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조차 서 있지 않은 텅 빈 운동장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이 밤
무얼 해도 마음이 힘든 시기가 있다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 되는 시기가 있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지만
밑도 끝도 없이 서러운 시기가 있다
누군가 나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것조차
두려워지는 시기가 있다
매 순간 누군가의 질문에 대비하려 하는,
내 이런 상황을 구구절절 설명하려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그런 구차한 시기가 있다
할 수 있는 것 이라고는
그저 이 시기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그런 시기.
내 탓이 아니라며
억울한 마음을 이야기해봤자
그 누구도 관심조차 없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마음을 나누는 행위를
멈추게 되는 것 같다
고독함을 벗어나는 거의 유일한 일인
그 ‘마음을 나누는 것’ ,
그 조차 하지 않을 때
마음속 풍경은
‘나’ 조차 서 있지 않는
완전히 텅 빈 운동장이다.
가을 운동회처럼
열띤 참여와 맹목적인 응원이 있는
그런 풍경이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밤
늦은 시각
사려 없는 이웃이 틀어 놓은
시끄러운 라디오 소리만이
깊어가는 이 밤의
유일한 친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