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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라야니 Oct 22. 2021

생각하는대로 살기, 사는대로 생각하지 않기.

참나로 가는 길 : 올바른 식습관에 관하여 

어제는 수업을 취소해야할 정도로 많이 아팠습니다. 6월에 귀국한 이후 이렇게 아팠던 적은 세번째.


첫번째는 잔치국수를 먹고 쓰러졌습니다. 국수애호자인 저는 고기국수와 비빔국수를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고기 안들어가고 비빔처럼 맵지도 않은 잔치국수까지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모른척했습니다.


두번째 결국 또 잔치국수를 먹고 쓰러졌습니다. 이번엔 돌아오는 운전중에 지옥을 맛보았죠. 인정해야만 했습니다. 국수는 그냥 집에서만 끓여먹는 걸로 하는 걸로.


(잔치국수안에 마늘 양념이 과했고 함께 먹은 김치가 간이 셌던 것 같습니다. 잔치국수 자체에는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진짜 먹는 것에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세번째인 어제 백년초를 먹고 탈이 났습니다. 텃밭놀이에 재미를 붙인 이래로 무화과 서리, 감서리, 대추서리까지.. 서리에도 맛이 들렸죠. 결국 집 앞에 있는 선인장 열매인 백년초를 따 먹었습니다. 천벌받은건가요?


사실 서리할때마다 들켜가지고 주인들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셨죠. 많이 따가라고. 다 따가라고. 시골인심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여러분 눈치없게 감귤밭에 감귤 따가시면 절대 안됩니다. 그건 서리가 아니라 절도. 시골에 오래 살다보면 이건 진짜 따가라고 있는 나무다...라는 걸 눈치깝니다.내가 안 따먹으면 새들이 다 먹겠구나 싶은 그런 나무들 보입디다. )


백년초를 먹었는데.. 저처럼 몸이 냉한 사람은 탈이 날 수 있다는 부작용을 간과하였습니다. 새벽에 오한이 도져 일어나 덜덜 떨며 욕조에 들어갔습니다. 그러고도 너무 추워 보일러를 최대치로 올려놓고 잤습니다


아침에는 청귤차에 생강을 넣어 몇잔이나 마시고 다시 자고 일어나고를 하루종일 반복하고 저녁에 죽을 먹고 잤습니다. 감사합니다. 아플때 죽은 사랑입니다ㅜ


다행히 오늘 아침 열도 내리고 무사히 살아났습니다. 추워서 죽겠구나.. 싶은 생각은 처음이었습니다.

마늘, 파, 부추, 양파, 버섯과 고기가 제가 먹지 않는(못하는?) 음식입니다. 결국 외식하면 먹을 수 있는 게 거의 없습니다. (몸을 차게 하는 모든 음식도 이제 추가되었. ㅠ )


계란과 우유, 생선과 해산물을 먹을 수는 있지만 일부러 사먹거나 찾아먹지는 않습니다. 고기는 먹으면 탈이 나서 먹지 않습니다. (지난 1월에 고기를 먹고 지옥에 다녀왔습니다.ㅠㅜ)


불교에서 금하는 음식과 비슷한데(오신채) 거기서 버섯이 추가된 셈입니다. 마늘/파/부추/양파는 자극이 강해 몸과 정신수양을 방해합니다. 버섯은 뭔 죄냐고 하시겠지만..버섯은 음지에서 자라는 타마식 음식인지라 예민한 사람들은 버섯을 먹으면 힘이 빠집니다.


그렇게 먹을걸 많이 가리고 살면 대체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물으십니다.


텃밭을 가꾸고 밭에서 자란 야채들을 직접 수확해 샐러드 해먹는 재미에 삽니다. 다양한 야채와 채소로도 이만큼 잘 먹을 수 있는 걸 증명해내는 요리하는 재미에 삽니다. 밥에 흰쌀보다 잡곡과 콩들이 더 많아 밥만으로도 푸짐합니다.


식사를 위해 어디로 갈까?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지 않습니다. 맛집? 멋집? 순간의 쾌락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배달음식을 시켜먹지 않습니다. 마음을 어지럽히며, 동시에 뱃속을 부담스럽게 하는 그 많은 음식들. 아무리 먹고 아무리 좋은 곳에 가더라도 우리는 결코 만족하지 않을 겁니다. 욕망과 에고는 끊임없이 요구할 것입니다. 가오나시처럼요. 언젠가 탈이 날 때까지요.


수련과 요리하는 시간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나의 시간을 줄이지 않습니다. 요리하고 나만을 위한 밥상을 차리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호흡하고 명상하고 챈팅하고 수련하는 시간을 줄이지 않습니다. 알아차림이 일어나는 그 모든 순간을 수련으로 여깁니다.


상업주의가 세뇌시킨 대로 받아들여 주어지는 대로 먹고, 자극과 쾌락을 좇고, 관습과 습관에 따라 살지 않습니다. 조류의 반대방향으로 흘러가면서 내가 가야할 길을 명확하게 짚어내고 분별력을 키워나갑니다.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됩니다.


