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asel Miami Beach 2016_Prologue
귤이며 과자며, 어디서 들은 건지 차 안에서 즐겨 먹는다는 간식들을 잔뜩 준비해서 드디어 출발. 끝없이 뻗은 고속도로를 달려 가까스로 도착한 수족관. 하지만 수족관의 셔터는 굳게 닫혀 있다. 멈춰버린 수족관 앞에 서서 멍하니 매표소의 안내판을 바라보는 츠네오. 그리고 그의 등에 업힌 채, 왜 하필 지금 문을 닫았느냐고, 물고기니까 헤엄 처서 밖으로 나올 수 있잖아! 하고 외치며 울화통을 터뜨리는 조제(쿠미코). 이따금씩 조제에게 지쳐가던 츠네오. 그날따라 등에 들춰 업은 조제의 무게보다 그의 마음은 더 무겁게 느껴진다. 무거워진, 그리고 점점 차가워지는 조제를 향한 그의 마음은 이내 곧 얼어버리고 만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ジョゼ と虎と魚たち, 2003, 이누도 잇신 감독)]
츠네오에 업혀 바다 산책을 하는 조제.
출처: allcinema- movies and DVD database
그날 조제가 수족관에 갈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지느러미로 물살을 가르며 유유히 물속을 누비는, 형형색색의 수족관 속 물고기들은 어느새 조제의 마음속까지 헤엄쳐 들어왔으리라. 츠네오의 등에 업힌 채로 조제는 아이같이 좋아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츠네오는? 발길이 닿는 데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었을 그는 짠내를 풍기며 부서지는 진짜 바다의 파도를 본 적이 있다. 그리고는 수족관 속 물고기들에게 말을 걸어 본다. 답답하지 않니? 살아있음을 매 순간 느끼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니?
출처: Pixabay 실은 조제는 호텔의 맹맹한 벽 사방을 헤엄치는 물고기를 본 것만으로도 행복해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츠네오와 함께하는 그 어떤 순간이라도 행복했을 것이다.
미지의 바다에서 살아가는 아름다운 물고기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하고 각기 다른 매력과 철학을 지닌 아티스트와 그들의 작품은 우리가 미술을 의식하지 않고 있는 그 순간에도 세상에 나와 각자의 헤엄을 쳐간다.
쉴 새 없이 헤엄쳐가다 보면 아티스트들은 캄캄하고 깊은 바다에서 조금 얕은 바다로 점점 올라와 고개만 내 밀면 빛과 대기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어찌 보면 그것은 처음부터 더 밝은 빛을 향한 헤엄으로 볼 수도 있다. 빛을 향해 대기를 향해 오르고 오르다 정신을 차려보면 그들은 조제와 츠네오가 가려고 했던 그 수족관의 어항 속에 들어와 있다.
여느 때처럼 미술관에서 전시를 보고 있던 나. 미술관 임의대로 가지런히 분류되어 나열된 전시 작품들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작품 내 앞에 놓인 작품이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바다에 갇힌 수족관의 물고기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식하는 수심과 종에 따라 분류되어 어항 안에서 바깥에서 자신들을 바라보는 이들을 멍하니 쳐다보는 수족관의 물고기와 같이, 전시된 작업들은 의미 없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지루한 숨쉬기 운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생기와 물기가 마른 흔적으로만 확인되는 그 작품들을 서서 바라보는 나는 물어본다.
시간이 멈춰 버린 바다의 물고기들은 자신의 의지보다는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의 기준에 따라 분류된다. 종종 본연의 탄생 고유의 가치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처절하게, 적나라하게, 획일화된 분류체계 하에 나열된다 불현듯 나는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들은 살아가는 수심에 따라 차곡차곡 나열된 수족관의 물고기와 같다는 인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더 깊은 바다나 더 얕은 바다로 가기엔 수족관을 둘러싼 투명한 유리의 두께가 그들의 탐험을 가로막는다. 물고기는 결국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자연히 생각이 많아진다. 숨쉬기는 점차 더 느려지고, 생기는 하루가 다르게 바래간다.
