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이 젠틀맨을 만들다11

문장을 향한 젠틀맨의 열망11_젠틀맨의 완성: 문장, 그리고 사회적 성공

by ARTSYKOO

[문장이 젠틀맨을 만들다 - 문장을 향한 젠틀맨의 열망]


11_ 젠틀맨의 완성, 문장 그리고 사회적 성공



Artsy KOO(아치쿠)













안녕? 오랜만이야!



내가 누구냐고?ㅎㅎ



나는 너의 오랜 친구 캡틴 차이나란다! ㅎㅎ

(윌리엄의 애비되는 사람이지!)






후후


오늘이 무슨 날이냐고?



내 보석 윌리엄이 에일 백작의 딸 아이린과 결혼하는 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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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잇몸 만개 미소)







내가 지난 2년 동안 얼마나 애썼게.





우리 윌이랑 아이린 아가씨, 아니 우리 며느리 아이린이
자연스러움으로 포장된 인위적인 절묘한 만남을 위해서


이 애비가 자존심이고 뭐고 다 접고 엄청 공을 들였어요..




흐음...




뭐. 일전에 내 오랜 벗 캡틴 카펫, 올란도와 극장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그때 이런저런 나름의 '딜(DEAL)'이 성사되고!



(우리의 딜 성사를 못 보신 분이 계시다면 문틀맨 7부를 참고하세용.

저 캡틴 차이나를 모르겠다 싶으시다면 6부부터 보시길 권장합니아! 거기서 첫 등장해요ㅎㅎ)




나는 캡틴 카펫한테 고생고생 멍멍이 고생을 해가면서

중국에서 문장자기 정찬세트를 만들어다 줬어.




다행히 광저우 화 배공이 문장 그리는데 실수 없이 잘 그려다 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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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ket and Stand, c. 1800. V&A Search the Colletion, http://collections.vam.ac.uk/item/O185186/basket-and-stand-unknown/

©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영국동인동회사의 문장이 장식된 과일 바구니(fruit basket)와 두 접시는 대형 정찬세트를 구성된 자기 세트의 일부야. (영국동인도회사의 문장의 모토는 “영국 국왕과 의회의 권한에 의한('By right of the king and the senate of England'-'Auspicio Regis et Senatus Angliae')이라고 문장 방패 하단 스크롤에 적혀져 있어!) 이 영국동인도회사의 문장이 장식된 문장자기 세트는 회사의 창립 100주년 기념으로 주문제작되었던 것으로 추측되고, 이 작품들은 인도 마드라스 영국동인도회사상관에서 영국으로 유입된 작품이래.

이 도자기 보면 뭔가 신기하게 생겼다는 느낌이 팍 오지 않아?ㅋㅋ 이렇게 구멍이 뽕뽕 뚫린 형태의 도자기 테크닉을 ‘투각기법(pierced work)’이라고 하는데, 되게 멋있지 않니? (내가 진짜 좋아하는 기법이야 흑흑 뭔가 물이 슉슉 잘 빠질 것 같아! 국수 삶아서 건져내서 찬물에 헹굴 때 저 바구니 쓰면 좋을 것 같다 그치? ㅋㅋㅋ) 이런 기법은 18세기에 유럽권 국가에서 처음으로 도자기 매체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던(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 도자기의 예술성을 따라잡아서 유행의 선두가 되었던!) 독일의 마이센 혹은 베를린 지역의 공방에서 만들어진 도자기에 영향을 받은 디자인으로 볼 수 있데. 이런 바구니 형태의 도자기는 디저트용 식기로써, 주로 딸기 같은 과일을 담기에 좋았나 봐. 바구니 옆에 접시 보이지? 저 접시들이 보통은 디저트용 접시로 사용되고, 그 디저트랑 같이 딸기 같은 과일이 저 투각 바구니에 담겨져서 같이 나갔대. 특히 18세기 사람들이 열광했던 조합이 바로 이 과일+크림 조합이었데! (역시 ㅋㅋ 달달한 거에 대한 입맛이란 시공을 초월하는 듯ㅋㅋ 나도 좋아하는데 딸기 생크림 케익 ㅠㅠ) 유럽인들이 좋아했던(당대 최신 유행이었던) 투각 장식 도자기(특히 바구니)는 중국에서 1780~1825년 수출용 도자기의 디자인으로 종종 사용되었던 디자인이래
(본 작품 설명 내용은 영국 런던 소재 빅토리앤앨버트뮤지엄의 온라인 컬렉션 작품 설명을 따른 것입니다. ©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






