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을 향한 젠틀맨의 열망10_ 문장자기에 숨겨진 의미
윌리엄 피트(William Pitt, 1st)의 문장이 장식된 문장자기, 중국 경덕진, 1775년, V&A Search the collection, http://collections.vam.ac.uk/item/O437169/plate-unknown/©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18세기에 문장자기 정찬 세트를 주문했던
영국인들의 인적 사항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시아 무역업 종사하는 상인 신분의 남성이었어.
사실 이 당시에는 중국 도자기 구매에 있어서
여성들의 영향력이 더 컸다고 볼 수 있어.
하지만 문장자기는 예외였지.ㅎㅎ
(그만큼 단순한 식기가 아니었던 거지ㅋ 남자의 욕망이 숨겨진 ㅎㅎ 욕망 그 자체였던 거야!)
그리고 자신의 출신 배경보다
더 우월한 사회적 위치를 가지고 있었던
부인을 짝으로 맞이 했던 사람들이 많았다는 거야.
이런 식의 결혼을 보통
'신분 계급을 초월한 결혼(inter-class marriage)'이라고 하는데,
나는 여기서 유독 문장자기 정찬 세트를 구입하는데 혈안이었던
사람들이 이러한 결혼을 했던 상황에 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
이전에 '캡틴 차이나'가
(영국 동인도회사의 선장이자 아시아 무역상인)
옥스퍼드 법대에 다니는 자기 아들 '윌리엄'을
몰락한 귀족 '에일 백작의 딸' '아이린'한테
장가보내서 상인 신분 탈출을 위해서
엄청 공들이고 그랬잖아?
사실
이게 17~19세기에 들어서 영국 사회가 마주한
커다란 사회적 변화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는 거야.
동인도회사, 산업혁명 이런 애들이랑 비견해도 될 만큼
아주 커다란 사회적 변화,
그게 바로
'신분을 초월한 결혼'이었어.
귀족이랑 부유한 평민 가문 출신 젊은이들이 결혼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해졌지.
말 그대로 신분제도의 동요,
사회적 클래스가 이전보다 흐물흐물 티미~해지는 거지.
여기서 잠시 영국 사회 계급과 문장에 대해서 좀 자세히 알아볼까?
전통적으로 영국 사회에서 문장을 소유하려면
신사(gentry) 계급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일반적인 사회 통념이었는데,
(그렇다고 모든 신사 계급이 문장을 갖고 있었던 건 또 아니래 흐음..)
18세기 전후로 사회에 많은 자본이 유입되고, 그 중심에서
새로운 영향력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 바로 이 무역상인 집단이었어.
그리고 이 무역상인들은
캡팃 카펫이 그랬던 것처럼 부를 축적해서
후에 신사 계급으로 신분이 상승하는 경우도 많아졌지.
세습받은 작위가 없더라도
문장도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었어.
캡틴 카펫처럼 지방의 토지를 대대적으로 매수해서 지주가 돼서
문장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거나,
정치계로 진출해서 영국 의회의 하원(house of commons),
즉 평민 출신 대표 의회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정치적 기여를 하든지,
아니면 인도, 중국, 아프리카 등지에서
영국 해군(참모, 장군 등 고위직) 신분으로 영국의 식민화 정책에
크게 기여해서 그 공로를 왕실로부터 인정 받든 지 해서
왕실로부터 작위를 하사 받는 경우가 있지!
이때 그 공로의 정도에 따라서 하사된 작위 또한
차등적으로 부여됐는데,
평민이었던 사람이
최상위급 작위를 받는 일,
그러니까 공로를 인정받거나 토지를 매수해서
공작(duke), 후작(Marquess) 같은 신분이 되는 경우는 없었어.
하지만 백작(Earl) 정도의 작위는 가능했던 것 같아.
평민 출신으로 백작 작위까지 하사 받았던 영국의 정치인
에 대해서 한번 알아볼까?