그 되는 대로의 삶 속에서 에고와 욕망은 깊은 뿌리를 내려 우리를 뒤흔듭니다. 온갖 종류의 생각과 감정에 우리의 주도권을 뺏기고 진정한 참나를 잃어버리고 맙니다.


어린왕자에서 술주정뱅이가 나오죠. 왜 술을 먹느냐고 물어보니 술 먹는 걸 잊고 싶어서 술을 먹는다고 합니다.


건강하고 올바른 식습관.

운동을 하고 명상하는 습관.

그게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광고에서 나오는 몸에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두 가공되어 프라나(에너지)가 없는 음식들을 먹습니다. 또는 스트레스가 풀리는 맵짠단을 먹습니다. 힘들게 일한 다음 눈이 휘둥그레할 음식을 먹을 자격이 있어! 라고 자신을 위로해야한다고 합니다.


가공음식, 오래된 음식, 냉동음식, 캔음식, 탄음식은 모두 타마식 푸드로 에너지가 없습니다. 맵짠단의 자극적인 음식은 모두 라자식 푸드로 신체 에너지균형을 방해합니다.


운동을 하려면 일단 장비부터 갖춰야한답니다. 내면의 힘을 키우기 위한 운동을 하지 않습니다. 겉근육, 멋진 몸매, 운동을 한다는 자기만족, 남들과의 끊임없는 비교로부터의 자아도취, 살을 뺀다는 외부적 목표에 사로잡혀있습니다.


명상이 좋다는 건 알겠는데 도저히 명상할 시간이 없답니다. 다리가 저려 앉아있질 못하겠답니다. 온갖 생각이 떠올라 도저히 집중이 안된답니다. 인스타보고 유튜브 보고 게임하고 티비 본 다음 시간이 없다며 명상을 어떻게 하냐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명상을 1분부터 시작하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그냥 호흡요. 습관이 되면 노력이 필요없습니다.


"정좌할 때 이미 도착했다고 느끼는 사람처럼 앉으세요. 도착을 즐기세요. 집에 왔다고 느끼는 것, 나의 참 고향은 "지금 여기"임을 느끼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틱낫한 스님 말씀입니다.


의식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그 단호한 의지가 처음에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 의지가 습관을 만들어냅니다. 계속된 습관이 노력없이도 지속될 수 있는 수련을 이끌어나가게 합니다.


우리는 무엇이 옳고 좋고 참된 것임을 이미 스스로 잘 알고 있습니다. 에고와 욕망, 그릇된 껍데기와 같은 이 육체의 모른척 하라는 속삭임에 휘둘리고 있는 것 뿐입니다.


수련을 하다보면 저처럼 음식이나 사람 또는 공간을 심하게 가리는 때가 자연스럽게 찾아옵니다. 에고와 주변 모든 상황이 불야성처럼 들고 일어나 격렬하게 그 변화에 대해 저항을 가합니다.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흔들리지 않고 가만히 한걸음 떨어져 지켜보고 바라보면 지나갑니다. 저항에 대한 리액션을 취하고 떠오르는 감정과 생각에 나 자신을 동일시시키지 않습니다. 그냥 지나가도록 내버려두면 지나가게 됩니다.


언젠가 아무거나 먹고 아무 공간에 있고 아무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날들도 자연스럽게 찾아옵니다. 라자스(활동성)와 타마스(불활성), 사트바(순수함)의 세가지 자연의 성질을 모두 벗어나는 때도 온(다고 합니)다.


채식이나 저와 같이 엄격한 요긱다이어트가 반드시 옳지는 않습니다. 저처럼 심한 칩거생활이 좋지도 않습니다. 그냥 그럴 때가 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으면 됩니다


단 수련을 하면서도 뭔가 불편한 점이 계속 올라온다면 자신의 식습관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를요. 내가 먹는 것이 곧 내 자신이 된다라는 말을 인지하면서요.


분명 몸과 마음에서 이 음식은 아니라는 신호를 계속 보내주고 있는데도 그것을 무시하고 있는 에고와 욕망이 있는 것입니다. 무엇을 먹었는지 매일 매일 수련일지에 적고 그 날 그날의 자신의 몸과 마음 상태를 알아차려보는 의식적인 주시가 필요합니다.


(내 몸에 백년초는 아니란 걸-_ -확실하게 깨달았...)


내가 습관적으로 만나고 있는 사람들, 습관적으로 내버려둔 나의 공간 또는 반복적으로 가고 있는 장소들도 점검해봅니다.


저는 사람이 많거나 과하게 시끄러운 음악이 나오는 곳에 오래 있지 못합니다. 몸과 마음에서 바로 반응이 옵니다. 예전에도 불편함을 느꼈지만 그 때는 모른척해왔습니다만 지금은 그저 알아차리는 것만으로 그런 곳을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내가 습관적으로 내뱉는 말과 행동을, 주어진 대로 먹고 있는 음식을, 내가 가꾸어나가고 있는 내 공간의 모습을 분명히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거기서부터 진정한 참나로 가는 길이 조금씩 열려갑니다. 우리는 이미 무엇이 옳고 바른지 알고 있으니까요.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며 지금까지 무엇을 모른척해왔다는 것을 그저 알아차리기만 하면 됩니다.


옴나마시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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