다만



완성품을 가지고 런던으로 오다가 우리 범선이 중간에 먹을 것 좀 채워가느라



수마트라 섬에서 정박했는데, 글쎄 암초에 한번 살짝 부딪쳤어. ㅠ



하필 캡틴 카펫 문장자기가 들어있는 쪽을 박았지 뭐야....



흐음...









그래도 다행히 내가 요런 문제를 예상하고 광저우에서 출항할 때

여분의 민무늬 백자를 여러 개 챙겨서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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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 소스 보트, 주전자, 찻잔 등등 종류별로 다 챙겨 왔다고!)





후후 나는 진짜 비상한 사람이야 홍홍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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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나 깨진 문장자기가 몇 점 있더라도

요 민무늬 백자에다가 문장만 살짝 그려서 채워 넣으면 돼.ㅎㅎ





런던에 나랑 친한 채색 공방이 있거든. 거기다 부탁하려고 ㅎㅎ






그동안




나의 메신저,

그러니까, 우리 윌리엄의 사랑의 메신저인 캡틴 카펫은
일전에 약속한 대로,



우리 윌과 에일 백작네 아이린을 이어 주기 위한 여러 떡밥을 뿌려 뒀어요..



심지어 내가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기 전부터

모든 일이 착착 진행되기 시작했어.



ㅎㅎㅎ




캡틴 카펫은 생각보다 엄청 치밀한 녀석이야.



내가 지난번에 말했던가?



펍 백작네서 하는 정기적인 투자 모임이 있는데 캡틴 카펫이 그 멤버라고.


펍 백작의 4촌인 에일 백작이(아이린 아버지가)



아주 자연스럽게, 하지만 또 확실히 그 모임에 나올 수 있게 사전 준비를 해서


내가 자연스럽게 에일 백작과 친분을 다질 수 있게 끔 다 준비해놨던 거 있지.



캡틴 카펫! 올란도!! 요 깜찍한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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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일단 고급 선물 떡밥을 풀었나 봐.ㅎㅎ

하긴 그게 그 녀석 주특기이지. ㅋㅋ






우선 카펫 중에서도 최고로 쳐 주는



앤틱 페르시안 카펫을

어렵사리 구해서



투자 모임 멤버들 한테 다 선물하기로 했다는 거야.

'우정의 징표'라는 명목으로ㅎㅎ



(사실 캡틴 카펫은 종종 이렇게 이 투자 클럽 멤버들한테 고가의 선물을 하곤 했데. 그러면서 자기에 대한 신뢰도도 높이고, 그러면서 상품 판매로도 이어질 수 있고, 또 상류층 모임에 있어서 중요한 이슈 논의로 모일 때마다 자기를 빠뜨리지 말았으면 하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있는 건 돈 밖에 없는 친구가 가장 손쉽게 상류층 사람들과의 커넥션을 유지할 수 있는 거지.ㅎㅎ 응큼한 녀석 하고는!)









요즘 살림살이 많이 팍팍한 에일 백작은 어디서 그 소문을 들은 건지



(아마 캡틴 카펫이 슬쩍 어느 모임에서 또 흘렸겠지?! ㅎㅎ

그 시크한 펍 백작이 카펫 증정 따위의 이야기를 4촌인 에일 백작에게 말해서

굳이 그 모임에 오라고 말할 위인은 아니니깐..ㅋㅋ)





우연히?! 펍백작네 투자 모임 하는 날 하필 거기 들렀다는 거야.





