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편이 추석 연휴에 아들들과 토리까지 데리고 호텔에 간다길래, 이제 아들들 좀 잘해주려고 하나 했더니, 저녁에 온 문자를 보니 내 짐작이 더욱 확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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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취해서 집에서 잘 테니, 친구들 데리고 와서 놀아” 그랬단다. 상간녀가 돌아온 게 분명하다.
내가 집에 없다는 걸 안 김경아는 그 사이 들어와 보지 못한 우리 집안을 탐색할 것이다. 방마다 들어가 보고 장을 열어보고 주방과 냉장고 속을 뒤지며 시어머니가 며느리 살림 뒤지듯이 여기저기 흠을 잡으려 할 것이다. 안방에 올라가 내 짐들을 뒤져보고 침대에 누워 전남편의 지퍼를 벗기겠지... 아하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
변태들 때문에 내가 너무 힘들다. 그나저나 애들과 토리만 호텔에 두고 차는 서비스센터에 맡겼다고 하는 걸로 봐서는 상간녀와 연휴기간에 멀리 여행을 가려나 보다.
생각할수록 너무 속이 뒤집어지고 미칠 노릇이다.
희원에게 "우리 둘이 집에 들이닥쳐보자!" 했다. 그랬더니 희원이는 “둘이 집에서 뭐 하겠어요. 뻔하지.. 엄마 신경 쓰지 말고 무리하지 말아요.”
이런 사실을 알고 함께 있는 아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미안하고 맘이 아팠다.
소장이 추석 전에 송달되었다면 이런 꼴은 안 당했을 텐데.... 마지막 메일에서 김지은 변호사는 특별송달로 신청했다고 했으니 추석 연휴가 지나면 야간 송달로 전달되고, 그러면 최소한 이런 뻔뻔한 거짓말은 더 이상 못 하겠지. 게다가 상간녀가 한국에 있다면 더더욱 직접 송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어서 일이 진척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기다림이 너무 힘들다.
어제 희원이의 문자를 받고 너무 화가 나서 약을 먹고, 소주도 반 잔 마셨는데도 새벽 3시에 깨버렸다. 일어나서 왔다 갔다 하다가 일찌감치 공원으로 나가서 조금씩 뛰기 시작했다. 체력이나 발목 때문에 잘 뛰지 못하니까 적당히 걷다가 뛰다가 하면서 땀을 내고 나니까 조금 기분이 풀렸다. 잠을 잘 못 자니까 스타벅스에서 디카페인 라테를 사서 와서 샤워를 마치고 나와서 컴퓨터 작업을 시작했다. 이번 연휴처럼 추석이 홀가분한 적은 처음이다.
결혼 후 늘 조마조마하며 지내던 명절이었는데, 올해는 전남편의 母에게 욕 안 먹고 지날 수 있다니 생각 만해도 너무 기분이 좋았는데,,, 어제 그 자식의 파렴치한 행동이 예상되니 화가 나서 기분을 망쳤다.
수업 준비를 하느라 바쁜 보내다 보니 역시 일을 해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 같다. 마냥 기다리기만 했다면 정말 미칠 것 같았을 것 같다. 잠시 쉬는 사이에 지영이의 전화가 왔다. 미장원을 다녀왔는데 내가 어제 일을 문자로 보낸 걸 보고 한참 통화를 했다. 점심 먹기 전이라기에 김밥을 사가지고 가서 지영이의 고양이와 잠깐 놀았다. 난 고양이를 많이 무서워한다. 어린 시절에 친구네 집에 갔다가 고양이에게 얼굴을 할 끼우고 나서 고양이를 무서워하게 되었다. 그런데 모리는 내가 자기를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먼저 다가와줬다. 슬금슬금 다가와서 꼬리로 내 다리를 스쳐 지나가면서 나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서 이전보다는 많이 친해졌다. 그리고 모리는 토리를 생각나게 한다. 토리가 얼마나 엄마를 원망하고 보고 싶어 할까?
“인생이 참 웃기지? 네가 내 옆에 와서 살게 될 걸 어떻게 알았겠어?”
“그러게... 그것도 하루 만에 손바닥 뒤집듯이 바뀐 인생으로...”
“인생이 계획대로 되는 게 어디 있냐?”
“난 명절이 늘 싫었거든. 늘 쌍욕 먹으러 가야 하니까,,,,근데 이번처럼 행복한 명절은 처음이야... 슬프지만 기쁘다... 후후”
“축하한다! 후후”
오늘은 희원이가 토리를 데리고 날 보러 오기로 했다. 토리가 보고 싶기도 했지만, 희원이에게 엄마가 잘 지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걱정하지 말고 조금만 기다리면 엄마가 해결하겠다고...
6시에 깨서 처리해야 할 일들은 하고 나니, 차라리 할 일이 있다는 게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할 일이 없다면 내내 그 인간과 상간녀의 카톡을 읽고 또 생각하고 있었을 게 분명하다. 오전 내내 수업영상을 찍고 너무 힘들어서 잠시 쉬려고 침대에 눕고 보니, 아침에 커피 한잔을 마신 것 이외에는 먹은 게 없었다. 비타민을 먹긴 했지만, 빈 속에 먹어서 뭘 좀 먹으려고 냉장고를 열고 보니 토마토와 치즈가 보여서 카프레제를 만들어 먹었다. 우리 애들이 카프레제를 참 좋아했는데, 트러플 오일에 발사믹을 뿌려주면 밖에서 먹는 것 보아 맛있다고 좋아했는데 라는 생각이 드니 또 마음이 울컥해졌다.