윌리엄 피트 1세의 초상화가 그려진 작은 에나멜 미니어처야. 엄청 뽀샵이..ㅎㅎ
Jean Rouquet, enamel miniature, Portrait of William Pitt (1708-1778), 1st Earl of Chatham, 1740., V&A search the collection, http://collections.vam.ac.uk/item/O82304/portrait-of-william-pitt-1708-enamel-miniature-rouquet-jean/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부유한 상인 가문 출신이지만, 정치적, 사회적으로 그 공로를 높이 살 경우 18세기 초 하원 출신의 의원으로 시작해서 영국 수상(MP, Prime Minister)까지 역임했던 윌리엄 피트(William Pitt, Elder)와 같은 사람들은 후에 백작(1 st earl of Chatham) 작위를 받게 돼. 윌리엄 피트의 집안은 할아버지 토마스 피트 때부터 인도 무역을 통해서 엄청난 부를 축적한 부유한 상인 집안이었어. (윌리엄 피트의 할아버지 토마스 피트는 영국인 최초로 중국산 문장자기 접시를 제작했던 사람이야. 사실 이 할아버지에 대한 평가는 좀 부정적인 편이었지.. 인도 킴벌리 광산에서 채굴한 다이아몬드를 불법적으로 영국으로 들고 들어와서 어마어마한 수익을 남겼어. 이 인물의 별명이 오죽하면 다이아몬드 피트라고 할까.ㅎㅎ 하지만 영국 왕실로부터 발각되자 구금될 위기에 처했는데, 말 그대로 돈과 빽으로 그럴 위험을 가뿐히 피해가지. 나중에 정계에 입문해서 그의 아들, 손자, 그리고 손자의 아들까지 100년 가까이 영국 정치에서 주요직을 꿰찰 수 있는 중요한 지반공사를 했다고 볼 수 있어. 윌리엄 피트의 아버지도 영국 의회에서 하원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지.) 윌리엄 피트는 옥스퍼드(중퇴), 네덜란드 유트렉 대학교에서 고등교육을 받고, 하원의원으로 데뷔해서 정치인의로써의 역량을 쌓기 시작하지. 하지만 귀족 가문이자 정치 명문가 그란 빌(Granville) 가문 출신 헤스더를 아내로 맞이 하기까지, 그리고 그녀가 집안 작위 상속 절차에 의해서 남작 부인이 될 때까지 윌리엄 피트의 신분은 평민에 머물러 있었어. 하지만 역량 있는 하원의원으로 성장하게 되고 훗날 영국 의회에서 수상까지 역임하면서 엄청난 역량을 펼치고 (7년 전쟁, 미국의 식민 정책) 채탐 백작이(1st earl of Chatham)라는 작위를 왕실로부터 하사 받게 돼.
V&A Search the Collection,
http://collections.vam.ac.uk/item/O437170/plate-unknown/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이 작품은 영국의 수상을 역임했던 윌리엄 피트(William Pitt, 1708.11.15 ~ 1778.5.11)에게 영국 동인도회사가 선물한 문장자기야. 중국에서 사전에 특별 주문 제작했던 이 접시는 중앙에 윌리엄 피트의 문장이 장식되어 있지. (사실 이 문장자기는 내가 진짜 많이 사랑하는 작품이야 ㅎㅎㅎ 너무 이쁘지 않니?) 이 작품은 지금 런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에서 소장 중이야. 이 문장자기 접시는 사실 대규모 세트로 구성된 문장 장식 테이블웨어의 일부인데, 1772년 중국 경덕진이라는 곳에서 만들어졌어. 중앙에 있는 문장이 바로 윌리엄 피트의 문장이지. 피트의 문장자기 접시의 장식 세부를 살펴보면, 중앙부에 배치된 이분할된 방패를 중심으로 주변부가 소용돌이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어. 방패 상단부 우측에는 남작, 좌측에는 백작을 상징하는 왕관(coronet)이 배치되어 있는데. 이런 식의 문장 형태는 극히 드문 경우였다. 