위대한 유산, 역사적인 유물로 인식되는 그 순간부터 그 작품들은 대게 현대인이 간절히 바라는 안정적인 미래가 보장된 삶을 살게 된다. 그 미래는 자못 안전과 보호에 심취되어있고, 그들에게 제공되는 친절은 호텔 서비스를 능가하며, 그들이 한 발이라도 내디딜 때면 수많은 뽁뽁이와 상자, 습도계, 조명, 방탄유리 진열장, 그리고 때때로 천문학적인 보상이 약속된 보험 상품을 수반하는 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보호와 보존이라는 개념은 이토록 섬세하고 사려 깊다. 그리고는 아주 치밀하고 아주 세련된 방식으로 작품을 위협할 수 있는 그 모든 것으로부터 그들을 지키고자 한다. 심지어 그들이 태어난 출생지와의 확실한 구별을 두고자 한다. 작품들은 더 이상 자연의 일부가 아닌 듯 다뤄진다. 그리고 아직 그 정체가 파악되지 않은 바이러스가 득실대는 자연 생태계로부터 철저히 격리된다.
관조자가 부여한 작품의 가치와 존귀함을 지키기 위한 이러한 우아한 보호는 어떠한 측면에서 봤을 때, 느린 재생으로 플래이 되는 지리멸렬한 질식사의 과정과도 같다. '거룩한, 거창한, 존귀한' 존재가 됨은 때때로 그 외형뿐만 아니라 그것이 상징하는 형이상적 가치나 의미까지 박제하기도 한다. 그 존재만의 활기와 생명력은 급속도로 냉각한다. 변화를 차단하고 훼손을 막아 길이길이 보존을 하는 방식은 건조 등을 통해 박제된 존재의 외형은 딱딱하게 굳힐 뿐만 아니라, 그 생명력을 핀으로 단단히 고정하여 시간을 멈추게 한다.
어떻게하면 코에 고정된 산소호흡기를 떼고 공기와 거친 바람을 마실 수 있는 것인가.
발치에 고정된 핀을 뽑고 어떻게 다시 한걸음을 뗄 수 있을 것인가.
비록 졸졸 흐르는 샘물에 몸을 던지는 것에 불과할지언정, 훗날 망망대해로 나아갈 수 있는 꿈을 간직하고서 흐름과 하나 됨이 하나의 효과적인 처방이 되지 않을까 싶다.
생명력. 흐름. 그리고 그 안에서 갈라지는 다양한 물줄기 속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자꾸만 확인하게 하는 곳.
Rekisentei Eiri, Fish Market at Odawara-chô, Nihonbashi, Japanese, Edo period. 삶에 있어 타인과의 그 어떠한 형태로의 교환은 2개로 뚫린 콧구멍만큼이나 뚜렷하고, 늘 거기 있었으며 신선한 공기, 활기찬 숨이 드나드는 중요한 통로가 되었다.
무언가의 만듦과 그것을 낯선이 와 교환하는 일의 반복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그 규모의 차이가 조금 있을 뿐, 인간이 존재한 이래로 쉼 없이 계속되어 왔다. 끝없는 교환의 풍경에서 발견되는 에너지는 생명력, 생명 의지와도 같다. 그것의 탱탱한 생명력은 연약한 핀 따위에 고정되지 않으며, 도처에 널린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셔 그 신선도를 유지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본 오늘 아침 바다 빛깔에 따라 기분이 정해지던 유년기를 보냈다. 바다 짠내와 달밤에 포효하는 원양어선의 출항 뱃고동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이 들던 나의 어린 시절, 자그마하던 내가 팍- 엎어져 몇 번 구르면 될 정도의 거리에 자갈치 시장이 있었다.
