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앤더시티]픽션 속 우정이지만, 그래도 괜찮아

30대가 되어 다시 들여다본, 뉴요커의 우정과 삶

by ARTSYKOO



요즘 왓차로 섹스앤더시티를 시즌 4부터 정주행하고 있다.

Getty Images



90년대 말 2000년 초 시리즈들이니 벌써 거의 20년 전 드라마이다.





둘째 언니가 즐겨 보던 2000년대 초반, 아직 10대 후반이던 내가 어깨너머로 그걸 보면서 되게 충격적인 스토리?!라고 생각했는데..


30대가 넘어서 다시 보니 친구들과 그들의 관계가 더 눈에 들어온다.


저렇게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친구들이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잘 뭉칠 수 있다는 게 참 부럽다 싶다.





특히 극 중 서로 참 많이들 싸우고 후회하고 사과하고 하면서 관계는 더 성숙해지는데



현실에 있는 나의 관계들은 왜 저렇게 저들처럼


솔직하지 못했나,

화날 때 섭섭할 때 바로 표현하지 못했나,


싸우는 게 싫어서

잠시 틀어진 관계가 되는 게 두려워서,


그저 맨들맨들한 글레이즈 표면과 같은

매끈한 인간관계만 꿈꿨던가..


생각이 문득 든다.




ref. pxhere.com/en/photo/668031

이렇게 맘 맞는 친구들과 만나 별일 아닌 일에 까르르 소리 내며 웃어도 보고 짜릿한 하루를 보내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지 하며 추억하는 걸 보니, 이제 나도 적지 않은 시간을 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드라마이기 때문에 관계에 대한 사람들이 희망하는 바가 실제보다 더 많이 가미되었으리라 본다.



그래도 뭐 어떤가.



함께 나이 들어가면서

나이 들어간다는 사실이 늘 행복하거나

익숙해지지 않아 시련에 빠질 때


또는 때때로 예전 같지 않은 자신의 모습에,

그런 자신을 예전 같이 대해주지 않는 세상에

한방 맞고 주저앉아 있는 친구를 위해서


함께 풀썩 주저앉아주거나 번쩍 일으켜주거나

아니면 다시 날아오를 수 있게 나를 높이 들어주는

좋은 친구들의 모습들이 참 아름답게만 보인다.



이런 관계들이 사실 현실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아서인지 섹스 앤 더 시티의 에피소드는 내 눈에 유난히 반짝이게 보이는 것 같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소녀를 갓 벗어나 여성으로 성장해가며 당시 일반적인 여성상보다는 더 뚜렷한 주체성을 가지고 현실에 대응하던 모습들, 그러나 여전히 벗어나기 감히 어려운 시대정신(Mr. Right를 만나 Happily ever after로 귀결되는 당시 여성의 꿈같은 삶)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운 한계를 보면 사실 가끔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현재 시점의 내가 20년 전 독립적인 뉴욕의 여성의 삶을 바라보면서 또한 여전히 그런 면을 찾아볼 수 있는 게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년 후인 2100년대 초반의 여성들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서 어떤 반짝이는 순수함,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 나이 드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자세 등 시대를 관통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아가는 모습들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멋진 클래식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의 외로움과 왠지 모를 허전함을 채워갈 수 있지 않을까.





꼭 내가 그녀들을 보며 그랬건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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