남작(baron)을 상징하는 왕관은 윌리엄 피트의 부인 헤스터의 가문 그란빌(Granville)家의 문장이야. 헤스더는 피트의 신분과는 별개로 1761년 그녀의 친정 가문의 작위 승계 절차에 따라 남작부인이 되었데. 피트는 부인 헤스더 보다 나중에 작위가 생겼는데, 성공한 정치인으로서 그 공로를 인정받아서 왕실로부터 백작(Earl, 1st Earl of Chatham) 작위를 받게 돼. 그래서 피트의 왕관, 그러니까 채탐 백작을 상징하는 왕관이 방패 우측에 장식된 거야. 부부의 작위를 상징하는 왕관이 나란히 2개 얻혀 있는 아주 특이한 형태의 문장이라고 볼 수 있어. 방패 하단에는 ‘BENIGNO NUMINE(By the Favour of the Heavens)’라는 모토가 새겨져 있고, 접시 하단부에는 피트의 작위(Earl of Chatham)를 상징하는 이니셜 ‘C‘가 장식되었어. 특히 방패를 기준으로 좌측에는 사자가, 우측에는 수사슴이 방패를 보좌하는 모양으로 정교하게 묘사되었는데, 이렇게 정교한 동물 두상의 묘사는 당시 중국산 자기 장식에서 결코 흔치 않았던 것으로, 이 문장자기를 선물한 동인도회사가 정치적으로 유력한, 그러니까 수상직에 있는 윌리엄 피트에게 완성도 높은 문장자기를 선물하기 위해서 자기 품질에 얼마만큼 심혈을 기울였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하지. 이번엔 자기 장식을 살펴볼까? 둘레부는 연홍색, 주황색, 녹색, 청색, 자주색 등을 사용하여 사실적으로 묘사된 꽃과 넝쿨 이미지를 장식했고, 이를 조금씩 변형시켜 둘레부에 사방으로 배치했어. 문장을 기준으로 둘레부 상측 꽃 넝쿨 사이 여백에는 학을 묘사한 것으로 보이는 흰 새가 닻에 앉아있네. 자기 품질 평가를 좌우하는 여러 요인들을 고려할 때, 백자의 태토와 채색 장식, 장식 묘사 수준 등 거의 모든 면에서 피트의 문장자기는 앞서 다루었던 문장자기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어. 당시 영국 정치계의 실권을 장악했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윌리엄 피트의 정치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동인도회사가 유력한 정치가인 피트와의 원만한 관계 유지를 통해 회사를 향한 여러 외부 위협 요인으로부터 방벽을 구축하고 나아가 영국 의회가 회사에 유리한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략의 맥락에서 이 문장자기를 선물, 그러니까 정치적 의도가 담긴 '뇌물'로써 전달했던 걸로 해석할 수 있지. 심지어 피트에게 선물한 이 문장자기는 같은 시기 영국 왕실에서 사용했던 중국산 문장자기보다도 더 퀄리티가 좋았으니.. 얼마나 고퀄리티의 작품인지 알겠지? 정말 깔끔하고 기품 있는 CLASSIC!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는 아주 참한 도자기야. ㅠㅠ 내가 많이 사랑해.ㅠ
하지만,
한번 생각해봐,
자신보다 신분적으로 높은 가문 출신의 부인을 맞이한
한 남자가 자꾸 처가 식구들과 접촉하면서
자기의 신분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일이 빈번해지고,
어떻게든 만회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보통의 부유함으로는 감히 상상도 못 할 거금을 들여서
중국에서 자신의 문장 자기를 정찬 세트 형태로
주문 제작했던 걸로도 해석할 수 있어.
왜, 언젠가 캡틴 카펫이 상류층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거 생각보다 엄청 스트레스받는다고, 지네끼리 시구 읊어대고 말할 때 막 라틴어 쓰고 그랬다고 했잖아.. 그런 종류의 자격지심이 부글부글 끓는 상황이 자꾸 자기 처가 식구들이랑 접촉하면서 누적되었을지도 모르지~ 에휴.. 쉬운 게 없군.
