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소비자 개인이 문제적 기업에 단죄를 내리는 방법
나는 대기업(혹은 중소기업까지)을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첫째, 이용해도 되는 기업. 둘째, 이용하는 게 못 마땅하지만 어쩔 수 없는 기업. 셋째,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이용하지 않는 기업. 이용해도 되는 기업에는 LG전자, 삼성전자, 오뚜기 등이라면, 이용하는 게 못 마땅하지만 어쩔 수 없는 기업에 해당하는 곳들은 롯데마트, 이마트, SPC(주로 삼립) 등이다. 마지막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이용하지 않는 기업으로는 배달의 민족, 쿠팡, 유니클로 등이다. 굳이 대체제가 있거나 생존과 밀접한 관련이 없어서 반드시 이용해야 할 이유가 없는 기업들이 이 세 번째 부류에 해당한다. 내 주관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대한민국 3대 악덕 기업은 SPC, 배달의 민족, 쿠팡이다. SPC를 되도록이면 파리바게트, 던킨 등의 브랜드를 피하기는 하지만 그런 브랜드 뿐만 아니라 심지어 마트에서 손쉽게 사는 삼립 빵 마저 이들 SPC가 장악하고 있어서 피하기가 어렵다. 그 외에 배달 혹은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들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배달 어플 자체를 사용한 적이 없을 뿐더러, 이커머스 기업들은 쿠팡이 아니어도 돈을 조금만 더 주면 충분히 대체제가 있기 때문에 쿠팡은 이용하지 않는다.
얼마 전부터 쿠팡이 난리다. 퇴사한 중국인 직원이 5개월이 넘도록 회사 보안시스템이 무단 접근해 고객 정보를 유출시켰다. 그것도 상당한 문제지만 그 이후는 더 가관이다. SK텔레콤, KT 등등도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했고 이들 모두 피해 사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했다는 점에서 도찐개찐이긴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이들은 수습하려는 시늉이라도 했고 기업의 총수가 나와서 대국민 사과와 함께 대응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쿠팡은 파면 팔 수록 이런 기업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나는 애초에 쿠팡을 쓰지 않아서 그 전에 무료로 몇 번을 이용한 적이 있지만 이 마저도 배송기사들의 잦은 산재 및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진즉에 탈퇴했다. 지금 이 사건과 무관하게. 쿠팡은 전혀 새로운 이커머스 플랫폼이 아니다. 쿠팡은 그저 속도가 더 빠를 뿐인데 하루 이틀 배송이 더 걸리는 것 정도는 참을 수 있을 정도의 인내심은 나에게 충분하다. 굳이 지금 당장 받아야 할 정도로 생사가 걸린 물건 자체는 살면서 거의 없었다. 운이 좋은 건가? 가격이 타 플랫폼에 저렴한 편이기는 하다. 하지만 구독료를 지불해야 하는 것도 웃기고, 그 정도로 물건을 자주 주문하는 게 아니어서 그런건가, 그 싼 것도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기에는 한국에서 한국인들 상대로 돈 벌면서 CEO가 미국 시민권자라서 미국에 본사를 두고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이라는 점에서 나에게는 그냥 이커머스 계의 롯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롯데는 워낙 계열사가 많아서 피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쿠팡은 이커머스 하나라서 그런 기업은 도덕성, 윤리성이라는 걸 큰 기준으로 둔 나로서는 굳이 이용하고 싶지 않은 기업이었다. 근데 롯데는 계열사에 문제가 발생하면 총수가 나와서 어눌한 한국어로 한국인들에게 대국민 사과라도 하지만 미국 기업인 쿠팡은 이번 사상 최대의 개인 정보 유출 사고에 얼굴 한 번은 안 내민다. 거기다가 어제인 2025년 12월 10일 자로 한국의 한국인 대표이사가 전격 사임하고 그 후임으로 미국인 아재가 올 거라고 한다. 당연히 그는 한국말을 모를테고 국회 청문회에서도 가운데 통역이 청문회에서 과방위 위원들의 질의를 통역하고, 다시 그 미국인 후임이 한국어로 통역하는 촌극이 발생할 거다. 상황이 이러한데 한강의 기적 운운한 쿠팡의 김범석 CEO는 이럴 때는 코빼기 조차 비치지 않는다. 무슨 매국노인가? 지 필요할 때는 한강의 기적, 우리는 한국인 도와주세요, 하면서 한국인들 돈을 다 빨아갔으면서 한국에서 문제 생기니 난 미국기업이고 미국인이야 하는 거. 저 집안은 무슨 대대로 매국 집안인가? 이 일이 발생하기 전에도 쿠팡은 심각한 노둥문제로 여러 차폐 도마에 올랐다. 전 국민의 쿠팡맨화라 할 정도로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쿠팡에 재직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플랫폼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 비인격적인 처우 상황에 관한 현재의 상황의 가장 큰 원흉은 쿠팡과 배달의 민족 등이다. 그러니 내가 이들 기업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거다.