드디어 에일 백작에게 나와 우리 윌리엄에 대한

이야기를 흘릴 절호의 찬스가 온 거야!! 드디어!! ㅎㅎㅎ얏호!






또 그날 저녁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요즘 최고 화두인

중국 도자기 무역 투자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데.






이때다 싶었던 캡틴 카펫은



중국에서 특별 주문 제작한

문장자기 정찬세트를 나 캡틴 차이나를 통해서 구입할 예정이라고..


원래 만드는데 한 2년 넘게 걸리는데 내가 워낙 수완이 좋아서

2년 안으로 만들어서 가져다 주기로 했다고

그러면서 은근히 내 이야기를 꺼냈다는 거야!




그러고는 또 펍 백작은 얼씨구나 하면서




내가 일전에 펍 백작 딸

이사벨라의 결혼 기념으로

선물한 문장자기 티세트 이야기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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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arrick Service 1764, V&A Search the Collection,

http://collections.vam.ac.uk/item/O1240298/the-garrick-service-travelling-case-unknown/

©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딸과 사돈어른이 높은 퀄리티, 장식, 색 등등


이사벨라가 가져온 문장자기 티세트가 얼마나 고급스럽고 특별한지


칭찬이 자자했다는 거야!



그러면서 그걸 혼수품으로 가져간 덕에 자기 집안 면이 섰다고!



자기가 따로 부탁한 것도 아닌데 캡틴 차이나가 알아서

잘 챙겨줘서 정말 기뻤다고 하면서 말이지..ㅋㅋ




역시.. 고생 고생해서 어렵사리 만들어온 그 선물이 이렇게 빛을 발하다니!!

기대 이상이야!! 정말!! 기분 완전 짱이다 ㅠ크흐

자기감정표현 잘 안 하기로 유명한 펍 백작이

그 정도로 대놓고 나한테 호감을 표했다면 그건 진짜 엄청난 일이라고!!






이렇게 고맙게도


펍 백작이 자연스럽게 나에 대한 칭찬으로

나 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물꼬를 트게 되면서



이때다! 싶었던 캡틴 카펫은



나 캡틴 차이나에 대해서, 그리고 내 보석 윌리엄에 대해서



에일 백작이 솔깃해 할 만한 이슈들을 마구마구 던지기 시작했던 거야.

ㅎㅎㅎㅎ





내가 아시아 무역으로 쌓은 부가 얼마나 대단한지,

최근에 그리니치에 새로 지은 저택은 또 얼마나 멋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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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n's House, Greenwich, UK.




그리고 우리 윌리엄이 얼마나 촉망받는 인재인지

정신 놓고 떠들었다는 거 아니겠어? ㅎㅎㅎ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슬~쩍 흘렸다는 거야!




그런 똑똑한 옥스퍼드 법대생 윌리엄이

지금 마침 참한 신붓감을 구하고 있는데,

찾기가 쉽지가 않다면서~ 엄살을 좀 피웠데 ㅎㅎ




윌리엄이 결혼하면 그리니치에 있는 대저택,

바스에 있는 별장 모두 다 윌리엄한테 상속하고



부인이랑 윌리엄 둘이 맨날 해외여행도 보내 줄 생각이라고.




앞으로 훌륭한 정치인이 될 윌리엄인데,

승승장구하는 정치인의 아내가 되어서 내조 잘할 수 있는

그런 명문가 출신의 아가씨를 구한다고,





다른 건 다 필요 없으니

그저 명문가의 자녀이면 너무 좋겠다면서 말이지ㅎㅎ





그런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그런 여인이 없다고 하네요~


"어디 주변에 좋은 신붓감 없을까요?"