그래서 그런 열등감을 좀 극복하고 싶어서
자기 집에서 열리는 정찬 행사에 지인이든 일가 친적이든
사람들 다 모아 값비싼 문장 자기 정찬 세트를 폼나게 씀으로써
"내가 이런 사람이야~요것들아! 까불면 재미없어!"
이렇게 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ㅎㅎ
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ㅋㅋ
"쳇! 거~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너무 쉽게 억측하는 거 막 그러는 거 아니야?!"
라고?
그런데, 여러분!
아직 여러분에게 아직 안 말한
정말 중요한 사실이 있어!
이 이야기를 들어보면 내 말이 좀 믿어질 거라 믿어!ㅎㅎ
"효율"에 대한 인식에 도가 텄을 '상인'이
문장자기 정찬 세트 같은 사치품을 구매할 때는
다 그만한 투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설마 식기 정도의 용도로만 생각하면서
거금 들여 고생 고생하면서 살 리는 없을 것 같아.ㅋ
내가 일전에
유럽 가정에는 도자기 접시를 집안 곳곳에 장식하는 문화가
흔하다고 이야기했잖아~ 기억나?
이 문장자기 정찬 세트도
그거랑 똑같이,
식기로 사용하지 않을 때는 이걸 집안 벽면이나 장식장, 아니면 선반 등등
그위에 가지런히 전시해두기도 했다는 거야.
예를 들어서 너가
캡팃 카펫의 집에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아서 놀러 갔어.
그런데 그 집 집사가 자기 주인님 오시기 전까지
응접실에 앉아서 차나 마시면서 기다리고 있을래?
이러면서 너를 응접실로 유유히 이끌고,
맛있는 홍차를 한 잔 대접했다고 생각해봐.
(캡틴 차이나도 펍백작네 저택 가서 응접실서 차이티 마시면서 기다렸었잖아~ㅎ)
너는 그 차를 마시면서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하겠어?
좀 뻘쭘하고 그러니까 괜스레 응접실 벽면이나
거기 놓인 이것저것을 쭈~욱 한번 훑어보겠지?
예를 들어 우리가 낯선 집에 가서 이거랑 똑같은 상황이면 뻘쭘하니깐
괜히 그 집 가족사진 이런 거 유심히 보잖아.
꽂혀 있는 책이나 화분의 식물이라든지, 그 집 천장에 달린 조명이라든지..ㅎㅎ
사실은 별 관심도 없으면서 괜스레 유심히 보지 ㅋㅋ
뭔가 집중해서 안절부절못한 모습을 가시게 만드는데 효과적이니 말이야.ㅎㅎ
요기에 있는 아저씨들도 벽에 걸린 그림을 열심히 쳐다보고 있네?ㅋ 뭐가 있나요 거기?
내 스타일 여자 사진이라도?ㅋ
앞서 캡틴 차이나도 펍백작네 집에 가서 응접실에서
펍 백작이 오기를 기다리기까지 과정에서
집 앞에서부터 마차, 벤치 초상화 등등에
반복적으로 펍 백작의 문장이 장식된 게 눈에 들어왔었잖아.
그거랑 똑같이
동일한 이미지(문장)가 공간 여기저기에서 반복적으로 자꾸 눈에 띄고,
심지어 그 이미지가 매우 귀족적인 문화의 일환이라는 걸 상기하게 되지..
그러다 보면
결국 캡틴 차이나가 그랬던 것처럼 되는 거야.
"역시.. 펍 백작은 고귀한 출신의 사람이구나.. 좀 멋진 거 같아.."
라고 생각하던 거 생각나?
이거랑 똑같이
응접실에서
한 500점 대의 문장자기 정찬 세트를 발견했다고 생각하면
엄청 압도적으로 다가왔을 것 같지 않니?
그러니까,
이 영국 젠틀맨들은 이렇게
사교 목적으로 자기 집안에 다른 사람들을 초대하고,
손님이 그 집에서 공식적으로 허락된 공간인 '응접실'로
자연스럽게 들어서게 한 뒤에
짜잔!
가지런히 늘어놓은 수백 점대의 문장자기 정찬 세트가
집에 방문한 손님의 눈에 띄는 (자연스럽게) 상황을 예견했을 수 있어.
