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중에서부터 교활한 자였을까
신은
태중에서부터 자기 자녀들을 불렀다는데
너는,
태중에서부터 파탄자였나
웃는구나
심장에 오래도록 자리를 틀어버린 못 박힌 뒤주에서 긁히고, 찢기고, 피를 철철 흘려 칠갑을 할지언정 그 피가 새어나갈까 허겁지겁 먹어,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고 있는 이를 보고.
서슬 퍼런 낯이
쳐들어온다.
치덕치덕 굳어버린 피 무더기를 단전에서부터 가득 채워 물고 컥컥거리며 가는 숨조차 쉬지 못하고 꺼져가는 이에게 그 숨마저 쉬지 말라며 친절을 베풀고 있구나
위선과 폭력과 핍박과 찔러대던 창과 몸뚱이만 성장한 채 부리던 만용은 편리하게도 다 잊었구나
니체의 말처럼 작은 자, 소인배, 파리 떼인 줄 여기며 먼 훗날의 성찰을 기대하며 용서를 준비했건만 악한 파탄자였구나
애초에 용서라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교만을 떨지 않았더라면 물 대신 꾸덕한 피 뭉치를 입 속에 쑤셔 넣지는 않았을 텐데
오호라 너 혼자는 충분치 않아
너를 닮은 괴물을 만들었구나
교활하고 이기적이고 위선적인 너를 닮아 피를 빨아먹고 심장을 뜯어 먹어
좀비처럼 곁에 있는 사람을 썩게 하고 무너지게 만드는구나
네가 만들어 낸 작은 분신이 팔딱거리며 세상을 살아간다
성스러운 듯 희생이라는 교만을 떤 대가였나
단단한 위장술로 친절을 베풀고 웃고 있는 그대들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