라고 말하면서 에일 백작을 쳐다봤더니!




에일 백작이 넌지시,



그래서,

그 아드님은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지?


라고 물었다는 거야!!!



하하하하하하




그래서 캡틴 카펫 요 녀석이



이름은 윌리엄, 나이는 22살이구요,



내년에 옥스퍼드 법대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결혼을 했으면 좋겠고,



잠시 같이 네덜란드나 프랑스로

유학 겸 여행 겸 보낼 생각이라고 하더라고요.




신부는 윌리엄보다 3~4살 정도 어렸으면 좋겠고,



약혼을 내일이라도 한다면 그날로 결혼 전까지



그 아가씨에게 들어가는 모든 교육비며,

양육비, 여행비, 최고급 의상 등을

지원해줄 거라고 하더라고요..






캡틴 차이나는 돈보다도

지금 당장 '좋은 집안'아가씨만 며느리로 맞이할 수 있다면



예비 며느리와 그 사돈집에

10만 파운드 건 100만 파운드 건 다 쏟아부을 작정인 것 같았어요.




그것도 그럴 만도 한 게,



아들내미 하나 있는데 최고의 신붓감을 만날 수만 있다면야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이런 생각


그 어떤 부모가 안 하겠어요?


그것도 요즘 같은 시절에!




그렇게 한참을 떠들고는 에일 백작의 얼굴을 보니까

엄청 상기되어 있더라는 거야.




뭔가 두근두근? 올 것이 왔구나?! 하는

기대에 찬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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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그 귀족 자존심에 냉큼



"그럼 우리 딸아이를 만나 보게 하는 건 어떨까요?"




이렇게 물어보지는 못했던 모양이야.






하지만 캡틴 카펫은



뭔가 직감적으로

알겠더래.



에일 백작의

그 상기된 얼굴,

흔들리는 눈동자,

회심의 미소가 옅게 퍼지는 입꼬리가




뭔가 시동이 슬슬 걸리고 있는 듯 보였데.







그러더니 갑자기

"크리켓[cricket] "

이야기를 하더라지 뭐야!!





사실 에일 백작은 펍 백작처럼

아니 그 모든 귀족들이 그렇듯



자기감정을 엄청 절제해서 표현하고, 에둘러 표현하기를 좋아한데.




그리고 뭔가 먼저 같이 하자고 할 사람들이 아닌데...



그런데!




요즘 점점 날씨도 더워지는 것 같군요. 여름이 오려나 봅니다.

다음 주면 늘 그렇듯 또 비가 올 것 같습니다만,

(누가 영국인 아니랄까 봐 날씨 이야기부터 꺼내더래~ㅎ)


맑은 날을 그냥 이렇게 흘러 보내는 것보단,

근교로 다 같이 나가서 크리 캣 시합을 하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이왕 하는 시합,

사람이 많이 모일 수록 '응원의 분위기'가 고조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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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 백작이 이렇게 제안하더래~



ㅋㅋㅋ 말은 안 해도 이게 무슨 말인지 다들 이해했겠지?ㅋㅋ




그랬더니 글쎄 갑자기



펍 백작이랑 그 친구들은

또 옳타커니 좋은 생각이라면서,



"그럼 크리켓 나간 김에 내기 사냥도 할까요?"



무슨 내기를 하면 좋을지 자기들끼리 신나서 떠들어 대더래.


자기는 자기 말을 걸겠다는 사람들도 있고,


더러 자기 사교 클럽 출입권을 걸겠다는 객기를 부리더라네 ㅎㅎ




다들 엄청 심심했던 모양이야.










그러고는 그 주말에


런던 근교에 있는 리치먼드 그린(Richmond Green)에


크리캣을 한다는 핑계로 진짜 다 같이 모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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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mondshire Cricket Ground, Richmond, UK.




드디어 그날이 온 거지!!