그러면서,
우와~문장~귀족적~우와 ~ 엄청난 양의 중국 도자기~Money~
SWAG!!

이라는 생각이 동시에 떠오르게 될 거야..
아니면
새로 구입한 문장자기를 자랑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한
허풍쟁이 같은 캡틴 카펫의 경우,
당장이라도 니 손을 이끌고 그 앞에 서서
장식장이나 집안 벽면에 늘어놓은
이 문장자기 정찬 세트가 얼마나 값비싸고 갖기 어려운지,
이걸 사기 위해서 내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그런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으면서
대놓고 자랑할 것 같지 않니? ㅎㅎ
(캡틴 카펫 같은 성격이면 그러고도 남았을 거야 ㅎㅎ)
결국 영국의 무역 상인들은 집안의 인테리어 장식의 일환으로,
그리고 이제는 달라진 자신의 고귀한 신분을 과시하고자
문장자기 정찬 세트를 사람들한테 의도적으로
노출시키고자 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어.
한스 벨팅(Hans Belting, 1935~ )
이라는 저명한 미술사학자가 있거든?
이 벨팅 할아버님께서는
인류학적 시각에서
어떤 사람의 이미지(image)를 구성하는 요소를
이미지(image), 신체(body), 매체(Medium)로
분류해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셨지.
그런 맥락에서
어떤 인물의 모습을 담은 초상화(portrait)를
그림(painting)이라는 매체(medium)로 구성된
"인공적인 신체(artificial body)라고 생각하셨어.
그러니까 쉽게 생각해서,
여러분이라는 존재(대단한 니존재)
영혼 + 신체로 구성되어 있다고 가정하면,
니 영혼을 '이미지' (우리가 이미지 게임할 때 그 이미지라고 생각해도 돼!)
그리고 신체를 '캔버스'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
그러면 이미지(니영혼)+캔버스(니몸뚱이) = 그림(너)
가 되겠지?
ㅎㅎㅎㅎ
벨팅은
문장
=
인물의 신체 기호(body sign), 신체 이미지(body image)
라고 주장해.
그러고는 문장이 중세 봉건 사회에서 어떤 인물의 초상화 기능을 했다고 말하지.
(내용이 좀 복잡하지? 내가 최대한 야금야금 설명하도록 노력해 볼게..ㅠㅠ)
첫 번째 포스팅에서 문장의 기원에 대해서 설명했던 거 생각나려나?
중세 때 투구가 기사의 얼굴을
전부 다 뒤덮는 형태로 바뀌면서
시야가 좁은 투구 사이로 보이는
적군을 확실히 알아보려고 고안했던 게
바로
'방패에다가 가문, 집단의 고유의 이미지(그림)를 그려서'
적군과 아군을 쉽게 식별하려고 했다고.
이런 면에서
투구를 쓴 기사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방패에 그려진 그림,
즉 문장은
어떤 사람의 기호화된 이미지로써의 '얼굴'역할을 하고,
그런 의미에서 전통적 의미의
(대상의 이미지를 그림 매체로 캔버스에다가 그린 그림,
문장의 경우 대상의 정체성을 '기호화된 그림'으로 그렸지!)
와 동일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게 돼.
'문장' 자체가 하나의 초상화가 될 수 있다는 이런 가설,
조금 복잡하지만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흥미로운 이론이라고 생각돼.ㅋㅋ 그래서 내친김에 좀 더 설명해보려고 ㅎ
괜찮겠지?ㅎ
그런데 내가 지금 몇 개의 포스팅을 통해서
문장이 중국 도자기에 장식되었고,
그게 수백 점대의 정찬 세트로 구성되었다고 했잖아.
벨팅 말대로
문장이 어떤 사람의 얼굴(존재)을
기호로 표현한 초상화라고 하는 말을 생각했을 때,
그리고 문장자기 정찬 세트는
그런 초상화가 '중국 도자기'라는 고급 매체에 그려지면서
하나의 또 다른 초상화를 만들고,
정찬 세트라는 형식으로 반복적으로 만들어서
그걸 집안에 가다 펼쳐서 전시된다-는 가정을 발전시키면,
문장자기 정찬 세트는 하나의 초상화를 대량 생산해서
전시한 효과를 누린다고 생각할 수 있어.