민우에게 가장 엄마의 도움이 필요한 시기에 내가 이렇게 도망 나와 있다는 게 미안하고 가슴 아프게 생각이 들어서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눈물이 난다. 그 인간과의 추억이나 결혼 생활을 생각하면 눈물이 안 나는데, 희원이와 민우를 생각하면 그런 인간을 아빠로 만들어 준 게 너무 미안하고 가슴 아프다. 민우이는 수능 후에 이 모든 사실을 알고 나면 얼마나 놀라고 힘들어할지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벌써부터 마음이 저리고 심장을 도
려 내는 것 같이 고통스럽다. 희원이는 큰 아들 노릇하고 엄마를 지키느라 힘들지 않은 척 하지만, 아직 20대가 겪기엔 쉽지 않은 일 인 걸 잘 안다. 엄마가 너무 큰 짐을 지워 준 것 같아 미안하기만 하다.
6시가 다 되어서 희원이와 토리가 도착했다. 토리는 엄마를 보자마자 잉잉 거리며 뒤집어서 배를 내밀고 울었다. 신나서 주차장에서 똥을 한판 싸고는 집에 올라와서는 새로 산 러그에 오줌을 싸버렸다. 내가 소리를 지르자, 냅다 희원이 품으로 올라가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겁에 질려서 쳐다보고 있었다. 웃음이 났다. 집에서 하던 일들이라는 생각에 순간 집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희원이는 처음 와본 엄마집이 꽤 아늑하고 혼자 살기 괜찮다고 한다.
희원이가 출발할 때 시켜놓은 햄버거가 도착해서 먹는데,
“민우가 집에 있는데, 데리고 올걸 그랬나?”
”민우가 엄마 보고 싶어 할까? 엄마는 자신이 없어. 민우가 왜 집 나갔냐고 물으면 거짓말은 못하겠어. “
”그럼, 수능까지는 만나지 말아요. 나도 모른 척하고 있으니까... 묻지도 안더라고요. “
너무 보고 싶지만, 보면 눈물부터 나고 거짓말을 할 수 없어서 민우에게 도움이 안 될게 뻔하다.
저녁을 먹고, 희원이와 함께 지영이를 만나서 공원을 걸었다.
”희원아~ 오랜만이다. “
”안녕하셨어요? “
너무 일상적인 대화 속에는 가슴 아픈 감정들이 오고 갔다.
1시간 정도 토리와 산책을 하고 내가 음료수를 사러 간 사이 희원이와 지영이가 밖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희원아~ 엄마가 네가 있어서 얼마나 의지가 되는지 몰라. 네가 힘들까 봐 걱정하지만, 네가 엄마에겐 큰 힘이 되는 거 같아. “
”제가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는데요. 뭘... 엄마가 힘들죠.. “
”자식... 다 컸네! “
지영이와 헤어져서 집에 와서 짐을 챙기는데 희원이가 전남편이 내 짐들을 정리하고 있다고 한다. 베란다에 있는 내가 좋아하는 암체어를 버렸고, 내가 좋아하는 달력을 버리고, 진 선생님의 조각 작품도 없애버렸단다. 서랍장 위에 있던 가족사진도 없애고 본인 사진만 놔뒀단다. 전남편은 자기가 한 일은 생각도 안 하고 내가 돈 벌어서 명품만 사는 사치를 부렸다고 하더란다. 본인은 돈 벌어서 가족 먹여 살리느라 힘드는데 나는 보태주지도 않았다는 거다.
생활비를 본인이 다 댔다는데, 전남편이 준 생활비는 한 달에 200만 원 정도였고 추가적으로 민우의 교육비 정도였다. 식비가 한 달에 200만 원은 들고 관리비며 애들 옷값이며, 간식비, 재래시장이나 백화점에서 사는 식비며, 세탁비, 생활용품비만 해도 200 정도는 드는데, 본인이 생활비를 다 해결했다고 했단다. 어이가 없었다. 상간녀에게는 우버잇츠로 매일 미국으로 실시간 식사 배달을 해주고 본인은 내가 차려준 아침과 저녁을 먹었으면서 이런 뻔뻔한 위선자가 있을 수 있나 싶다. 결국 미국 영주권도 혼자 신청해서 자기만 상간녀에게 가겠다고 공언했다는데, 이런 뻔뻔함은 자기 부모의 유전인가 보다. 그렇게도 뻔뻔하게 나에게 돈을 요구하고 욕을 하고 거짓말을 하던 자신의 부모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결국 가정교육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 술 먹고 때리는 아버지와 사치를 부리기 위해 사기를 치는 어머니에게 배운 것은 아내와 아들들을 속이고 위선적인 좋은 아버지인 척하는 것뿐이었다. 이런 모습을 민우가 알게 되는 게 너무 겁난다. 그 아인 아버지를 너무 좋아해서 이런 위선적이고 뻔뻔한 사기꾼 아버지의 진짜 모습을 보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 겁이 난다.
*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주변 지인에게 많은 염려과 걱정을 듣는다. 혹시 이게 문제가 되어서 너의 신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걱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이 글을 쓴다. 이미 명예훼손은 당한 상태이며 법이 내편이 아님을 너무도 잘 알기에 내 모든 것을 걸고 나의 경험을 쓰고자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는 죄명이 있다. 난 내가 당한 사실을 이야기하는게 위법한지 몰랐고, 피해자인 나는 입닥치고 고통을 감내해야한다는데 가해자들은 아직도 불륜을 즐기고 아들들을 속이고 있다는게 너무 억울한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