우리 윌이랑!! 아이린이랑!!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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펍 백작 부부, 펍 백작의 딸 이사벨라와 그의 남편, 갓난아기 메리,

에일 백작 부부, 그 딸(이제는 나의 며늘 아이가 된 :D) 아이린,

캡틴 카펫 부부, 그리고 나랑 안젤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보석 윌리엄까지!








모두 다 모였어!








윌리엄은 심지어 시험기간인데 내가 꼭 참석해야 한다고 하니

옥스퍼드에서 그 먼 걸음을 했지!





우리는 캡틴 카펫은 그 특유의 진행 본능으로

분위기를 아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어.




아주 유쾌하고, 화통하고, 씀씀이도 화끈하고, 술도 잘 마시고!

이러니 뻣뻣한 귀족들이 이뻐할 수밖에 없지 않겠어?



물론 뒤에서는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갈지 모르지만 말이야.. 졸부라고..

그럼 뭐 어때? 좋은 사람 인 걸! 함께 있으면 즐겁고! 신나고!






참 비상한 머리를 가진 캡틴 카펫은


자기가 타자할 차례가 돌아오니까


크리켓 볼을

'하필이면'

아이린의 머리 넘어서

뻥~하고 날리면서


'깜찍한' 헛스윙을 날렸지 뭐야 ㅎㅎ




Intercolonial_Cricket_Match_Victoria_New_South_Wales_1858.jpg

Intercolonial Cricket Match between Victoria and New South Wales, held at the Melbourne Cricket Ground, 1858







그리고는




"아이고, 아이린 아가씨, 미안하지만 내 공 좀 붙잡아 주구려!!

어이쿠, 공이 쩌어~~ 멀리까지 굴러가버렸네! 안 되겠구나!



윌! 윌! 윌리엄!!



니가 같이 아이린 아가씨랑 저기 멀찍이 떨어진 공을 좀 주워와 보려무나!


그 공은 우리 사돈 양반의 사촌 형님 부부의 외삼촌이 아주 아끼시던 건데

나한테 특별히 주신 거라! 절대로 잃어버리면 안돼요!

꼭 찾아와야 한다!! 윌! 알겠지?"



ㅎㅎ

Used_cricket_ball.jpg

참고로 크리 캣 볼은 이렇게 생겼어! 귀엽게 생겼지?ㅎ






그러고는

씩씩한 아가씨인 아이린은

공을 찾아서 숲 속으로 달려가더래.




물론 그 뒤로 우리 윌리엄이 쫒아 갔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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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수풀을 두리번거리면서 볼을 찾던 아이린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뒤쫓아온 윌리엄한테 말했지.




"공이 아무래도 저 어디 바위틈에 빠졌나 봐요..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가 않네요..."



"그런가 봅니다.. 제가 저쪽으로 가서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아니에요~ 그냥 포기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요. 실은 제 드레스가.. 좀.."




어젯밤에 비가 조금 왔었던지 바닥에 물이 좀 있었는지


아이린의 흰색 드레스 밑자락에 진흙이 묻어버린 거야.


어여쁜 구두도 엉망진창이 돼버리고.




" 아, 드레스랑 구두가 망가졌군요.. 이를 어쩌나.

잠시 여기 나무 밑동에라도 앉아 보세요,

제가 저기 가서 하인을 불러서 깨끗한 신발이라고 달라고 말해보겠습니다."



"아니에요~ 그냥 좀 쉬었다가 가면 돼요. 그렇게 불편하지 않아요"



"아, 그렇습니까? 그럼 잠시 옆에 앉겠습니다. 인사가 늦었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윌리엄 할렛입니다."


"아이린이에요. 아이린 그레이엄이요. "




Thomas Gainsborough, The Morning Walk (Portrait of Mr and Mrs William Hallett), 1785..jpg

Thomas Gainsborough, The Morning Walk

(Portrait of Mr and Mrs William Hallett), 1785.





