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에 졸업을 거듭하다 보면 언젠가는 관계의 어엿한 졸업생이 되어있을 까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현재의 내가
얼마나 수많은 순간들을 ‘졸업’ 해 온 결과물인지.
타인과 함께 만들어 올렸던
행복한 추억의 탑을 뒤로한 채
이젠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시간과 추억으로부터
좋았던 한 때로부터
졸업에 졸업을 거듭한다.
관계의 종료와 함께
모두 사라져 버리는 게 아닌,
지금은 내가 그곳에 더 이상 있지 않지만
그곳에 갈 때면
어디 가지 않고
거기 늘 있는 나의 모교와 같이.
그렇게 흐르지 않고
어느 시점부터는
그때의 시간과 공간 속에
머무르는 관계들로 매듭짓고서
나는
졸업을 한다.
그리고는 새로운 나,
나 조차도 내가 낯선 나는
또 다른 새로운 관계에 입학한다.
잦은 입학과 졸업의 반복은
나를 어느덧 어엿한 졸업생으로 만들어준다.
때때로 그 졸업식이 마음 절절하게
너무 아프기도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 졸업을 받아들이는데
시간과 감정을 담금질해야 할 때도 있지만 말이다.
인생이
기나 긴 수련의 과정이라면
졸업은
다가오는 매 순간이 초짜인 나에게
그 사람과 만들어낸 수많은 상황과 감정과 기억들을
하나의 시간을 통으로 묶고
그걸 상자 안에 잘 넣어두는 방법을
반복해서 학습시킨다
그런 식으로 점차
이전보다는 (아주 약간이지만)
삶의 베테랑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게 하는 것 같다.
‘우리’라는 관계 속에서 당신과 나는 때론 함께 차를 타고 고가도로를 타고 목적지를 행해 매끄럽게 드라이빙하기도, 롤러코스터를 타듯 360도를 회전하며 곡예와 같은 나날들을 그렇게 보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 트랙 밖으로 떨어져 나와, 지금처럼 아래에서 저곳을 올려다보는 심정은 지금의 당신과 나의 관계처럼 아득하기만 하다. 머나멀기만 하다.
행복했던 모든 관계가 캡슐에 쌓인 채
거기 묻어두는 심정은
마음이 아프지만,
영영 적응될 리 없는
이 처연한 졸업식 앞에
또 한없이 먹먹해지지만
어쩌겠는가.
초짜는 늘 이렇게 또 새로운
입학처를 알아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