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 père est mort!

여러분은 사주팔자를 믿으시나요?

by 수다인

나는 사주팔자에 대해서 믿는 편이다. 2007년 6월 29일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011)가 아이폰을 발표하고 2026년 1월 현재 겨우 19년이 지났을 뿐이다. 하지만 그 20년도 안 되는 사이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했다. 인류 역사상 이보다 빠르게 변화한 시대가 있을까?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이 가능해진 세상이고 스마트폰은 다양한 사람들의 무수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다양한 어플들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애플리케이션이 유튜브일 것이다. 유튜브에는 차마 셀 수 없이 많은 유형의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들이 넘쳐나지만 그중에는 사주팔자 혹은 무속인들의 채널도 상당하다. 아울러 어플 중에서는 사주풀이, 만세력 어플 등도 꽤 많다. 그래서 이제는 용하다는 역술인, 무속인을 찾아가지 않아도 웬만한 사주풀이, 자신의 1년, 한 달 동안의 운세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알 수 있는 세상이다.


2024년이었다. 그 해 내가 속한 띠의 공통적인 운세로 수술 등의 이슈로 몸에 칼을 댈 살(煞)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 해 늦여름 정도에 갑자기 목에 급성 피지낭종이 발생했고 결국 피지낭종을 제거하기 위해 간단한 수술을 받았다. 나는 이미 다른 부위에 피지낭종이 두 차례 발생한 적이 있었고 그때마다 제거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사람이 살면서 그렇게 몸에 칼을 대는 수술을 받을 날이 얼마나 있을까? 45년을 살면서. 내 기억에 칼을 대는 수술이라고 태어나면서 어머니 탯줄을 자르기 위한 수술, 포경수술, 치아 발치와 임플란트, 부비동염 수술, 그리고 세 차례의 피지낭종 수술 이외에는 받아본 적이 없다. 근데 그중에 한 차례가 2024년 늦여름이었다. 여름에 땀을 무지하게 흘리는 나는 늦여름이었어도 수술 부위에 염증이 나지 않도록 6주 동안은 거의 제대로 샤워도 못하고 보냈다. 그리고 우스갯소리로 사주팔자라는 게 무시 못하는 가보다 했고 그런 안 좋은 살이 있으면 크게든 작게든 당하고 넘어가는 말이 많다는 말도 들었다.