둘 다 어색 어색한 시간을 보내면서 그렇게 말을 트게 되었고,



모두가 아는 비밀 연애가 시작되었지.







그러고 이렇게!!



!! 오늘이 온 거야!!




the WEDDING DAY!!



Marriage of Victoria and Albert Painting by George Hayter, 1840, Royal collection, UK..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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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icature of a clandestine Fleet Marriage, taking place in England before the Marriage Act 1753.jpg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순으로)

1. Marriage of Victoria and Albert Painting by George Hayter, 1840, Royal collection, UK.

2. The London Faringdon Coach passing Buckland House, James Pollard

3. Caricature of a clandestine Fleet Marriage, taking place in England before the Marriage Act 1753, 4. Painting of Highland wedding, David Allan, 1780s.





하아~


내가 장가가는 것처럼 다 떨리네...






나는 이제 바랄 것이 없어. 우리 윌이 아이린이랑 행복하게 사는 것 밖에!



얼마 전에 진급까지 해서 인도 마드라스 상관에서 머무를 것 같아.

거기서 여생을 보내도 좋아. 상관없어.ㅠㅠ





마침 저기

우리 사랑의 메신저,

나의 큐피드!



캡틴 카펫이 모자를 손에 흔들면서 나를 반기는 군!





하하 축하하네, 캡틴 차이나. 드디어 오늘이 왔구려!



그러게 ㅎㅎㅎ 고마워 나의 큐피드, 아니지! 우리 윌의 큐피드! 올란도!!



후후



내 덕인 거 잊으면 안 된다!



ㅇㅇ 당연하지




그런데 말일세..




응?



나 한 가지만 부탁할게 급히 생겼네.

자네 아들내미 결혼식인데
오늘 같은 날에 이런 부탁을 이야기하게 돼서 미안하다만,

워낙 급한 사안이라서 말일세!


뭔데 뭔데?



내가 말이지..


조만간 정치인으로 좀 데뷔를 해보려고 하는데 말이지...



아, 하원의원으로?



ㅇㅇ


그런데 말이지, 내가 좀 지금 줄이 없어서 말이네.


마침 지금 수상으로 있는 양반이

우리 사위의 4촌 형의 고모의 6촌의 아들인지 뭔가.


마침 그 위인도 윌리엄 대학 동문일세. 옥스퍼드 법대.


내가 지금 미국에 땅을 좀 사고

여차하면 아예 이민도 생각하고 있거든.


여기서 안된다면 차라리 미국 가서

먼저 깃발 꼽고 내가 귀족보다도 더 영향력 있는

정차가, 식민지 통치자로 살 수도 있겠다 싶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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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게 그냥 돈만 있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거.

자네도 잘 알지 않나..




정치인으로 입신양명하고,

그래서 미국에 총독으로 파견돼서

땅도 사고 건설도 하고 그러고 싶어.



당장이 아니라도 한 10년 안에 말일세.




아무튼



내가 지난번에 부탁했던 문장자기 정찬 세트,

그거 내 주변 지인들 사이에서 아주 반응이 폭발적이거든.



자네 다음 달 초에 광저우로 갈 거라며?

그리고 그게 마지막으로 가는 걸지도 모른다고 하지 않았나?



ㅇㅇ 맞아



그래서 말인데,
그래서 내가 이렇게 부탁하네..



지금 수상으로 있는 그 사람한테 선물할 수 있는

엄청 좋은 선물이 필요해.



내가 생각했을 때는 중국산 문장자기 정찬 세트 만한 게

없을 것 같아서 말이야.


내가 이렇게 부탁하네..ㅠㅠ


이거 잘돼서 내가 정치인 되면,


앞날이 창창한 윌리엄 정치인 만드는 건 일도 아닐세.


혹시 아나?

우리 윌이 기적적으로 수상직에 선출될지도?


내가 봤는데, 윌리엄은 보통 아이가 아니야.


