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 연휴가 끝났다.
나에겐 더욱 길고 지루한 시간이었다.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작업하던 것을 다시 조금 더 하다가 피곤해져서 5시쯤 다시 잠이 들었다. 어렴풋이 너무 늦은 게 아닌가 해서 깨보니 7시 였다. 깊은 잠을 자기가 힘들다.
다시 공원에 나가 해를 보며 걸었다. 땀이 나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주변을 보며 걷다 보니 수련 꽃이 핑크색도 있고 노란색도 있었다. 물가에 오리들도 각자가 자기 자리가 있는지 서로 자리다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다가 다시 걸어서 집에 왔다.
어떤 책을 보니, 다크나이트 영화에 나오는 배트맨과 죠커의 트라우마를 비교하면서 어린 시절의 부모와의 애착이 유사한 트라우마를 경험해도 다르게 성장한다는 이야기에 나는 우리 아들에게 충분한 애착을 주었나 자문하게 된다. 이제 겪게 될 트라우마에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게 될까?
문뜩 어제 희원이가 전남편이 내 물건들을 버리고 치우고 있다는 이야기가 생각나서 변호사에게 전화를 했다. 먼저 상간녀가 현재 한국에 있는데 지금 송달이 되지는 않는가 물었다가 혼줄이 났다.
그게 법원이 하는 일이라 모를 뿐 아니라, 송달이 그렇게 빨리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변호사의 단호한 말투에 주눅이 들어버렸다. 내 물건을 버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니, 문자로 소제 기했고 곧 소장 갈 거니까 내 물건 가지러 가겠다고 보내고 가서 가져오라는 거였다. 너무 단호한데, 이 인간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해도 잘 믿질 못나는 것 같다. 한번 만나봐야 알 텐데...
마지막으로 이렇게 조급하면 재판기간 동안 못 버틴다고 핀잔을 들었다. 1년도 넘게 걸릴 텐데 차분히 기다리라는 거다. 그게 그렇게 마음대로 돼야 말이다. 변호사 본인이야 늘 하는 일이라 익숙하겠지만, 난 처음하는 이혼이니 모든 과정이 불안하고 빨리 진행되길 바라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변호사의 단호함이 마음에 들기도 하지만, 너무 냉정하게 말할 때는 마음에 상처를 받는다.
희원이에게 내일 아침에 엄마가 갑자기 들이닥치는 걸로 하자고 말을 맞추고 물건을 담을 빨간 플라스틱 상자를 꺼냈다. 여기에 담아와야 할 것들을 정리해 보니, 대충 겨울 옷과 신발들과 두고 온 책과 가방 몇 개뿐이라 많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전남편이 cctv로 들어다보고 있다가 난리를 치면 변호사에게 연락을 해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마 변호사는 이해를 잘 못하겠지만.... 내가 전남편을 이렇게 많이 무서워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니 나 자신이 실망스러웠다.
필라테스 선생에게 상간녀 김경아가 10시에 운동을 온다고 했다고 문자가 왔다. 전남편은 아마 8시쯤 상간녀에게 가서 한 판 하고 출근을 할 테니 9시 40분에서 10시 사이가 cctv를 보기 어려운 시간일 것이다. 이런 것까지 생각하고 내 집에 들어가야 하다니 비참하기도 하고 무섭기까지 하다. 출발 전에 항불안제를 먹고 출발했다.
대법원 앱에는 이상훈에 대한 송달이 시작되었다고 되어있는데, 김경아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동시에 가는 것도 아닌가 보다. 참 처음해보는 일들이 너무 많아서 생소하고 어렵고 뭐가 뭔지 모르겠다. 내가 법을 좀 알아서 이 모든 과정을 예상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얼마나 좋을까? 앞을 볼 수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문뜩 이 노래가 생각났다.
”보일 듯 말 듯 가물거리는
안갯속에 쌓인 길
잡힐 듯 말 듯 멀어져 가는
무지개와 같은 길
그 어디에서 날 기다리는지
둘러보아도 찾을 수 없네.
그대여 힘이 돼 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 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 “
<가리워진 길 중에서>
*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주변 지인에게 많은 염려과 걱정을 듣는다. 혹시 이게 문제가 되어서 너의 신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걱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이 글을 쓴다. 이미 다른 일로 명예훼손은 당한 상태이며 법이 내편이 아님을 너무도 잘 알기에 내 모든 것을 걸고 나의 경험을 쓰고자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는 죄명이 있다. 난 내가 당한 사실을 이야기하는게 위법한지 몰랐고, 피해자인 나는 입닥치고 고통을 감내해야한다는데 가해자들은 아직도 불륜을 즐기고 아들들을 속이고 있다는게 너무 억울한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