그리고 2025년이 되었다. 연초에도 어김없이 나와 같은 해에 태어난 띠들의 1년 운세에 대한 유튜브 영상이 추천되었고 나는 그냥 별생각 없이 보았다. 과연 이번 2025년에는 운이 풀릴까라는 막연한 기대에. 후반으로 갈수록 운이 좋아진다는 희망찬 이야기가 있었다. 다만 가족 간의 이별수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결혼을 했다면 배우자와의 이혼의 수가, 그게 아니라면 가족, 그중에서도 부모와의 사별(死別)의 기운이 있다는 얘기를 했었다. 사람은 웬만하면 좋은 것만 듣고 싶어 하고 나쁜 얘기는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나는 그냥 아~ 2025년에는 2024년도에 비해 운이 좋구나 라는 좋은 말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25년 12월 중순,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가 했다. 어머니 목소리는 슬픔에 빠진 것도 그렇다고 엄청 떨리거나 당황한 목소리도 아닌 마치 유명인 누군가가 노환으로 사망한 연예계 뉴스를 전하듯이 이야기를 했다. 엄마가 80도 안 된 나이에 노망이 났나 아니면 지금 만우절도 아닌데 나한테 장난치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빨리 집으로 오라는 얘기를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집에 도착하니 아버지는 어머니 말마따라 갑자기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되었다. 나도, 어머니도 우리 가족 모두도 알고는 있었다. 아버지가 오래 사시지는 못 하실 거라는 걸.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하루아침에 돌아가실 거라는 건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늘 마음 한 편으로는 아버지의 죽음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 않고 있었고, 또 더 큰 공포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존재인 아버지를 혼자 두고 만약 어머니가 먼저 죽었을 때 저 혼자 남은 아버지를 결혼한 형네 가족이 아니면 결혼 안 (아니 정확하게 못)한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그래서 두 분 중 누군가가 먼저 가셔야 한다면 아버지가 먼저 가셔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막상 아무런 준비 과정 없이 하루아침에 일어나 버리니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우리는 갑자기 유가족이 되어 버렸고 장례식을 비롯해 우리 가족은 아니 나와 어머니의 현실은 급격히 달라졌다. 결혼해 처자식이 있는 형은 아무 변화가 없어 보인다. 적어도 거리를 두고 형과 어떠한 대화도 하지 않는 내 입장에서는. 어머니는 갑자기 하루아침에 70대 중반의 미망인이 되어 아버지와 단 둘이 살던 30평대의 넓게 확장된 아파트 집에 혼자 살아야 하는 상황이다. 안타깝게도 아버지는 병원에서 사망하신 것도 아닌 자택에서 사망했고 그 집은 아버지와 어머니 단 둘만 생활했기 때문에 곳곳에는 아버지의 흔적과 기억이 남아 있었다. 아버지가 집에서 별세했기 때문에 어머니에게 집은 혼자 지내기 버거운 공간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나와 어머니와의 동거 생활이 시작되었다. 10년 동안 떨어져 지냈고 5년 동안 지금 집에서, 가족이라는 존재를 평상시에는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마음에 늘 짐과 같았던 가족은 일주일에 고작 1시간 반 정도만 감당해야 될만한 상황에서 어머니는 우리 집에서 주무시고 주간 시간에는 본가에 왔다 갔다 하면서 이중생활을 시작하셨고 나는 그렇게 어머니와 10년 만에 재결합하게 되었다. 거기서 그친 게 아니라 사망 이후 이루어져야 하는 모든 후속 조치도 노모, 시간이 없고 자기 가족이 있다는 형을 대신해 직장도 직업도 없고 결혼도 안 해 자기 가족도 없는 나에게 자연스럽게 모든 게 맡겨졌다. 심지어 어머니가 나와 함께 계심으로 인해 어머니에 대한 케어 역시 나의 몫이 되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언가 할. 일이 있어서 몸을 계속적으로 움직이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으셨고 그렇게 새로운 취미생활이나 심지어 노인 일자리 구하기 등을 원하셨다. 지난 한 달 동안 나는 유가족이자 동시에 유가족 대표로서 모든 사후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대표인, 어머니의 보호자의 역할을 새롭게 부여받았다. 그 와중에도 본업(?)인 유튜브에 세 편의 15분이 넘는 긴 길이 영상을 제작해서 올렸고 다음 영상을 위한 1차 원고 작업까지 마쳤고 지금은 이제 이렇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쏟아내는 글을 쓰고 있다. 대체 2025년 12월 14일부터 지금 이 글을 쓰는 2026년 1월 19일까지의 37일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2025년 12월 13일까지 아니, 2025년 12월 14일 오전 11시에 어머니 전화를 받기 전까지 나는 아버지가 갑자기 사망할 거라는 것도 그리고 그 이후 내 일상이 급격히 변할 거라는 걸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인생, 운명이라는 거대한 불가항력적인 비가시적인 존재 앞에 인간의 그까짓 이성(reason)을 활용한 예측이라는 행위가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장례식이 끝난 후 집에서 자기 전에 유튜브에 접속했다. 이미 2025년이 다 거의 다 흘러가고 이제 2025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2025년 내 나이의 한 해 운세를 신점으로 풀어주는 유튜브 영상이 떴다. 그 영상은 이미 끝까지 재생됐던 흔적이 있었고 나는 기억을 하지 못하지만 그 영상은 아마 내가 연초에 봤던 영상이었던 것이다. 이미 2025년이 거의 다 지난 상태에서 그 영상을 다시 봤다. 그 영상에서는 가족 중에서 이별 수, 특히 부모 상을 당할 운이 강하다는 내용이 나왔다. 그 내용을 보자마자 순간 등에 소름이 돋았다. 이건 특별히 나의 태어난 월일과 시간, 그리고 내 관상까지 보고서 풀어낸 내 개인 사주가 아닌 나와 같은 해에 태어난 사람들에 대한 보편적인 한 해 운세일 뿐인데 그 만신의 예언대로 결국 나는 2025년 부모상, 그중에서도 부친상을 당했다. 무속에서 한 해가 바뀌는 기준점을 일반적으로 동짓날로 본다. 2025년도 동지는 12월 22일 월요일이었다. 아버지의 사망일은 2025년 12월 14일로 동지를 불과 1주일 남겨 놓은 상황이었다. 아버지는 해가 바뀌기 1주일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소천하신 거다. 과연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아버지의 죽음이 내 탓이라는 자책감은 크지 않다. 어머니가 그전에 아버지 사주를 보셨는데 아버지는 82세까지는 사는 건 보이는데 그 이후는 안 보인다고 했는데 그렇게 따지만 아버지는 당신의 명(命)보다 1, 2년은 더 사셨다 가시긴 한 거다. 정확하게 82세는 아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나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도 과연 그저 미신이나 좋게 표현해서 유사과학의 우연의 결과일까?