아주 비범해. 뛰어난 정치인이 될 거야.

내가 또 사람 보는 눈은 기가 차다는 거, 자네도 잘 알잖아?


내가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고!


자네가 이번에 나를 돕고 내가 정치계에 입문하면


앞으로 윌리엄의 정치적 대부가 돼서

윌리엄이 성공적으로 의회에 데뷔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울 거야. 약속할게!!


그러니까 문장자기 좀 만들어줘..ㅠㅠ


그리고 되도록이면 지금 수상 양반 임기가 끝나기 전에,

그러니까 10개월 안으로 좀 빨리 부탁하네...ㅠㅠ



뭐?? 10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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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이보게, 인생은 타이밍이야..ㅠㅠ


그전에 내가 수상 양반한테 줄 닿을 수 있도록 만반의 노력을 해 놓고

좀 친해졌다 싶으면, 우리 투자 클럽에도 초청하고

그러고 나서


그 담에 문장자기도 선물하고 그러려고 그래..ㅠ


10개월 안에.. 좀 어떻게 안 되겠나??ㅠ


이 놈...

진짜....


매번....

왜 이렇게....

쏠깃하고 그럴싸한 작당만 꾸미는 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겠엉!

DEALED!!


오예 고마워 고마워

자네 고생하겠지만,


진짜 그 고생에 응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내가 앞으로 10개월 동안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볼 게!


그리고 여기 주문서랑, 그 수상 양반 문장 이미지랑,

요건 내 문장자기 샘플(요거랑 비슷하게 맹글어와!)

그리고, 선금 100파운드일세.


부탁할게! 진짜!

고마워!!ㅜㅠㅠ




알겠엉. ㅜ 근데 이번에는 10개월밖에 없으니까,


내가 직접 가지고 오기는 그렇고...


내 직장 부하한테 시켜서 부하 귀국 편으로 보낼게.

그리고


거기서 문장 장식까지 하면 너무 오래 걸리니까,

내가 민 무늬 백자만 정찬세트로 사서 보낼게. 그렇게 하도록 하자.

물론 본토만큼 색이 이쁘거나 그렇지 않을 수는 있지만,

지금 무엇보다도 10개월 안에 만들어야 하니까.

문장 장식은 그냥 런던에 있는 나랑 친한 채색 공방에 맡겨서 하는 걸로 함세.

그게 안전할 것 같아.

장식할 때 직접 찾아가서 감독할 수도 있고.

자네가 직접 가서 문장 장식을 감독하도록 하게나.


그러니까 돈은 이것만 줘도 충분해.

너무 걱정하지 말고.

결국 어찌 보면 이거 다 우리 윌리엄 위한 건데


내가 허투루 하지 않을 걸세. 너무 걱정 말아.


나만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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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나는 다시 광저우로 향하는 범선 위에 올라섰어.



A lively depiction of Deptford Dockyard in the mid-eighteenth century (John Cleveley the Elder, 1755)..jpg

A lively depiction of Deptford Dockyard in the mid-eighteenth century (John Cleveley the Elder, 1755)






오늘 참 항해하기 좋은 날이야.



거의 매일 같이 칙칙하기만 한 런던항이


이렇게 푸르르네...

광저우를 향하는 마지막 항해라 그런지..


뭔가 감회가 새롭구나!


그래도

왠지 감이 좋아!




자! 그럼 또 한 번 가 볼까?!

광저우로!!



GOGOGOGOGO!!!




이걸로 "문장이 젠틀맨을 만들다" 시리즈는 마무리하려고 해!


그동안 내 이야기 잘 들어줘서


정말이지

정말 고마워


다음에 또 재미난 이야기 가지고 돌아올게!


너무 늦지 않을 거야!


I'll Be Back!



안녕~!






그동안 문장이 "젠틀맨을 만들다"를 애독해주시고

응원해주신 모든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치쿠(Artsy Koo)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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