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칼로와 나혜석 그리고 까미유 끌로델』 다시 읽기
이 글은 유튜브 채널 [책에 관한 모든 수다]의 <비극을 넘어 예술로> | 『프리다 칼로와 나혜석 그리고 까미유 끌로델』 다시 읽기"라는 영상의 원고로서 아래의 링크를 통해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 『프리다 칼로와 나혜석 그리고 까미유 끌로델』 다시 읽기: https://youtu.be/IQhObbjEzAI
▶ 책에 관한 모든 수다 채널: www.youtube.com/@book_sudain
프랑스를 대표하는 명배우 이자벨 아자니(Isabelle Adjani, 1955-)와 줄리엣 비노쉬(Juliette Binoche, 1964-)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프랑스 근대 조각을 대표하는 까미유 끌로델(Camille Claudel, 1864-1943)의 전기 영화에서 까미유 끌로델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는 겁니다. 한편, 멕시코를 대표하는 여배우 셀마 헤이엑(Salma Hayek, 1966-)은 영화 《프리다 Frida》(2002)를 통해 20세기 멕시코 미술을 대표하는 프리다 칼로(Frida Kahlo, 1907-1954) 역할로 인생 연기를 펼쳤습니다. 《프리다 Frida》가 제작된 3년 후인 2005년 5월 한국에서는 극단 성(城)이 20세기 한국 서양화단을 대표하는 미술가 나혜석(1896-1948)의 삶을 다룬 뮤지컬 《나혜석》을 초연합니다. 지속적인 개작을 거친 이 작품은 최근인 2024년에는 《나혜석: 여성도 사람이외다》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올려졌습니다. 까미유 끌로델, 프리다 칼로, 나혜석. 그 중 까미유 끌로델은 1860년대 태어나 1900년대 후반에 태어난 프리다 칼로와 무려 40살의 나이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이 세 사람은 20세기 전반기, 프랑스, 멕시코, 한국이라는 전혀 다른 공간에서 같은 시대를 살아간 여성들이었습니다. 나혜석과 프리다 칼로는 회화, 까미유 끌로델은 조각이지만 이들은 미술가라는 공통점을 지녔습니다. 무엇보다 이 세 사람은 예술가로서의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났음에도 억압적이고 여성차별적인 남성 중심 사회에서 예술가로서, 심지어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 채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습니다. 이 세 명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이 세 명의 예술가, 인간으로서의 삶을 담담하게 서술한 책이 2003년에 발간된 정금희 교수의 『프리다 칼로와 나혜석 그리고 까미유 끌로델』입니다. 이 책은 현재 전남대학교 미술학과 교수로 연구와 다양한 저술 활동을 해오고 있는 정금희 교수의 대표작입니다. 『프리다 칼로와 나혜석 그리고 까미유 끌로델』 은 한국 미술계에도 여성주의의 관심이 고조되던 당시 상황에서 이 세 명의 여성 미술가들의 삶과 예술 세계를 대중의 눈높이에서 소개함으로써 평단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까미유 끌로델, 나혜석, 프리다 칼로는 오늘날에는 한 사람의 뛰어난 예술가로서 충분히 그 진가가 인정받고 있지만 불과 50년 전만 하더라도 거의 잊혀 있었습니다. 까미유 끌로델은 로댕의 연인으로만 알려져 있었고, 프리다 칼로는 그저 디에고 리베라의 부인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습니다. 나혜석 역시 그저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라는 점에서는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반드시 언급되었지만 그런 인물이 있었다 정도에 그칠 뿐, 이 세 사람 모두 한 사람의 독립적인 예술가로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였습니다. 1971년 미술사학자 린다 노클린(Linda Nochlin, 1931-2017)은 전설적인 미술 에세이인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들은 없을까? Why Have There Been No Great Women Artists?」(1971)로 페미니즘(feminism) 미술사 연구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1970년대 시작된 페미니즘 미술사는 과거의 여성 미술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예술적 성과를 재평가함으로써 한동안 잊혀졌던 여성 미술가들을 재발견해 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에 따라 1990년대가 되면 까미유 끌로델, 나혜석, 프리다 칼로 등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됩니다. 페미니즘 미술사는 뛰어난 여성 미술가들을 재발굴해냈지만 예술가로서의 재능이나 성과가 미비하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재소환 된 사례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여성 예술가들은 금세 잊혔습니다. 하지만 까미유 끌로델, 나혜석, 프리다 칼로는 오귀스트 로댕, 1910년대에서 1930년대 한국 서양화단의 남성 미술가들, 디에로 리베라와 같이 동시대 남성 미술가들을 압도할 정도로 예술가로서 뛰어난 재능을 가졌으며 실제로 뛰어난 작품들을 남긴 공통점을 지닙니다. 이 세 사람은 그저 비극적인 개인사를 지녔으며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한 남성들에 의해 몰락하게 된 여성 미술가라는 흥미로운 개인사만을 지닌 여성 미술가에 그치지 않으며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뛰어난 예술적 성취를 이룩했기 때문에 페미니즘 미술사가 퇴조한 오늘날에도 까미유 끌로델, 나혜석, 프리다 칼로는 여전히 서양 미술, 한국 미술에서 중요한 인물로 거론되는 겁니다. 린다 노클린이 촉발시킨 페미니즘 미술사가 등장하지 않았더라도 까미유 끌로델, 나혜석, 프리다 칼로는 언젠가는 미술가로서 재평가 받을 날을 맞이했을 겁니다. 이들이 세상에 남겨 놓은 미술 작품이 충분히 이를 입증해줍니다. 세 명의 여성 미술가인 까미유 끌로델, 나혜석, 프리다 칼로의 개인사는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들의 삶은 영화, 뮤지컬 등의 대중예술로 재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십적인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이들은 각각 뛰어난 예술가로서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까미유 끌로델, 나혜석, 프리다 칼로의 개인적인 삶과 예술 세계에 흥미가 있으신 분들은 정금희 교수의 『프리다 칼로와 나혜석, 그리고 까미유 끌로델』을 읽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