외국의 사회과학 혹은 사회문제와 관련 저서들의 포맷은 대략 비슷하다. 저자가 관련 문제를 심층 취재 혹은 연구한 후에 마지막 파트는 작가의 제언으로서 현재의 상황을 개선할 방법을 제안하는 식이다. 환경, 노동, 인권 등으로 제각각이지만 영미권의 이러한 사회문제 관련 저서들의 마지막은 늘 이런 식으로 한결같다. 환경, 노동, 인권, 테크놀로지 등등 어떠한 분야라도 늘 현재의 문제의 배경에는 거대 기업이 자리잡고 있다. 다만 그들의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정도만 다를 것이다. 시민운동이 일찍부터 발전한 서구에서는 시민들의 집단적 행동의 강력함을 잘 알고 시민들이 현재의 사회 문제를 개선하는 데 중요한 행위자임을 상기시킨다. 제 아무리 착한 기업이라 하더라도 모든 기업은 어느 정도 악을 가지고 있다. 그 악은 기업의 최대 가치는 이유 추구 때문에 발생한다. 손해를 보고 싶어서 사업을 시작하는 사업가, 기업가는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이윤을 남겨야 자신과 직원들, 지주들을 만족시키고 그들의 신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윤을 추구하다 보면 정의롭고 도덕적이고 윤리적이며 바람직한 기준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다. 기업이 여기에서 벗어나는 건 이윤 추구와 정의, 도덕, 윤리 등의 비금전적인 가치들 추구가 대체로 상충되기 때문에 이해는 된다. 문제는 그 정도와 그러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대처 방안이다. 그러한 문제가 처음 발생했을 때 빠르게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국민들이, 소비자들이, 사회가 바라는 수준을 어느 정도 충족할만한 추후 행동을 한다면 그 기업은 칭찬받을 만 하다. 하지만 쿠팡, 배달의 민족, SPC와 같은 기업들은 같은 문제가 몇 년째 되풀이 되면서 재발방지를 대책을 마련하겠다면서 전혀 개선이 되지 않거나 꼼수를 쓴다. 서구의 사회문제 연구자들의 저서의 마지막 파트는 한결같이 이들이 사회에서 퇴출되거나 혹은 그들의 사회에서의 입지를 축소시키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시민들이 소비자들이 그들 기업을 불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기업들이 우리 삶에 깊숙하게 침투해 우리 삶을 편하게 해주는 건 사실이고 이들을 이용하지 않을 때 처음에 얼마 동안은 불편하다는 걸 연구자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놀랍도록 뛰어난 적응력을 지녔다. 쿠팡이, 아니 온라인 구매 및 배송이 없던 시절에도 인간은 잘만 살았다. 하지만 그 이후 인간은 그 새로운 변화에 빠르게 적응했고 그 편리함에 중독되었다. 시간이 없다. 귀찮다는 이유로 우리는 직접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러 가지도 않으며 물건을 주문했을 때 당장에 받기 위해 더 빠른 배송 시스템을 요구해 왔고 인간의 참을성이 부족한 욕구는 기업의 속도 경쟁을 부추겼지만 반대로 기업의 속도 경쟁이 인간의 참을성을 나락으로 보내버리기도 했다. 이런 현대 사회의 이기를 포기하는 건 분명 불편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들 없이도 잘 살 수 있다. 놀랍게도 우리는 그것들, 특히 쿠팡이나 SPC나 배달어플이 없어도 우리에게는 충분히 대체제가 있다. 서구의 연구자들도 이 부분을 잘 지적한다. 우리가 특정 어떤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어딘가에는 분명 그 대안이 존재한다고. 다만 그게 가격이 조금 더 비싸거나 속도가 조금 느릴테지만 대체제는 거의 존재한다. 완전히 독점 시장이 아니라 대체제가 있다면 우리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기업을 이욯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덜 문제가 있는 다른 대체 기업을 이용해서 그들이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그들의 부도덕한 행동을 수정하도록 유도하도록 시민의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보여줘야 한다고 서구의 학자들은 한결같이 주문한다. 지금 한국인들에게 필요한 건 바로 이러한 자세가 아닐까 싶다.
현대 사회가 선사하는 기존의 문명의 이기를 완전히 포기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게 아니다. 현대 문명을 충분히 이용하되 대신 기업에 대해서 그들이 사회에, 지구에, 아니면 우리 공동체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선한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더라도 악한 영향력을 끼치는 기업들이라도 그들이 도태될 수 있도록 나부터라도 그들과 거리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한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늘어나서 10명이 되고 100명이 되고 1,000명이 되고 10,000명이 되면 결국 부도덕적인 기업들 역시 피해를 받지 않을까? 지구 상의 더 많은 기업들이 보다 더 양심적이고 도덕적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