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여행
세계 최대의 사탕수수 재배지였던 잉헤니오스 계곡, 그곳으로 가기 위해서 이제 지구의 웬만한 곳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증기기관차를 타고 가야 한다.
사탕수수를 나르던 증기기관차는 지금은 여행자들을 위한 이동 수단이지만 노예들에 대한 억압과 착취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뿌 뿌 소리를 내는 증기 기관차가 정겹긴 하다.
잉헤니오스 계속으로 가는 기차에서 불규칙적이고 다듬어지지 않고 거칠게 버티고 있는 고요한 대자연을 보며 자연이든 사람이든 그것을 지키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단절, 폐쇄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람의 마음도 자신의 가치도 막히고 휩쓸리지 않기 위해. 적당한 단절!
이곳 쿠바의 자연은 자발적 폐쇄는 아니었으나 막힌 외교로 인해 오히려 그들의 자연을 지키게 되는 결과를 낳은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은 '대자연'만을 보고 단편적으로 느낀 것일 뿐 이런 마음을 느끼는 것조차 이기적으로 여겨질 만큼 이들에게 폐쇄는 많은 고통의 역사를 안고 있다.
흔들려도 너무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 무서운 표정으로 노래하던 아저씨, ㅎㅎ중심잡기가 어려우셨나 보다. 기차가 멈춘 후 먼저 다가오셔서 말도 걸어주시고 잘 웃으시는 걸 보면.
노래를 듣던 나는 결국 리어카 불법 테이프 같은 품질의 CD를 사고 말았다. 이 CD는 여전히 쿠바 여행이 생각날 때면 듣고 있다.
조금 대화를 나누고 나서 기타 아저씨의 빽으로 나는 기차 운전석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과거 쿠바 최대의 사탕수수 재배지였던 이곳에는 마나카 이스나가 탑이라고 하는 45m 높이의 노예 감시탑과 설탕산업으로 가장 부유했던 농장주의 저택이었던 이스나가 저택이 있는데 이곳은 현재 설탕 박물관으로 운영되어 사탕수수 생산의 역사와 아프리카 노예들의 역사를 볼 수 있다.
감시탑과 박물관으로 가는 길에 수공예품을 파는 사람들이 죽 늘어서 있다. 예쁘다. 하지만 호객이 너무 심하다. 그래서
샀다...
기차가 잠시 멈춘 어느 동네에서 돌아다니다 앉아 있는데 한 청년이 말을 걸어왔고 그러던 중 이 청년의 동생이 슬금슬금 오길래 말을 걸었는데 오라고 해도 안 오고 사진 찍을래? 해도 싫다고 온몸으로 표현하던 저 아이는 한참 다른 곳에 있다가 돌아오는 멀리 보이는 나를 보며 30분 넘게 대화할 때도 들려주지 않았던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잘 가라고 인사를 한다. ㅎㅎㅎ 귀여워. 아디오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인 트리니다드, 도시 전체가 세계 문화유산인들 이후에 다른 도시와의 비교 군으로 느낀 빈부의 격차가 대자연이 주는 감동과 쿠반의 삶에서 경험할 수 있는 문화에 대한 행복감을 가진 여행자에게 즐거움을 느끼는 것에 대한 미안한 울렁임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