사람들 중에서는 귀신, 사주, 미신, 무속에 대해서 안 믿는다는 사람들이 많다. 앞서 밝혔다시피 나는 그런 것들을 믿는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귀신이나 영적인 존재를, 사주팔자의 예측, 미신, 무속에서의 예언을 '신뢰'한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다. '믿음'이라는 어떠한 사실이나 사람을 신뢰한다는 뜻도 있지만 종교적인 신앙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아마 사람들이 나는 귀신, 사주, 미신, 무속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는 건 신앙으로서의 '믿음'이라는 뜻 때문이 아닐까? 나 역시 귀신, 사주, 미신, 무속을 신앙적으로 종교적인 관점에서 보는 것은 아니다. 내가 그것들을 믿는다고 표현하는 건 귀신이나 영적 존재의 존재 여부, 사주, 미신, 무속에서의 예측에 대해서 어느 정도 신뢰한다는 신뢰성이고 내가 그러한 것들에 어느 정도 신뢰도를 부여한다는 의미이다. 그 신뢰도는 2024년도의 사건과 그리고 2025년 동지가 되기 1주일 전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상황으로 현재로서는 더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수학자이자 프랑스 근대 철학의 대표자인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 1623-1662)은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신을 믿는 사람은 천국, 그렇지 않은 사람은 지옥에 떨어지는 반면,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믿지 않는 사람은 아무런 손해를 보지 않지만 믿는 사람은 약간의 손해를 받기 때문에 신을 믿는 게 신을 믿지 않는 것보다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며 신의 존재, 즉 유신론(有神論)을 지지하였다. 파스칼의 이러한 논증도 미신이나 사주팔자 더 나아가 귀신의 존재에 관한 질문에도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미신이나 사주팔자를 너무 믿어서 거기에 너무 많은 시간과 돈, 에너지를 쏟는 것은 분명 사소한 손해가 아닌 큰 손해일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과 같이 굳이 역술가나 무속인에게 직접 일정한 금액을 지불해야만 미래에 대한 예언을 들어야 하는 시대에 굳이 그러한 것들을 비이성적, 비논리적,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로 배척할 이유가 있을까? 때로는 너무 많은 것을 아는 게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아무 준비 없이 미래를 맞이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 근데 인간의 운명이나 미래는 계획대로 되지 않기도 하지... 인간은 늘 그 상황을 경험하고 거쳐야 "아~ 그땐 그랬었지, 만약 그때 이런 선택을 했으면 혹은 그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해 두었으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후회하곤 한다. 그게 인간이고, 그게 인생이고. 결국 모든 것은 현실이 되어야만 똑바로 보인다는 것, 그것이야 말로 유일한 진리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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