여기서 잠깐
미술사적인 맥락에서
'초상화'라는 것의 의미를 한번 살펴볼까?
어떠한 인물이나 사물, 상태가 이 세상에 영원히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그걸 그림으로 기록해서 남겨 둘 필요가 없어. 그냥 니 눈으로 실제로 보면 되는 거지.
하지만 존재는 결국 끝을 맞이하게 된다고 생각할 때,
어떤 존재가 결국 죽음, 소멸 등의 이유로
즉, '부재'하는 경우를 생각하면,
누군가는
어떤 사람이나 사물, 상황을 기록해서 남겨 둘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존재들을
(자신, 가족, 조상,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 동물들, 좋아하는 풍경, 아까는 물건 등등)
기록해서 영영 보존하고 싶어 지게 돼.
똑같이
이런 생각을
문장자기에다가 적용시키면,
그럴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존재(자신, 혹은 가문)를
기호화한 이미지(문장)를 도자기 접시라는 캔버스에다가 그려서
집에 걸어두는 거야.
심지어 수백 점 대의 정찬 세트 형태로 말이지.
그렇다면 기호화된 인물의 이미지(초상)를
대안적인 신체(중국 도자기=캔버스 역할)에 그려서
집안에 전시하는 건
마치 초상화를 벽에 걸어두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볼 수 있어.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해석이야!^^)
만약에 캡틴 차이나가 펍백작네 집에 갔을 때,
마차에 내리자마자 펍 백작이 마중을 나와있고,
좀 억지스럽지만 그의 시야가 '펍 백작'에게만
고정되어야 한다고 가정한다면
그때 펍 백장의 문장은 캡틴 차이나의 시선에 들어오기 힘들어.
실제로 펍 백작이 눈 앞에 있으니까 말이지.
하지만, 캡틴 차이나가 펍 백작의 저택에 들어섰을 때
그는 집에 없었고
(말 타고 드라이브 갔었잖아 ㅋㅋ 인물이 부재한 상황이지?)
그의 저택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응접실에 앉기 까지,
그곳에 지금 펍 백작은 없지만,
그를 상징하는 이미지, 그의 대안적인 초상화인 문장이
집안 장식되어 있는 거야.
그 공간 안에 펍 백작은 실제로 없지만,
대안적인 펍 백작인 '문장'은 존재하는 거지.
실제 인물. 즉 펍 백작이 없을 때도
문장은 이렇게
그의 존재를 상기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 거야!
심지어
문장 = 귀족,
문장 장식 = 귀족적
이라는 생각이 들게 연출함으로써,
귀족이라는 사회적 신분과
귀족적이라는 환상적인 이미지가
문장을 통해서
그 시간과 공간 속에서 지속되는 거지 ㅎㅎ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문장자기 정찬 세트를 구입했던 영국의 무역 상인들은
수백 점대로 구성된 문장(권위) +중국산 도자기(부)를 집안에 전시하고
때때로 정찬 행사(상류층 문화)에서 테이블 위에서 식기로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부와 명예를 과시하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자신의 사회적 권위를 지속하고자 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그렇기 때문에 문장자기 정찬 세트의 제작 과정과 같은
귀찮고 소모적이고 불안정한 상황을 다 감내하고
그러한 형태의 소비에 열광했던 거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지.
ㅎㅎㅎ
오늘 이 포스팅 내용은 좀 어렵다 ㅎㅎ 그렇지?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끝까지 읽어줘서 정말 고마워!

안녕!!
본 글은 지난 2016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미술이론과 전문사과정 석사 학위 수여 논문
을 토대로 작성된 글입니다.
[영국 문장 자기 British armorial porcelain]의 역사적 배경에 관해
더욱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께서는
링크로 접속하여 논문을 열람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rtsy K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