낯선 것을 이해하기에는 익숙한 예시를 기반으로 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는 듯하다. 대학에 진학하고 미술시장의 그림자를 좇던 내가 처음 본 미술시장은 자갈치 어시장의 새벽 생선 경매 시장을 떠올리게 했다. 우연히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맛본 뒤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그런 마법에 비교할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지만, 생애 처음으로 경험한 미술 시장 경험에서 나는 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때는 2008년 9월, 남산 자락에 위치한 호텔의 볼룸 홀 로비에서 미술 경매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쭈뼛거리면서 서있던 나는 로비 리셉션에 놓인 샌드위치를 앙-하고 베어 었다. 먹어보니 그것은 연어 샌드위치였다. 비릿한 생선 맛은 나를 생선 경매시장으로 데려가 호텔 로비가 새벽 자갈치 어시장으로 바뀌고 뭐 그런 일까지는 없었지만, 나는 경매라는 개념이 관통하는 어떠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나는 그것을 '신선함'과 '두근거림'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출처: Tuna Auction at Tsukiji Fish Market, Japan. 어떻게 미술 작품과 비릿한 생선을 비교할 수 있느냐 하고 말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물고기가 미술 작품보다 아름답지는 않다고, 그 누가 자신있게 말 할 있을까.
신선도를 중시하는 그대가 경매시장의 물고기보다도 더 신선한 물고기를 만나려 한다면,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을까? 공동어시장의 경매에서 거래되는 생선은 여전히 그 신선도를 자랑하지만, 갓잡았을 때처럼 펄떡거리지는 않는다. 단지 그물 동기들과 함께 조금 차가워진 몸을 나무 상자 안에 켜켜이 뉘일 뿐이다.
하지만 포구에 닻을 채 묶기도 전에 배에서 선원이 내려주는 생선은 어시장의 그것들과는 다르다. 때때로 그것들은 난생처음 겪는 뭍이 낯 썰어 펄쩍 뛰거나, 그보다 배짱이 두둑한 녀석들의 경우, 자신을 가지고 이리저리 흥정하려는 이들을 향해 '찌--익' 하고 바닷물이나 먹물을 분사할지도 모를 일이다.
흥정하려는 이들을 향해 거침없이 '찌--익'하고 액체를 분사하는 녀석들처럼, 얼마 전 나는 배짱이 아주 두둑한 작품 이미지에 기습적으로 몇 번이고 쏘인 바 있다. 처음에 많이 놀랐고, 당황스러웠으며, 또 동시에 참 새로웠다. 그런 공격적인 분사를 계속 맞고 있으니 나는 놀라움을 넘어 그것을 즐기고 느끼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다.
나는 얼마전 스위스 바젤에서 띄운 엄청난 크기의 고기잡이 배가 12월 초, 푸른 북대서양을 거쳐 미국 마이애미 비치 Miami Beach에 잠시 정박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실은 바젤은 엄청난 내륙 지방에 위치한 도시이다.) 나는 차가운 12월의 바다에 퐁당 뛰어들어 고등어 떼와 갈치 떼를 지나 마침내 범고래의 등을 타고 쉴세 없이 헤엄쳐 겨우 그곳에 다 달았다. 바젤호에서 갓 내린 물고기들을 어서 빨리 만나려고 석양이 울긋불긋 진 마이애미 비치로 달려갔다. 모두가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모두가 여기 모였다. 누구라고 먼저 할 것 없이 모두가 이 놀라운 풍경 속으로 빨려 들어가 미술 작품이 쏟아져 흐르는 시장의 파노라마를 완성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이자 미술 시장의 중심인 아트 바젤 Art Basel.
미국 마이애미 비치에서 열린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Art Basel Miami Beach 2016에 직접 다녀온 뒤,
그곳에서 경험한 것들을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해변가의 아트페어,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에 가다" 시리즈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아트 바젤에 가 보지 못한 많은 분들, 그리고 세계 미술시장에 관하여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께서
이 글을 통해 실제 미술 시장의 풍경을 이해하고 즐기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합니다.
즐겁게 읽어주시면 좋겠네요. :D
감사합니다.
Artsy K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