, 일어나서 세수 하고, 식사 후에 양치하는 것, 졸리면 자는 것, 직장을 때려칠 자신이 없이 9 to 6로 출근해야만 하는 직장인이라면 지각하지 않기 위해 출근하는 것, 계약된 근로 시간이 끝나면 집에 돌아가기 위해 퇴근하는 행위, 이러한 잡다한 행위가 일상적인 행위이다. 폰처는 이 일상적인 움직임들 사이에서 꾸준히 몸을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운동의 역설』에서 허먼 폰처 박사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닐까?


"인간은 죽기 직전까지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존재다. 인간은 움직이기 위해 존재하는 생명체이다."


허먼 폰처의 『운동의 역설』는 작년에 읽었던 책이다. 읽을 당시에 책의 제목, 표지 일러스트에 비해 책이 생각보다 어렵고 그렇게 재미있지 않은 책이어서 끝까지 다 읽는 데 생각보다 지루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마침내 책을 다 읽었을 때는 그저 하기 싫은 숙제를 꾸역꾸역 끝냈다는 홀가분한 느낌만이 더 컸다. 그런 『운동의 역설』이 이제 와서 다시 특별하게 여겨지는 건 지금 5개월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을 쉬고 다시 헬스장에 제 발로 찾아가 마치 헬스장에 사람같은 초심자(novice)의 마음으로 되돌아갔기 때문이다. 인간의 매커니즘은 다른 동물과 확실히 다르게 설계됐다. 그걸 이번의 5개월 동안의 공백기, 그리고 허먼 폰처의 『운동의 역설: 다이어트와 운동에 관한 놀라운 과학』을 작년에 그렇게 지겨워하면서 읽지 않았다면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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